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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도 Dec 13. 2023

‘바퀴를 새로 발명할 필요는 없다’

Do not reinvent the wheel

‘벤치마킹‘


원래는 토목공학 쪽에서 토지 측량을 위해 기준점을 세우는 행위를 말한다고 한다.


하지만 현대 경영학에서는 이러한 기준점이 되는 다른 회사를 본받는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내가 다녔던 글로벌 회사들에서는 이러한 벤치마킹을 회사 내부에서 굉장히 활발하게 쓴다.


각 나라별로 비슷한 제품을 비슷한 시장에서 판매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중 가장 성공한 사례를 가져다가 현지 시장에 맞게 적용하는 방식은 완전히 새롭게 모든 것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위험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결국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위험부담을 줄이는 것에 그 의미가 있다.


하지만 벤치마킹을 단순히 ‘따라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가장 큰 실패요인이 있다.


내가 공장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로서 일을 했을 때였다.


사실 영업/마케팅 쪽에서는 이러한 벤치마킹 사례가 통하는 경우와 통하지 않는 경우가 거의 반반으로 느껴졌고, 벤치마킹할만한 사례들은 ‘참조’의 영역이었다. 그 이유는 현지 실정과 맞지 않고, 단순히 사례로만 정제된 케이스를 볼 때면 모든 것이 통제되고 아름다은(?) 현실 속에서 외부적 요인은 고려되지 않은 사례로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장에서는 외부요인들이 많이 배제된 상태였고, 표준화된 공정을 실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벤치마킹의 효과는 마케팅에서보다 훨씬 극대화될 수 있었다.


계속해서 커머셜 쪽에서만 있던 내가 공장에 처음 왔을 때, 다른 나라의 사례들에서 배워오자는 글로벌의 가이드라인은 왠지 나의 능력과 창의력을 무시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벤치마킹 사례는 내 프로젝트 제안서에 최대 10% 정도만 담아 ‘훑어는 봤지만 적합하지 않다’는 코멘트와 함께 새로운 기획을 제안하고는 했다.


그런데 이러한 벤치마킹의 효과를 절대적으로 믿고 있는 유럽 출신의 외국인 공장장은 내게


“바퀴를 새롭게 발명할 필요는 없다 (Do not reinvent the wheel)”


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리고 이러한 사례들을 좀 더 정확하게 이해하고 우리에게 맞게 적용하여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여러 가지 지원을 해주었다.


1. 해당 글로벌 성공사례를 직접 기획하고 추진한 해외의 담당자와 연결해 주었다.

2. 수차례 전화와 온라인을 통해 사례에 대한 모든 것 (In and out)을 배우고 나서,

3. 그래도 부족한 부분은 실제 해당 국가에 방문해서 깊이 있게 이해하고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해 주었다.

4. 그리고 내게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적용할 수 있는지 깊이 있게 이해하고 생각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었다 (아주 길지는 않았지만 충분할 정도의).

5. 그리고 나의 판단을 믿고, 적용했을 때 조직의 저항감을 완화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 주었다.


내가 새롭게 도입했던 글로벌 가이드라인은, 스위스 본사와 폴란드 그리고 루마니아에서 적용하고 그 성과가 입증되었던 사례였다.


나는 그중에서도 가장 결과가 좋다고 생각한 폴란드의 담당자와 연결하여 많은 대화를 먼저 나누었다.


대화 중에는 아주 현실적인 질문들을 했고, 해당 담당자는 굉장히 공감하며 그러한 질문들에 대한 본인의 가장 성공적이었던 해결책을 주었다.


대부분은 새롭게 적용하는 사례에 대해 조직에서의 저항감을 어떻게 극복했냐는 것에 대한 질문이었고, 이에 대한 본인의 솔루션을 제공했다.


사실 그냥 활자와 사진으로만 보던 사례는 비현실적으로만 느껴졌고, 그냥 현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글로벌에 좋은 사례를 ‘자랑하기 위해 ‘ 미화했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그 사례는 정말 ‘정제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행간에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행착오가 있었고,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이해하자 그 케이스가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리고는 해당 사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수립한 스위스 본사의 담당자와 연결하고, 직접 방문해서 해당 프로젝트 가이드라인에 대한 이해를 했다.


왜 본사에서 이런 가이드라인을 주었고, 이러한 가이드라인이 처음 수립되게 된 사례가 루마니아 공장에서의 성공사례를 정리해서 만들게 되었다고 말이다.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내 머릿속에서는 한국에서 이러한 가이드라인을 적용했을 때 예상되는 어려움과 극복방안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러자 지극히 현실적인 계획과 실행방안들이 그려졌고, 나의 제안을 갖고 임원회의에 들어갔다.


어느 정도의 저항감은 있었고, 많은 예상되는 문제에 대한 질문이 있었지만 그 답은 이미 모두 내게 있었다.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말이다.


임원회의에 갖고 들어가는 제안은 항상 ‘만약 ~~~ 라면 어떻게 하지?‘라는 질문들에 막혔다.


해본 적 없는 것은 나나 임원들이나 모두 같은데, 리스크를 갖고 가고 싶지 않은 사람들에게 리스크를 안고 실행하자는 나의 제안은 힘을 잃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같은 시도를 해서 성공한 사람들의 케이스를 갖고 제시하자, 충분히 받아들일만한 리스크의 크기가 보였고, 리스크를 없앨 수 있는 방법들이 있었으며, 그 방식을 채택했을 때 우리가 얻게 될 결과들이 선명하게 이야기하자 나의 제안들에는 힘이 실렸다.


그때 이후로 나는 성공사례에 대해 깊이 있게 이해하는 노력을 하게 되었다.


‘바퀴를 새롭게 발명할 필요는 없다’. 바퀴는 이미 잘 만들어져 있고, 나는 그 바퀴를 힘차게 굴릴만한 엔진을 얹고 가장 빨리 달릴 수 있는 도로를 찾아 지도를 보고 출발하는데 집중해도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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