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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믈리연 Feb 21. 2024

핵개인의 시대를 준비하는 자세

2024년 2월, <너나들이 북브런치>에서 송길영 작가의 『시대예보: 핵 개인의 시대』를 읽었습니다. 제목만 읽어도 어떤 내용이 나올지 짐작된 책은 출간과 동시에 가뿐하게 베스트셀러 대열에 올랐더군요. 대개 스테디셀러 위주로 읽는 편이지만, 다수 독자의 선택에 합류하기로 했습니다. 열흘간 읽으면서 미래를 설계해야 하는 구체적인 이유를 터득했습니다. 이전까지만 해도 노후 준비의 필요성을 막연하게만 알고 있었지만, 이 책을 읽고 난 뒤에는 건강, 지식, 재테크로 영역을 나눠 체계적으로 구상하게 되었다고 할까요.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하루가 지났음에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해가 바뀌며 우리 아이들은 초등학교 3학년, 5학년이 되었다. 이 나이 때 내가 살던 동네는 대개 1, 2층으로 된 주택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부모님이 나를 키운 건 맞지만, 이집 저집 할 것 없이 다니면서 밥을 얻어먹는 날도 흔했다. 엄마, 아빠가 없는 날은 이웃집에서 자기도 했고, 옆집에서 티브이 보고 놀다가 늦게야 들어오는 날도 많았다.     


중, 고등학생 시절을 지나 청년이 되었다. 결혼 적령기에 접어들어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보니, 내가 자란 그때와는 달라진 게 많았다. 주택이 있던 자리에는 아파트가 들어섰다. 신혼집은 당연히 아파트에서 시작한다는 정세가 강했다. 내가 어릴 적에는 자식이 서너 명인 집도 흔했다. 우리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아들을 낳기 위해서 일 수도 있지만, 지금은 한 명이거나 자식이 없는 집도 있다. 내가 어릴 적만 해도 어른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가족이나 친구랑 음식을 나눠 먹고, 명절에는 고향 가는 걸 당연시했다. 지금은 내가 먼저 맡으면 내 자리고, 내 거 먼저 챙기고 남들에게 나눠주고, 명절에는 여행으로 대신하는 집도 많아졌다. 점점 다수와 대세의 흐름보다는 각자 중요시하는 것을 즐기는데 무게가 쏠린다. 이런 세상에, 내 아이들에게 ‘라떼'를 말할 필요가 있을까. 세상이 변했고,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졌고, 새로운 문화가 형성됐다. ‘같이, 함께, 우리’에서 ‘따로, 혼자, 나'가 먼저인 세상에 진입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유독 와닿았던 문장이 있다.

‘20년 양육의 갚음이 60년의 돌봄이 된다면 효도란 불공정한 거래로 다가올 수밖에 없어요.'

물론 20년이란 시간의 농도와 밀도를 60년간의 돌봄과 비교할 수 없겠지만, 숫자로만 보니 섬뜩했다.

현재 나는 아이들도 돌보지만 아빠를 모시고 이 병원, 저 병원 수시로 다닌다.

내가 만일 지금의 아빠 나이가 되었을 때, 그때 나의 아이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너희들 어릴 때 엄마가 병원에 데리고 갔으니, 너도 그래야 한다고 할 수 있을까. 그때의 내가 초라하지 않으려면 핵 개인화 시대에 맞춰 경제적, 정신적으로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이게 끝이면 다행이지만 그렇지도 않을 것 같다. 핵 개인화 시대에 적응할 즈음, 그다음은 어떤 시대가 기다리고 있을까. 마이크로 소사이어티? 슈퍼 마이너 소사이어티? 어떤 변화가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지만, 거부하지 않고 맞서나가리라 다짐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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