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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믈리연 Apr 09. 2024

A.M 4



새벽 4시. 정확히 12시 50분부터 자다 깨길 반복했다. 멍하게 있어도, 오디오북을 들어도 얕은 잠에서 빠져나오길 반복했다. 어차피 한 시간 뒤에는 일어나야 하니 이불 밖으로 나왔다. 평소대로 물 한 잔 마시고, 보리차 한 줌을 커피포트 망에 넣었다. 100도로 설정하고, 물이 끓을 동안 책과 노트북을 꺼냈다. 미모리안 다이어리를 펼쳐 오늘 할 일을 적고, 의자에 앉아 간단하게 몸을 풀었다.

10시 조금 넘어 누웠는데 1시부터 뒤척였으니, 세 시간 잤다. 근데, 머리가 이렇게나 맑을 수 있을까. 어제까지만 해도 손발이 부어있었는데 몸마저 가볍다. 약이 주는 여러 효과인가.


『세이노의 가르침』을 펼쳤다. 오늘은 453페이지부터 472페이지까지 읽는 날이다. 협상 능력과 등지고 살았는데, 내용이 흥미롭다. 오리엔탈 스타일, 웨스턴 스타일, 갱스터 스타일을 읽고 다시 읽었다. 어렵다. 뭐 하나 쉬운 게 없다. 읽고, 메모하고, 오늘 분량의 카드 뉴스를 만들다 보니  4시 55분이다. 순간, 내가 잠을 뒤척인 진짜 이유가 궁금했다. 단순히 약기운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스케치 노트를 열어 적다가 정확히 세 가지 원인을 찾았다.


첫째, 오늘은 둘째 아이가 현장체험학습을 가는 날이다. 초등학교 3학년이 됐으니, 앙증맞은 도시락 대신 유부초밥을 싸주려 했는데 절대 안 된단다. 매번 먹는 달팽이 김밥으로 해달랬다. 1주일 전 체험학습을 다녀온 첫째는 쿨하게 초밥을 싸갔는데, 둘째는 단연코 거부다. 맛있는 밥을 해주려고 어젯밤에 냄비에 밥을 했다. 별그램을 열어 어떻게 만드는지 망각된 기억을 다시 살리고 저장 버튼을 눌렀다. 김밥 만들려면 어차피 오전 수영은 못 간다. 감기 때문이라도 못 가지만, 일어나는 시간은 변함없을 예정이었다.


둘째, 발레핏 다이어트다. 매주 화요일, 목요일 오전 6시에 Zoom으로 온라인 수업이 진행된다. 캐나다에 거주하는 강사님의 시간은 오후지만, 함께 참여하는 분들 출근으로 이 시간밖에 되지 않았다. 8주 차 과정인데 벌써 5주 차다. 화요일마다 수영 가느라 올라오는 영상을 보며 저녁에서야 따라 하며 인증했다. 수영 대신 발레핏은 할 수 있겠다. 마치면 6시 50분이니까, 남은 시간 동안 달팽이를 만들면 되지 않을까. 몸도 부어있고, 찌뿌둥하고, 이것조차 하지 않으면 몸이 더 무거울 것 같다. 여러 마음을 타고 내려가면, 오늘 수업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도 얕은 잠에 한몫했으리라.


셋째, 기차표 예약이다. 다음 주 토요일에 아이 친구 엄마 두 명이랑 서울에 가기로 했다. srt 기차표 예매는 전쟁 그 자체다. 보름 전 예약은 기본이다. 주말 표 구하기는 더 힘들다. 케돌이로 살아온 내가, 차표 걱정에 뒤척이다니. 올라가는 표는 예매했는데 내려오는 표는 저녁 9시 이후를 제외하고는 매진이다. 새벽 5시 즈음되면, 표가 풀린다는 '썰'이 있어서 여러 번 성공한 적 있다. 그러기에 꼭 일어나야 하기도 했다. 눈뜨자마자 접속하니, 예약 대기만 남았다. 벌써 표가 풀린 건가, 5시가 아니었나 중얼거리며 대기표는 구했다.


보리차를 우릴 때만 해도, 약기운 때문에 일어난 거라 했다. 종이에 끄적여보니 그게 아니다. 해야 할 일이 있었다. 하지 않으면 안 될 일. 약 때문에 잠을 설친 게 아니라, 무의식이 그 기운을 밀어낸 거다.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일을 끝내고 나면 피로가 몰려올지도 모른다. 그건, 그다음에 생각해야지. 곧, 습관성형을 위한 발레핏 다이어트가 시작된다. 요가 매트, 의자, 모래주머니, 발레 슈즈를 꺼내야겠다. 




                                                       -수업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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