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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믈리연 Apr 16. 2024

A에 가까운 a를 찾아내라

5시 40분에 일어났다. 물 한 모금 마시고, 수영가방과 두 개의 차 키를 들고 현관을 나섰다. 예상대로, 내 차 앞에 다른 차가 있다. 반대편에 있는 남편 차도 같은 상황이다. 겨우 주차한 차 뒤까지 막을 수 있다니. 주차난이 심한 편인 우리 빌라 주민들의 실력은 볼수록 감탄의 연속이다. 이른 시간이라 빼달라 하기도 난감하다. 바깥쪽으로 주자하지 않은 내 탓이라며 집으로 들어왔다. 감기약 부작용으로 일주일 동안 부어있다 이제야 나아지고 있는데, 맨손체조라도 해야 하는 것인가 중얼거리며 스마트폰을 열었다.


발레핏 채팅방에서 잠시 후 6시부터 온라인 수업이 진행된다는 메시지가 떴다. 

1분 만에 요가 매트를 깔고, 발레 슈즈와 의자를 챙겨 노트북 화면을 마주 보고 앉았다.

시작과 동시에 50여 분이 지났다. 오랜만이라 그런지 후다닥 지나갔다. 폼블러와 릴리즈볼로 스트레칭까지 마무리했다. 정리 후 식탁에 앉아 여느 때처럼 『세이노의 가르침』을 펼쳤다. 문득, 어제 읽은 페이지가 생각났다.

"A에 가까운 a를 찾아내라"



플랜 B의 중요성만 들으며 살아온지라 A에 가까운 a를 찾는다는 건 새로웠다. 같은 카테고리 안에서 찾으면 되는 또 다른 a.

내가 해온 것들 중에서, A에 가까웠던 a는 어떤 것들이 있나 끄적여봤다.

첫째, 종이책 대신 읽는 오디오북이나 전자책이다. 매번 종이책을 들고 나닐 수 있는 건 아니다.

챙겨간다 해도 못 읽는 상황이 생길 때도 있고, 다른 책을 펼쳐야 할 때도 있고, 펼쳐도 눈에 들어오지 않을 때도 있다.

대표적으로 운전하거나 운동할 때다. 이런 경우는 오디오북으로 대신한다.

예전에는 음악을 들었지만, 오디오북으로 듣는 날이 많아졌다. 특히, 교통체증이 심한 시간대는 지루함을 넘어 짜증이 몰려왔다.

지금은 오디오북을 들을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라 조금 더 있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많다.

누군가를 기다리거나, 대기하는 동안은 전자책을 읽는다. 귀에 이어폰을 꽂으면 나를 부르는 소리를 놓칠 수도 있으니까.

늘 종이책을 가지고 다니지 못하는 대신, 오디오북과 전자책이 또 다른 a가 되어준다.


둘째, 노트북 대신 들고 다니는 블루투스 키보드다. 아이팟부터 시작해 아이폰만 쓴 지 10여 년이 지났다. 아이폰을 좋아하지만 쿼티 형식의 자판은 빠르고 정확하게 입력해야 할 때는 불편하다. 아이폰 12pro를 3년째 쓰고 있다. 노안도 한몫하고, 일일이 누르는 게 점점 귀찮다.

그렇지만 글을 써야 할 경우는 어쩔 수 없이 폰을 사용해야 한다. 자판을 두드리다가 몇 번의 오타만 생겨도 짜증이 몰려온다. 나중에 노트북으로 하자며 덮다 보면 미루기 일쑤다. 그러다 블루투스 키보드를 알게 됐다. 2만 원으로 a를 샀다. 덕분에, 기본적인 댓글, 소통, 글쓰기를 미루는 날이 줄어들었다. 글에 쏟는 시간도 단축됐다. 장소 제약도 없다. 노트북이 없어도, 스마트폰으로 끙끙대지 않아도 되는  또 다른 a다.


셋째, 운동이다. 6년 전에 요가를 배울 때만 해도 다른 운동은 전혀 하지 않고 요가만 했다. 그마저도 학원에 가서 수업 시간에 하는 게 전부였다. 그리고 3년 전부터 수영을 시작했다. 몇 달에 한 번씩 등산을 가긴 했지만, 수영장에서 하는 수영만이 내가 하는 운동의 전부였다. 

2024년, 새해를 맞이하여 52kg 달성을 선언했다. 2,3킬로그램 빼는 게 이토록 어려울 줄 몰랐다. 수영과 식단만으로 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그때부터 요가, 스트레칭, 필라테스, 줌바 영상을 찾아 저녁식사 후에도 움직였다. 오전에는 수영, 오후에는 다른 운동을 하면서 아침저녁으로 활동하니 하루에 평균 90분을 운동하는데 썼다. 하는 만큼 효과가 나타났다. 뱃살과 옆구리살이 줄었다. 등살도 줄었다. 예전에 입던 청바지도 다시 입고, 턱 선도 살아났다. 무엇보다 자잘한 근육이 생겼다. 폐활량도 늘었다. 아침, 저녁으로 하는 운동이 힘들지만, 변화가 느껴지니 자정 전이라도 하는 습관이 생겼다. 여전히 수영이 A 이긴 하지만 러닝머신, 요가, 스트레칭, 필라테스, 기초 발레핏이 또 다른 a가 되었다.




하나만 보고 살 땐 다른 걸 볼 줄 몰랐다. 그것만 해야 하는 줄 알았다. 융통성이 없었다.

의도치 않게, 'A에 가까운 a를 찾았다.' 

이것도, 연륜 중 하나인가. 앞으로는 다른 일을 할 때도 나만의 a를 찾아야겠다. 쏠쏠한 재미도 있지만, 인생을 살아가는 나만의 노하우가 될지도 모르니까. 해야 할 일을 해서일까, 일상에서 찾은 해결책을 책 속 문장에서 다시 만나서일까. 온 종일 산뜻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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