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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믈리연 Jun 13. 2024

일기와 글은 뭐가 다를까요?



아침에 눈을 뜨니 8시였는데 늦어서 간단하게 시리얼 한 그릇 먹고 양치하고 세수하고 나니 8시 20분이어서 후다닥 옷 입고 가방만 메고 현관을 나섰는데 친구가 전화 와서 같이 가자고 해서 걸어갔는데 이야기하면서 걷다 보니 더 늦어져서 8시 40분에 교실에 도착했더니 친구들도 다 쳐다보고 선생님도 뭐라고 하셨다.




위의 글은 일기와 글 중, 어디에 해당될까요?

맞습니다. 일기입니다. 뭔가 익숙하지 않으세요? 초등 첫째 아이의 일기입니다. 이 나이 때 저의 일기도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일기도 글입니다. 일기 쓰기와 글쓰기가 뭐가 다르냐고 합니다. 어른들도 다르다는 것은 알지만, 정확히 구분 짓기 힘듭니다.

둘 다 '기록'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분명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간략하게 세 가지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첫 번째, 메시지의 여부입니다.

일기는 내가 보기 위해 씁니다. 하루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반성하거나 기록을 남깁니다. 사실, 생각, 감정을 적으면서 훗날 추억을 곱씹거나, 기억을 소환하는 목적이 있습니다. 그러기에, 깨달음 없이 마침표를 찍어도 괜찮습니다. 

글은 나와 다른 사람을 위해 씁니다. 나의 경험을 통해 독자에게 어떤 말을 전해줄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일기처럼 감정 토로, 표출, 넋 누리 위주로 늘어놓으면, 독자가 그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받을 수도 있습니다. 내 글을 읽은 독자의 마음이 불편하지 않도록, 글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되 어떤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지 메시지를 남기며 마무리합니다.


두 번째, 읽는 대상이 다릅니다.

일기는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이 같습니다. 내가 경험한 일과 감정을 나열하는 방식입니다. 그러기에 감정에 솔직하게 됩니다. 좋고 싫은 감정, 솔직한 마음, 심지어 다른 사람의 흉을 적어도 비난받지 않습니다. 

글은 다릅니다.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이 다릅니다. 어떠한 사실, 생각, 감정을 적어도 그 글을 해석하는 방식은 독자마다 다릅니다. 읽는 사람이 모두 다른 방식의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같은 글도 다르게 닿아갈 수 있는 겁니다. 그래서 일기와는 달리, 독자를 생각하며 글을 써야 합니다.


세 번째, 쓰는 형식이 다릅니다. 

일기는 제약이 없습니다. 어휘, 문법, 띄어쓰기가 맞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서두에서 언급한 아이의 일기처럼 문장이 길고 짧아도 괜찮습니다. 미사여구 및 군더더기가 많고 앞뒤 연결이 매끈하지 않아도 됩니다. 

글은 일기와는 다릅니다. 독자의 가독성을 위해, 구성과 논리가 있어야 합니다. 눈으로 훑어보기만 해도,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을 쉽게 파악할 수 있게 적어야 합니다. 적확한 어휘, 문법, 띄어쓰기 및 문장 부호 하나까지 주의해야 합니다. 친구와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처럼 줄임말이나 비속어 사용은 자제해야 합니다.




지난번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글쓰기를 강조하는 분위기입니다. SNS와 메신저로 소통하는 시대인 만큼 글쓰기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흐름에 도전장을 내밀어 보는 건 어떨까요. 본래 일기를 쓰고 있다면, 쓰기에 대한 거부감이 덜 할 거라고 봅니다. 조금 더 욕심내서 일기를 글로 탄생시키고, 나아가 한 권의 책으로 엮어보시길 권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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