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괭들과 함께 늙어가는 반려인 이야기

특징 : 새벽에 고양이 커뮤니티에 들어가 눈물 훔치기

by 갓노묘반려인


정감자, 정탄이


건강했던 아깽이들은 온데간데없고 이제 갓 노묘가 된 또는 환묘가 된 고양이들이 불쑥 찾아왔다.

"어딨었어. 찾았잖아. 우리는 계속 늙고 있었어."

미루고 미루고 미뤄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숙제를 펼친 기분. 마주하기 두려워 상상하다가도 얼른 지워버렸던 그날이 문을 부수고 쳐들어온 느낌이다. 늘 언제나 이렇게 건강히 곁에 있어 줄 거라며 바보같이 외면하고 살았다.




우리 집에는 괭들이 산다.

1. 송이 (12~13세 추정, 여, 삼색)

2. 감자 (8세, 남, 치즈)

3. 탄이 (7세, 남, 고등어)

4. 점희 (7~8세 추정, 여, 점박이)


이 중 가장 첫 번째로 같이 살게 된 감자. 감자는 태어난 지 대략 3개월이 되었을 때 가족이 됐다. 그러니 벌써 8년 넘게 동거 중인 셈이다. 덩치가 커다란 장난꾸러기 감자는 3년~4년 전 구내염 증상이 심해져 어금니 전 발치를 하고 지내다가 최근에 다시 구내염 증상이 더 심해져 송곳니를 전부 발치했다. 발치를 하면서 함께 한 건강검진 결과 폐, 간, 방광 등 모두 조금씩 고장이 나고 있었다. 게다가 심한 비만이라는 소견까지… 저는 살이 빠져서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말이에요.


가장 마지막에 합류한 넷째 정점희(점박이 얼룩소)는 최근에 한 건강검진에서 당뇨 전 단계라는 소견을 받았다. 신장 빼고는 다른 장기들도 조금씩 나이가 들어가고 있었다. 이땐 정말이지 눈앞이 캄캄했다. '내 탓이오. 내 탓이오'를 속으로 얼마나 외쳤나 모른다.


정점희


반려묘가 노묘로 접어들면서 건강했을 때에 가졌던 고민의 정도, 깊이, 빈도가 많이 달라졌다. 몰려오는 슬픔과 피곤함은 물론 현실적인 것까지 모조리 말이다. 이는 내가 회피한 결과, 준비하지 않은 결과이기도 해서 정말 부끄럽다.


나는 이런 부끄러움과 두려움, 불안 그리고 노묘들과 함게하는 기쁨을 반려인들과 나누고자 앞으로 글을 쓰려고 한다. 내가 잘못 했던 부분들이 있다면, 미래에 노묘를 반려하게 될 사람들이 덜 후회할 수 있도록 알려주고 싶고, 후회 없었던 부분에 대해서도 말할 것이다. 그리고 나도 많은 반려인들로부터 배울 것이다. 우리는 늙어가는 고양이와 함께 늙어가는 반려인으로서 함께 나누는 공감과 다정함이 필요하다. 우리 같이 끝까지 잘 해보자. 후회가 없을 수 없다. 그러나 최선을 다한 후의 후회가 되기를, 우리가 아닌 반려 괭들의 행복을 위한 선택을 하기를… 우리 함께 다독여보자.



정송이



-이상 새벽에 고양이 커뮤니티에 들어가 아픈 반려묘들 이야기를 읽고 눈물을 펑펑 흘린 갓노묘반려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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