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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는 고양이도 피해가지 않는다.

정점희의 이야기

by 갓노묘반려인
정점희


당뇨 전이라는 진단

코에 검정 다이아몬드 점이 있는 정점희,

추정 나이 7~8세인 점희는 낯을 엄청나게 가리고 이동 스트레스가 매우 큰 고양이다. 이동을 하게 되면 거의 패닉에 빠진다. 그래서 건강에 이상이 보이지 않는다면 최대한 검진을 미뤘었다.


이런 핑계로 4년간 건강검진을 하지 않았다. 물론 중간에 귀에 이상이 보여 병원에 간 적은 있지만, 전체 검진은 4년 만이었다. 이렇게 건강한데 꼭 해야 하나? 싶다가도 ‘아니야. 이젠 해야지.’ 하고, 예약을 잡았다. 안정제를 미리 처방받아 먹인 뒤 병원에 방문했다. 그런데 웬걸, 점희가 당뇨 전 단계니, 주의해서 봐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게다가 탈수도 심하고, 췌장의 모양도 좋지만은 않은 상태. 포동포동해서 귀엽게만 봤던 살들도 점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었다.


다른 검사 결과도 충격이었지만, ‘당뇨 전’이라는 진단은 정말이지 청천벽력 같았다. 일전에, 동물보호단체에서 잠깐 근무했을 때 봤던 고양이 중 하나가 당뇨였는데, 그때 몸에 부착하는 혈당 측정기를 달고 매시간 확인 후 인슐린을 주사했었다. 그 고양이는 얌전해서 다행이지, 활동적인 고양이라면 혈당 측정기를 매일 몸에 부착하고 있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그게 안되면 매번 채혈을 해야한다. 그것도 끔찍하다. 게다가 그 얇은 피부에 매일 인슐린 주사 바늘을 찔러야 하는 건… 회상을 하기 싫은 장면이다. 아무튼, 당뇨 확진은 아니지만 머리 속에선 온갖 시뮬레이션들이 매일 재생된다.


KakaoTalk_20250114_225417111.jpg 정점희


당뇨 전 케어 및 채혈 시작

집에 와서 모든 사료를 습식으로 바꾸려고 했다. 그러나 점희가 습식은 가리는 것이 많아서 올습식은 하지 못했고, 20-30퍼센트는 여전히 건사료를 먹인다. 그리고 혈당 조절에 좋다는 영양제도 구매했다.


일단 재검진 전 의사 선생님이 일주일에 한 번 뇨스틱으로 요당이 나오는지 체크를 해보자고 했다. 그렇게 한 달을 재보고 다시 혈액검사를 해보는 쪽으로 진료 방향을 잡았다. 그러나 의심 레벨 100인 정점희가 뇨스틱을 하게 내버려둘 리가… 한 번 실패하자 화장실을 안가려고 했고 그 모습에 식겁해서 뇨스틱은 바로 접었다. 물론 고양이 by 고양이지만, 한번 틀어져 버리면 정말이지 다신 그 행동을 안 할 수도 있는 것이 고양이다. 아무튼 어쩔 수 없이 가장 하기 싫었던 채혈을 해보기로 했다. 그런데 채혈 전 문제가 생겼다. 병원에 다녀온 뒤 밥과 물을 거의 먹지 않았다. 이동 스트레스가 매우 심했던 것 같다. 괭들은 먹지 않으면 지방간이 생길 위험이 커진다. 이건 응급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는 뜻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피하수액을 넣기로 했다.


그런데 앞서 말했다시피 점희는 케어가 쉽지 않은 고양이다. 손을 타게된 것도 정말 기적이라고 생각이 든다. 그런데 갑자기 피하수액이라니… 손이 덜덜 떨렸었다. 그나마 다행히 목표 50cc 중 25cc는 허락해 줘서 겨우 넣었고, 저녁에는 밥을 좀 먹어줬다. 앞으로 헤쳐나갈 생각에 불안했지만 일단은 만족해야 했다.


수액을 넣고 그다음 날쯤 채혈을 시도했다. 정말 정말…. 미안하게도 여러 번 실패했다. 자책에 자책에 자책을 더해 울고 싶었다. 그러다가 유투브에서 우연히 찾게 된 채혈 방법을 보고 겨우 성공! 패착은 채혈 바늘이었다. 나는 처음에 펜처럼 생긴 채혈기로 했는데, 그렇게 하면 적중률(?)이 떨어져 괜히 엄한 데만 찌를 수 있다. 그러니 그냥 란셋으로 혈관을 정확히 찌르는 게 시간과 아픔을 절약 할 수 있는 길이다. 또 사람 혈당기로 측정하면 안 된다. 사람 것은 꽤 많은 양의 피가 필요하기 때문에 혈당 측정기는 꼭 강아지 고양이용으로 구매해서 측정하길 바란다.


채혈을 하며 몇 번의 실패와 몇 번의 성공으로 며칠간 혈당을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다행히 공복혈당 및 식후 2시간 혈당은 정상범위에 들어가는 것 같았다. 혹 혈당기가 고장 났나 싶어 내 혈당도 재보았는데 고장 난 것 같진 않았다. 당뇨 전 진단을 받고 나서 3주가 흐른 지금도 혈당 범위는 정상이다. 그때 이동스트레스가 커서 생긴 오류였기를… 싶지만 쉬야에도 당이 나왔었기 때문에 절대 안심하면 안 된다.



앞으로...

아… 그날이 다가오고 있다. 추가 검진 날 말이다. 이번에는 조금 더 가까운 병원으로 병원을 옮겨보려고 한다. 병원을 싫어하는 친구라 이동시간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점희의 당뇨 전에 관한 얘기는 이것으로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 혹, 같이 사는 괭들 중 건식만 먹는 친구가 있다면 꼭 여러 가지 습식을 사서 테스트를 해두길 바란다. 그래서 좋아하는 습식 종류를 최대한 늘려 나중엔 건식과 영원히 안녕할 수 있도록 입맛을 단련시키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당뇨뿐만 아니라 수분이 많은 것을 섭취해야 신장, 방광 등 여러모로 좋다... (물론, 이것도 캔 바이 캔, 캣 바이 캣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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