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식장 사다리 걷어차기 ①소득
어느 합리주의자의 결혼사전 2.
연애(戀愛)
- 정서적 또는 경제적 자원을 바탕으로 두 사람이 생리적 욕망을 해소하고 서로를 돌봄.
고도로 자본주의가 발달한 우리 사회에서 누가 누구와 결혼하는가? 방구석 사회학자로서 나는 몸소 서른 살까지 행정적(….) 순결을 유지하며 과연 어떤 사람들이 결혼을 하는지 살펴보았다. 결론적으로 말해 결혼의 혜택을 누리는 사람은 자산가, 고학력, 엘리트 계급이라 볼 수 있다. 오, 연일 뉴스에서 떠드는 소리 아니냐고?
이 말은 저소득, 저학력, 노동자 계층은 결혼 못한다는 한탄이 아니다. 중산층의 결혼 사다리가 사라졌다는 뜻이다. 앞서 나는 코로나19 감염 후 격리를 계기로 결혼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 후 결혼정보회사를 가입했고 영양제를 마셔가며 매주 2회 소개를 받았다. 그 결과 특정 남녀만이 성혼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깨달았다.
1. 중상위 소득남녀
남성이 가계를 책임지던 시대 결혼시장은 뜻밖의 ‘소득 재분배’ 효과를 가져왔다. 고소득 남성이 어리고 아름다운(그리고 대부분 저소득인) 여성과 결혼하여 부를 나눠 누렸다. 하지만 이제 고소득 남성은 저소득 여성과 결혼하려 나서지 않는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어리고 아름다운 ‘중상위 소득’ 여성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은 여전히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소득동질혼(소득 수준이 비슷한 남녀 간 결혼) 비율이 낮은 편이다. 하지만 이는 남녀 임금 격차가 OECD 국가 중 가장 높기 때문이지, 선량한 남성들이 총대 메고 신데렐라와 결혼했기 때문은 아니다. 번듯한 소득이 있는 남성들, 부모 세대와 달리 희생보다 자아실현 욕구가 강한 젊은 남성들은 같이 아파트 대출을 갚아 갈 번듯한 직장 있는 여성을 원했다.
문제는 중위층 남녀다. 아론 베버나브는 「자동화와 노동의 미래」를 통해 제조업의 이윤 하락과 다국적 기업의 탄생으로 지역사회 산업기반이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한 내 고향 부산은 그 타격이 더 컸다. 바로 위 10학번 선배들까지만 해도 국립대학교를 졸업하면 대기업 생산기지(울산-현대, 창원-LG, 녹산-삼성)의 관리직 일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자동화, 전산화, 공장 이전 등으로 질 좋은 생산직이 사라졌고 구직자의 미래는 양극화되었다. 소수의 금융권, 공기업 일자리를 얻거나 수도권의 대기업 생산기지로 가거나 그마저도 얻지 못해 취업준비생으로 남았다. 한때 나와 결혼할 수도 있었던(그렇다고 해두자;) 준수한 연봉의 동기들이 중소기업에 취업하면서 결혼시장의 남녀 매물이 급격히 감소한 것이다.
소득의 관점에서 보자. 2022년 집계된 중소기업 대졸 신입 연봉은 2,881만 원이었다. 반면, 2018년 통계청 사회조사결과 ‘결혼 결심을 위해 필요한 연봉 수준’으로 41.1%가 4,000만 원이라고 대답했다. 결혼을 위해 필요한 소득과 실제 벌어들이는 수준이 1천만 원 이상 차이가 나는 셈.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3포 세대’라고 불리는 현상은 이들의 박탈감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정확히는 나의 박탈감이라고 볼 수 있겠지.
▷ 2편 ‘자산’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