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식장 사다리 걷어차기 ②자산
어느 합리주의자의 결혼 사전
- 신혼여행
생애 단 한 번 최장 2주까지 해외여행을 다녀오면서 고용상태를 유지할 수 있음.
지난해 방구석 사회학자로서 몸소 결혼정보회사로 침투(가입)해보았다. 3개월간 열아홉 번의 만남을 통해, 현대사회에서 성공적인 결혼은 소수의 남녀에게 해당함을 깨달았다. 첫째는 중상위 수준의 소득이고, 둘째는 오늘 이야기할 ‘자산’이다. 소득이나 자산이나 같은 말 아니냐고? 소득은 결혼 당사자인 두 남녀가 벌어들이는 수입을 말한다. 한편 자산은 당사자의 부모가 근로와 이자(지대)를 통해 축적한 부富를 말한다.
결혼시장에서 자산은 안정적 결혼 생활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다.
즉 스스로 부양할 수 있는 정도의 자산을 축적한 부모가 필요하다.
연일 뉴스는 경기침체로 고통받는 3포 세대를 헤드라인으로 보도한다. 이는 아이러니한 문제다. 90년대생은 그 어느 때보다 풍부한 자원을 누린 세대기 때문이다. 부모보다 높은 초임연봉을 받고, 부모가 (어느 시절보다 높은 금리로) 축적한 자산을 물려받는다. 물류가 발달해 원하는 상품 무엇이든 보름안으로 구할 수 있고, 주식과 코인으로 불로소득을 올릴 수도 있다. 즉 우리는 결코 ‘가난해서’ 결혼도 취업도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정말로 문제일까?
제이슨 히켈은 「적을수록 풍요롭다: 지구를 구하는 탈성장」을 통해 성장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핵심 동력임을 강조했다. 자본주의체제의 전성기를 경험한 90년대생은 1+1=2의 논리로 만족할 수 없다. 결혼해서 형편이 좋아질 수 없다면, 아이를 낳아서 상황이 낳아질 수 없다면 그 삶은 곧 도태이자 실패로 보인다. 가정을 꾸려서 더 좋은 정주 환경, 소비생활을 누리지 못할 바에는 혼자서라도 충분히 누려야한다.
그렇다면 이상적인 결혼이란 어떤 모습일까? 둘이 합쳐 더 큰 풍요를 누릴 수 있는 사람들 즉 고소득, 자산가, 고학력 계층의 결합이다. 그들의 결혼 계획은 먼저 아파트 매매부터 시작한다. 모은 돈, 부모의 지원, 직장인의 높은 신용도를 바탕으로 받은 대출 혜택으로 자금을 융통해 집을 마련한다. 부동산 가격은 그 속도는 느릴지언정 우상향 곡선으로 상승하므로 그들은 (몇 번의 이사를 감내한 끝에)상당한 자산을 축적할 것이다.
바로 이것이 혼인율은 급격히 감소하는 반면 예식비(예식장, 식대, 예물, 예단, 스냅, 드레스, 신혼여행…)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원인이다. 더 높은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엘리트 남녀로 그 수요층이 좁혀졌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나는 1,241 글자에 걸쳐 왜 아버지가 공무원연금 수령자일 경우 듀오에서 더 많은 프러포즈를 받을 수 있는지를 설명해 보았다. 한 줄로 요약하면, 합리적인 출발을 위해서는 상대방 부모님의 노후대비 여부를 살펴야 한다. 인간적이고 상식적인 싱글이라면 이쯤 되면 생각하겠지. ‘더럽고 치사해서 결혼 못해먹겠네’.
하지만 그렇지 않다.
합리적으로 봤을 때, 결혼하지 않는 삶은 더 더럽고 치사하기 때문이다.
▷ 3편 ‘신성한 결혼 무너뜨리기’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