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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재 Aug 13. 2023

결혼하라 후회할 것이다. 결혼하지 말라 후회할 것이다!

신성한 결혼 무너뜨리기

지난여름이 끝날 무렵, 제 발로 결혼정보회사를 찾아갔다.

그 말인즉 애인도 없는데 결혼하기를 결심했다는 말이다.


강경한 합리주의자인 나는 작년 코로나19 감염을 계기로 결혼을 결심했다.

결혼하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결혼하지 않은 삶이 비합리적이기 때문이다.

삼십 대 삶을 두 가지 경우로 살펴보면 결혼이 더 나은 선택임은 자명하다.






 1. 결혼 없이 연애만 할 때


 2022년 주민등록세대 중 1인 가구 비율이 40%를 넘어섰다. 2018년 통계청 사회조사 결과 ‘남녀가 결혼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 수 있다’고 대답한 비율은 56%였다. 실제로 고교 동창이나 대학 동기를 보면 혼인신고 없이 같이 사는 커플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지나친 결혼식 비용이 문제인 경우도 있고, 연애만 해도 좋은 상황에서 번거로운 행정 절차를 밟는데 대한 회의감도 있다.


 언론에서 동거 커플을 문제적으로 다루고는 하는데, 동거는 오히려 젊은 연인들의 능동적 선택의 결과이다. 2022년 집계된 중소기업 신입 연봉은 2,881만 원이다. 한편 ‘결혼 결심을 위해 필요한 연봉 수준’으로는 41.1%가 4,000만 원이라고 대답했다. 결혼식 비용은 어떤가? 듀오가 발표한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평균 예식비용(예식홀 및 웨딩패키지) 은 1,390만 원이었다. 젊고 가난한 연인이라면 그 돈으로 한 달간 유럽여행을 다녀오는 편이 낫다.


 문제는 이다음 일이다. 결혼제도는 두 사람의 자산을 합치고 증식할 수 있는 법적 보호를 제공한다. 번듯한 소득을 가진 두 사람은 높은 신용도를 바탕으로 낮은 금리의 대출을 이용할 수 있다. 투자의 접근성이 좋아지고 자산 축적의 기회는 많아진다.


 반면 제도적 보호 밖의 중산층 동거 커플은 대출은 물론이고 청약, 증여, 돌봄 서비스 등 복지 혜택에서 제외된다. 물론 디딤돌대출, 장기요양서비스 등 지원은 확대됐지만 요건이 까다롭다. 사십대로 진입하고 은퇴시기가 다가올수록 보험과 연금 등 노후를 대비하기도 빠듯한 실정이다.


 2. 결혼 없이 연애도 없이 살 때

 법적, 행정적, 경제적 안전망은 고사하고 정서적 보호를 받기도 어렵다. 물론 독신으로 행복한 삶을 이어가는 사람도 많다. 나 역시 싱글라이프가 즐거웠고 지금도 (글 쓰는 시간을 비롯해) 혼자 지내는 시간이 소중하다. 하지만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가 시도하는 일들―소개팅, 등산, 맛집 탐방, 바디프로필, 필라테스, 유럽여행 등―을 언제까지고 정력적으로 반복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비혼은 결심보다는 정력과 체력의 문제다.


 오, 그리고 시간차 공격이 있다. 서른 살을 기점으로 (더 늦거나 빠를 수도 있지만) 우리 조상이 물려주신 DNA가 호르몬을 바꾼다. 생전 좋아하지 않았던 아이가 귀여워 보이고, 섹스가 예전만큼 쉽지 않고, 나를 돌봐 줄 가족의 노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 무엇보다 내 마음을 움직였던 계기는 등산 동호회를 통해 만난 언니 오빠들이었다. 그들은 끊임없이 소개를 부탁하지만, 그들의 수준을 맞춰주기가 너무 어렵다!


 

3. ‘신성한 결혼’ 무너뜨리기

 갈수록 더 많은 미혼남녀가 1인가구의 삶과 비혼을 선택하고 있다. 하지만 기피한다는 말은 곧 결혼을 대단히 중요한 제도로 여긴다는 뜻이다. 결혼이 필수가 아닌 선택인 사회에서 결혼이란 진정한 사랑의 성취, 또 하나의 자아실현이다. 더불어 결혼은 엘리트 계급의 특권으로 자리 잡았다. 지금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바는, 스스로 결혼 신화를 무너뜨리는 일이다.


 다시 말해, 결혼하지 않은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인정하고 보호해야 한다. 독신, 동거, 동성커플, 한부모 가정 등을 한 가구로 인정하고 제도적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 동거 커플도 저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고, 독신 남녀도 아파트 특별공급을 누릴 수 있으며, 한부모 가정도(한부모 가정일수록) 돌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제도권 밖의 시민도 사회 안전망을 누릴 수 있을 때 비로소 사회적 재생산이 이루어진다.


 이로써 성대한 예식으로 많은 초기 자본을 소진하던 젊은 남녀도 결혼이 특별한 행사가 아님을 깨달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사회학도의 의견이었다. 현실로 돌아와야 할 때다.  

결혼이 더 나은 선택이라는 결론까지는 중요한 전제가 따른다.

괜찮은 결혼 상대가 있으며 그도 결혼을 원한다는 사실말이다.


이제부터 조금은 더 개인적인 결혼시장 경험담을 풀어보겠다.


▷ 뒤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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