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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몽인 Jan 19. 2024

글을 써볼까 해

많이 읽고 많이 쓰고


2024년이 되었다.

이직을 했고 이사를 했다. 집에서 일터까지는 오직 2분밖에 걸리지 않는 그런 곳에 산다.

이전엔 어학원이었다면 지금은 입시학원이라 색깔은 바뀌었지만, 학원 업무라는 큰 틀은 같기에 예상보다 더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더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곳이고 일하며 재미를 느낄 수 있어 심신에도 평화가 찾아왔다.


평화가 찾아오면 또 따라오는 그림자가 하나 있다.    

권태.


내 삶에 유난히 자주 등장하는 감정이자 글을 쓸 때조차 단골 소재인 아이다.

인생에 일이 큰 분야를 차지하는 나였기에 잘 맞는 일을 만나면 그만 머리가 복잡할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진로, 관계, 취미 등에 안정기가 오자 ‘그럼 다음은 뭔데?’가 생겼다.

이 생각을 했던 계기는 특이했다.



“만약 돈을 이제 그만 벌어도 되는 정도의 재력이 생기면 뭘 하고 살 거예요?”


사람들끼리 자주 하는 ‘만약에 내가 돈이 많다면’이라는 순수한 상상 질문이었다.


“뭐 일을 계속하겠죠. 전 심심한 걸 못 견뎌해서 백수는 체질이 아니라서요.”


“그 일을 하는데 돈이 안 들어와도 돼요? 진짜 돈이 너무 많아서 더 이상 안 벌어도 먹고 살 정도니까요.”


흠..

아무리 경제적으로 여유롭다 해도 내가 지금 일을 하는데 돈이라는 보상이 없다?

그럼 난 지금처럼 즐겁게 일을 할 수 있을까.


궁금해서 다양한 사람들에게 물어봤다.



1. 돈 많은 백수

마린시티, 한강 뷰 등 비싼 아파트를 사고 멋있는 차를 사서 여유롭게 인생을 즐길 거라 했다.


2. 세계 여행자

시간과 돈을 마음껏 쓰며 보지 못했던 세상을 마음껏 여행하며 살거라 했다.



1. 물질이 주는 행복

과연 이 행복은 나한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칠까.

원하고 싶은 것을 얻었을 때 갖는 만족감은 찰나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손에 넣었을 때의 달콤함은 맛있지만 너무 금방 녹아버리는 초콜릿 같다.

하지만 우리의 시간은 계속되고 일상은 반복될 것이다.

호화로운 집과 차 안에서는 과연 무엇을 하며 살아갈까.


2. 여행이 주는 행복

이직 틈이 나면 여행을 떠나는 나에게도 여행은 큰 행복을 가져다준다.

생각해 보면 여행을 즐기는 순간은 ‘지금 이곳에 오는 것이 마지막일 수 있어서, 이렇게 시간을 내서 떠나는 것이 값져서, 일상에서 보다 조금은 더 여유롭게 지낼 수 있어서.’이다.

즉, 시간과 돈에 제약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니깐 여행이 더 짜릿하고 즐거운 것이다.

넘쳐나는 돈과 시간은 있지만, 돌아갈 일상이 없는 여행에는 감흥이 덜 하고 피곤함이 강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



끝으로 물어본 한 친구의 답변이 흥미로웠다.


“마당이 있는 집들을 많이 사서 유기견들을 구조할 거야. 해외 입양도 보내고 유기견 단체를 만들거나 기부를 해야지.

와.. 걔네 다 케어하려면 사람들도 모아야 하고.. 돈 진짜 많이 필요하겠다. “


역시 개에 애정이 많은 친구의 답변이었다.


곱씹다 보니 내가 명쾌한 대답을 못 하는 이유를 알아냈다.

순수한 애정을 쏟는 곳, 즉 꽂혀있는 분야가 없었다.

생활 수단에서 벗어나 순수한 내 애정을 쏟을 곳이 어디일까 싶다.



누군가는 이 애정이 결혼을 한 후 생기는 본인의 자식에게 갈 것이고 또 누군가는 평생을 사랑하고 열망하던 연기를 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내가 애정을 쏟을 수 있는 곳.

돈과 상관없이 꾸준히 하며 오래 더 많이 할 수 있는 것.


결국 글이었다.

읽고 쓸 수 있는 글.

내가 늘 하는 생각과 직접 부딪혀 가며 깨닫는 경험이 잘 묻어 나오는 글.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써볼까 한다.

거창하지 않지만 그냥 애정을 듬뿍 담아 글을 써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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