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게임의 주 수익 모델(Business Model, 이하 BM)은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 새로운 경험을 판다. 플레이스테이션과 닌텐도 등에서 유통되는 이른바 AAA게임은 대부분 이 형태를 띠고 있다. 다른 누군가와 경쟁하지 않고 혼자 플레이하는 게 보통이다. 흥미진진한 스토리에 캐릭터를 직접 조작하여 따라가면서, 예술 작품에 참여하는 듯한 문화 경험을 한다. 그런 의미에서 게임은 예술의 막내라고 할수 있고, 게임 비평은 예술 비평의 첨단에 있다.
둘째, 상대적 우위를 판다. 스포츠 게임이 대표적이다. 더 좋은 선수 카드를 비싸게 구매해 다른 유저를 이길 수 있는 팀을 만들어야 한다. 보통 현금으로 게임 내 화폐를 살 수 있게 하는데, 게임 내 화폐의 현금 환산 가치가 보통 계속해서 내려가게 인플레이션적으로 설계를 해놓았다. 그래서 뒤에 진입한 유저들이 더 좋은 교환비로 게임 내 화폐를 사 좋은 카드를 산다. 따라서 기존에 좋은 팀을 구성했던 유저는 현상 유지를 위해서라도 게임 내 화폐를 구매해야 한다.
이런 류의 게임에서 중요한 것은 과금 상위 10%와 하위 90%의 구별이다. 하위 90% 유저는 돈을 적게 쓰고, 이벤트 등을 통해 무료로 공급되는 게임 내 화폐를 사용하여 게임을 적당히 즐긴다. 상위 10% 유저는 돈을 많이 쓰고 우월감을 즐긴다. 두 집단이 게임을 통해서 얻어가고자 하는 것이 다른 것이다. 상위 10% 내의 위계가 하위 90% 내에서의 위계보다 더 엄격하기 때문에 상위 10%는 더 올라가기 위해 큰 돈을 쓰는 압력에 빠진다.
셋째, 자기 표현을 할 수 있는 아이템을 판다. 보통 첫째와 둘째 BM이 메인이고, 부가적으로 달려 있는 경우가 많다. 게임을 즐기면서 여러 아이템의 조합으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표방하고 싶어한다. 비싼 아이템으로 우월감을 얻고 싶어하는 유저도 있지만, 스스로의 고유한 매력을 뽐내고 싶어하는 사람도 많다.
만약 블록체인이 게임 산업에 접목된다면, 두번째 형태의 BM에 적합하다. 블록체인 상의 토큰 거래소에서 얻는 수익을 게임사가 얻는다고 생각해보자. 그렇다면 게임사는 더 이상 게임 내 화폐의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아도 된다. 예를 들어 A, B, C 세 종류의 아이템들을 정해놓고 정기적으로 특정 종류의 아이템이 게임에서 유리해지는 업데이트를 한다고 생각해보자. 그렇다면 유저들은 불리해진 아이템을 팔고, 유리해진 종류의 아이템을 살기 위해 거래를 할 것이다. 이 거래의 수수료를 게임 개발사가 취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게임사가 게임 내 화폐의 독점적 판매상이 될 필요가 없다. 보통 게임 내 화폐를 유저들끼리 직접 거래하는 것은 게임사가 금지한다. 유저들이 이벤트 등을 통해 돈을 지불하지 않고 축적한 게임 내 화폐를 구매해버리면 게임사가 돈을 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거래소 수익을 게임사가 취할 수 있다면 거래를 하게 내버려두는 편이 이익이 된다. 따라서 자유로운 거래라는 블록체인의 철학에 입각한 방식으로 게임이 설계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게임 내 화폐의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필요도 없다. 따라서 게임 내 화폐를 게임이 활성화되는 시점에서 유저들에게 미리 팔고, 오히려 디플레이션을 약속한다면, 게임의 수익권을 유저들에게 미리 파는 금융화의 효과가 나타난다. 게임의 블록체인 도입이 주는 효용의 핵심이 여기에 있다. 자금력이 부족한 소규모 개발사라면 토큰 발행을 통해 게임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고, 그를 바탕으로 게임을 발전시켜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물론 위에서 말한 것은 이상적인 가능성이고, 실제의 블록체인 게임은 토큰 가격이 지나치게 급등락하는 바람에 게임 경제를 혼란에 빠뜨렸다. 유저들에게 무한한 자유를 주는 것이 게임을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는 않을 수 있다. 블록체인 게임이 언젠가 다시 활성화된다면, 개발사는 금융화의 이점과 게임 내 경제 혼란이 주는 단점의 트레이드오프 속에서의 최적점을 판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