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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창우 Nov 21. 2023

스타트업에게 적합한 복지

 최근 스타트업 씬의 재정 상황이 좋지 않다. 여러 스타트업들에서 제공하던 복지를 줄인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아 줄여야 하는 복지는 애초에 하지 말았어야 하는 복지라고 생각한다. 복지는 결국 현금 보상을 하는 것보다 복지로 제공하는 것이 기업 구성원에게 더 혜택이 될 때, 그럼으로써 기업에게도 이익이 될 때 하는 것이다.


-대기업의 경우

 여러 계열사를 거느린 대기업의 복지는 분명히 비용 효율적이다. 호텔 비즈니스를 가지고 있는 대기업 계열사라면, 호텔을 복지로 제공했을 때의 비용은 그리 크지 않다. 호텔은 기본적으로 공실이 많기 때문에 직원들을 숙박시켜서 포기해야 할 이익이 크지 않은 것이다. 불황이 와서 관광 수요가 줄어들면 공실은 더더욱 늘어나기 때문에, 호텔 복지를 줄일 이유가 없다. 보험, 카드 등의 혜택도 마찬가지로 계열사에 해당 업종이 있다면 원가로 직원들에게 제공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늘릴 수 있으니 직원과 회사 모두 윈윈이다.

 또한 연봉 대신 복지로 보상을 지급하면, 직원들의 이직을 막는 효과가 있다. 도쿄에서 신한은행 자회사에 다니는 친구가 있는데, 직장에서 멀지 않은 거리 내의 방을 계약하면 주거비를 지원해주고 이 금액이 상당하다고 한다. 대신에 기본급이 낮다. 이직 연봉 협상을 할 때 복지비를 계산해서 추가 반영해달라고 하기에는 여러가지 소통 비용 이슈가 있다. 현실적으로 기본급만을 인정받을 것인데, 그러면 이직한 회사에서 기본급을 어지간히 많이 올려주지 않는 이상은 기존 회사에 다니는 것이 이익이 된다. 신입사원을 뽑아 교육하는 시간과 비용을 들인 회사 입장에서는 직원들의 이직이 손해이므로 최대한 보상구조를 이직에 불리하게 설계해놓은 것이다.

 감정적인 부분도 고려한다. 한국 사회에서 부모상은 중요한 행사다. 대기업에서 상조를 지원해주고 화환을 보내주는 것은 적은 비용으로 직원의 충성도를 사기 위함이다.


-스타트업의 경우

 그런데 많은 경우 투자를 잘 받았던 스타트업들이 대기업의 복지를 좋아 보인다고 따라한다. 대기업의 복지는 기업에게 유리하게 구조가 설계된 것인데, 그 의도를 벤치마킹하지 않고 결과만 가져온 것이다. 그러니 자금 상황이 안 좋아지면 복지를 없애게 된다.

 물론 아예 의도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사정이 안 좋아지면 연봉을 깎는 것보다는 복지를 없애는 게 저항이 적다. 그러나 직원들이 느끼는 박탈감('드럽고 치사해서 원..')이 회사에 대한 충성도를 떨어뜨리게 된다. 이럴 바에는 애초부터 안 주는 것이 나았다.

 따라서 나는 스타트업에게는 대부분의 복지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의료비나 운동비, 도서 구입비, 컴퓨터나 모니터, 의자 구입비 등은 직원의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으므로 재정 상황이 허락하는 한에서 지원해주는 것이 좋다. 나머지 복지를 줄 바에는 연봉을 올려주는 것이 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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