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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창우 Nov 21. 2023

노동의 형태와 게임의 형식

 나는 부산에서 나고 자라 18년을 살다가 대학을 서울로 진학했다. 서울 출신 친구들과 교류를 하다 느낀 점 중 하나는 좋아하는 스포츠가 다르다는 것이다. 부산에서는 야구가 인기가 많다. 그런데 서울 친구들은 주로 축구를 좋아했다.

 나는 노동 형태와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부산에는 대기업 본사가 없다. 그러다 보니 공무원들과 공기업 직원들이 고소득 직종의 주를 이룬다. 인접 지역의 회사에서 돈을 벌고, 교육이나 의료 인프라 때문에 주거만 부산에서 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부산은 생산의 도시라기보다는 소비의 도시고, 그 영향으로 자영업자 비중이 크다. 대학을 졸업하고 식당 창업에 도전하는 20대 친구들이 꽤 보일 정도다.

 식당/카페, 택시기사, 각종 상품 판매업 등 자영업 노동의 특성은, 장시간의 노동이 밀도가 낮게 진행된다는 것이다. 많이들 야구의 단점은 지나치게 긴 플레이 시간이라고 한다. MLB는 플레이 타임을 줄이기 위해 각종 정책들을 내놓을 정도이다. 그러나 자영업자들에게는 오히려 긴 플레이타임이 장점이다. 지루한 노동시간을 달래줄 무엇인가가 필요한 것인데 야구가 딱이다. 중요한 플레이를 손님을 응대하느라 놓치더라도, 끊임없이 리플레이를 보여주니 흐름을 따라가는 데 문제가 없다.

 반면 기업에 소속되어 일하는 노동의 특성은 노동의 밀도가 높다는 것이다. 9 to 6 동안 집중해서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와 1~2시간을 즐겁게 보내며 스트레스를 풀고 싶어한다. 이 수요에는 축구가 적합하다.


 게임 비즈니스도 결국 노동의 형태와 연관이 있을 것이다. LOL, 배틀그라운드과 같이 30분 내외의 시간 동안 집중해서 플레이해야 하는 게임은 기업체에 소속된 근로자에게 적합하다. 반면 분재형 게임이라 불리는, 자동 플레이를 돌려 놓고 가끔 들어와 확인하며 새 액션을 지시하는 게임은 자영업자에게 적합하다.

 사회에 자영업자뿐만 아니라 프리랜서 등 기업에 소속되지 않는 자유로운 노동형태가 많아짐에 따라, 분재형 게임의 수요는 우상향할 것이다. 낮은 출산율로 인해 갈 곳을 잃은 돈들이 게임 산업으로 몰려들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분재형 게임의 미래는 밝다.

 더 나아가, 게임 외에도 유저가 비정기적으로 종종 접속하여 짧은 시간을 보내는 이용 패턴을 가진 서비스들 역시 수요가 우상향할 것이다. 대표적으로는 SNS, 온라인 커뮤니티, 틱톡/숏츠/릴스 등이 있다. 주식이나 코인을 거래하는 앱 역시 마찬가지다. 투자 수익률을 확인하고, 매매를 하는 과정이 비정기적으로 일어나며, 짧은 시간 내에 도파민을 얻기 때문에 일종의 게이미피케이션이 일어났다고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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