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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s Worldwide Apr 01. 2024

독학 예술가의 비주류 예술서 3부작


저를 포함해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숫자 ‘3’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완벽한 숫자를 의미합니다. 하나만 있으면 불안정하고, 둘은 구분이나 대립이 있을 수 있지만, 1과 2를 합한 3은 더하고 뺄 필요가 없는 완벽하고 안정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인지 문학, 영화, 음악, 공연 등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에서는 종종 3이라는 숫자가 주는 안정감에 기반해 ‘3부작’(Trilogy)으로 작품이 구성되곤 합니다.


2024년은 제가 한국에서 독학 예술가(self-taught artist)로 활동한 지 10주년이 되는 해이자, 제가 염원하던 비주류 예술서 3부작’(Non-mainstream Art Trilogy)을 완성한 해이기도 합니다. 20세기 초 정신의학은 ‘광인’을 필두로 소외계층과 약자들이 지닌 예술적 역량과 가치에 주목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연구함으로써 비주류 예술의 초석(礎石)을 다졌습니다. 이후 ‘아르 브뤼’(Art Brut)와 ‘아웃사이더 아트’(Outsider Art) 두 개념을 주축으로, 한 세기 동안 미국과 유럽에서 비주류 예술은 개념화와 세분화, 확대와 정착의 과정을 거쳐왔고요. 그 어느 때보다 통합과 평등, 다양성과 연대를 강조하는 현시대에 유연함과 개방성에 기반한 비주류 예술이 주는 의미와 시사점이 크지만, 안타깝게도 한국 미술계에서 비주류 예술은 여전히 낯설고 설익은 존재입니다.


영문학도인 저에게 ‘최애’ 작가 중 하나인 토니 모리슨(Toni Morrison)“읽고 싶은 책이 있는데 아직 그것이 쓰이지 않았다면, 당신이 그 책을 써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들 3부작이 탄생한 것도 그 때문이었습니다. 주류 밖 예술에 관심이 있는 누구에게든, 저처럼 세계 곳곳의 비주류 예술 자료와 관련 기관·단체 홈페이지 내용을 일일이 번역·해석하고, 몇 안 되는 데다 절판까지 된 국내 자료들을 찾아 중고책방을 헤매는 경험을 겪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또한 상업 출판사들에게는 소위 ‘돈 안 되는’ 콘텐츠인 점, 불필요한 재고나 고비용 등의 부담이 있는 자비출판을 지양하고 싶은 점, 무엇보다 저자가 스스로 없애지 않는 한 절판되지 않고 언제든 누군가가 원할 때 콘텐츠가 제공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이들 책 모두 자가출판플랫폼 부크크(BOOKK)에서 POD 방식으로 출간했습니다(전자책 발간은 유페이퍼 시스템을 활용했습니다).



2021년에 발간한, 저의 첫 비주류 예술서 『저는 독학 예술가입니다』는 오직 예술에 대한 열정 하나로, 평범한 직장인인 제가 한국 사회에서 독학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구축하고자 고군분투해 온 이야기를 담은 자전적 에세이입니다. 브런치 매거진에서 연재한 콘텐츠들을 엮어 완성한 이 책은 소위 ‘아싸’ 예술가로서 무수한 시행착오 속에서도 저만의 예술 세계를 구축해 나가고, 예술계에서 그 노력이 결실을 맺어가는 과정을 진솔하게 담고 있습니다.



YES24에서 ‘예술일반/예술사 top100 1주’라는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던, 저의 두 번째 비주류 예술서 『독학 예술가의 관점 있는 서가: 아웃사이더 아트를 읽다』는 2022년에 출간되었습니다. 『저는 독학 예술가입니다』처럼 브런치 매거진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이 책은 국내 비주류 예술의 현주소를 파악하기 위한 ‘바로미터’(barometer)로서, 산재해 있던 국내 비주류 예술자료들을 찾아내 소개하는 동시에 이들을 분석해 국내 아웃사이더 아트의 현주소와 시사점을 크게 3가지로 제시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올해 출간한 『아르 브뤼와 아웃사이더 아트: 그렇게 외부자들은 예술가가 되었다』는 아르 브뤼와 아웃사이더 아트 개념을 중심으로 비주류 예술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고, 그 미래에 대해 고민할 수 있도록 지난 100년 간의 비주류 예술사를 압축한 ‘엑기스 노트’입니다. 이 책은 비주류 예술 100년사를 조망하는 국내 최초의 단행본으로, 사진 자료들 중 일부는 제가 직접 미국과 유럽의 주요 비주류 예술 전문 뮤지엄, 기관/단체, 갤러리, 출판사에 연락해 이 책의 취지를 설명하고 제공받았습니다.


최근 제가 감명 깊게 읽은 책은 『김달진, 한국 미술 아키비스트: 새로운 가치 창조, 수집에서 공유로』입니다. 이 책은 예술을 사랑하고 수집에 몰두했던 시골 소년 김달진이, 크고 작은 삶의 풍파를 이겨내며 국내 최고의 미술자료 전문가로 거듭나기까지의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저자는 그가 한국 미술자료계의 ‘인간문화재’로까지 불리게 된 요인을 ‘공유’에서 찾습니다. 즉, ‘수집’이라는 개인적인 욕망을 통해 얻은 자료들을 사회에 ‘공유’하고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과 소통함으로써, 이들 자료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기여했다는 것이지요. 많이 부족하지만, 비주류 예술에 있어서는 아낌없이 공유할 만큼의 역량과 열정을 보유한 예술가이자 저술가가 되고 싶습니다. 이들 비주류 예술서 3부작이 제 바람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귀중한 디딤돌이 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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