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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s Worldwide Apr 09. 2024

읽고 싶은 책이 있는데 아직 그것이 쓰이지 않았다면

[부크크 인터뷰] 오혜재 작가 -『아르 브뤼와 아웃사이더 아트』

국내 POD 출판 플랫폼 부크크(BOOKK)의 창립 10주년을 맞아, 부크크에서 진행하는 저자와의 인터뷰에 저도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부크크 덕분에 저의 ‘비주류 예술서 3부작’을 성공적으로 출간할 수 있었는데요.

제 인터뷰가 작가를 꿈꾸는 모든 분들께 작게나마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전문은 부크크 홈페이지(bookk.co.kr) 내 ‘커뮤니티-후기·인터뷰’ 코너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간단한 자기 소개와 이력 부탁 드립니다.

한국에서 독학 예술가(self-taught artist)이자, 직장인이면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창립 10주년을 맞이한 부크크처럼, 저도 올해로 예술가로 활동한지 10년째가 되었습니다. 신간 『아르 브뤼와 아웃사이더 아트: 그렇게 외부자들은 예술가가 되었다』를 비롯해 『저는 독학 예술가입니다』(2021), 『독학 예술가의 관점 있는 서가: 아웃사이더 아트를 읽다』(2022)를 부크크에서 발간했습니다. 예술 비평문과 칼럼도 꾸준히 기고하고 있으며, 다년간의 국제 업무 경험과 석사 전공(다문화·상호문화 협동과정)을 토대로 예술을 통해 다양한 문화 간 이해와 소통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독학 예술가’를 다룬 이전의 두 저작에 이어서 이번이 부크크에서 출간하신 세 번째 책인데요. 이번 책을 출간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첫 번째 책 『저는 독학 예술가입니다』는 평범한 직장인인 제가 한국 사회에서 독학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구축하고자 고군분투해 온 이야기를 담은 자전적 에세이입니다. 

두 번째 책 『독학 예술가의 관점 있는 서가: 아웃사이더 아트를 읽다』는 국내 비주류 예술의 현주소를 파악하기 위한 ‘바로미터’(barometer)로서, 산재해 있던 국내 비주류 예술자료들을 찾아내 소개하고 국내 아웃사이더 아트의 현주소와 시사점을 제시하는 자료입니다. 

올해 출간한 『아르 브뤼와 아웃사이더 아트: 그렇게 외부자들은 예술가가 되었다』는 ‘아르 브뤼’(Art Brut)와 ‘아웃사이더 아트’(Outsider Art) 개념을 토대로 비주류 예술의 과거와 현재, 향후 전망을 압축한 ‘엑기스 노트’로서, 비주류 예술 100년사를 조망하는 국내 최초의 단행본입니다. 한 세기 동안 미국과 유럽에서 비주류 예술은 개념화와 세분화, 확대와 정착의 과정을 거쳐왔지만, 한국 미술계에서 비주류 예술은 여전히 낯설고 설익은 존재입니다. 독학 예술가로서 제가 한국사회에서 직접 부딪히면서 겪은 경험들을 토대로, 국내에 꼭 필요한 비주류 예술서를 만들어야겠다 싶어 완성한 것이 이들 3부작입니다.  


▶책의 구상부터 최종 탈고까지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렸고 이 과정에서 가장 즐거웠던 일 혹은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어떤 것이었나요?

앞서 발간한 두 책은 <브런치 매거진>을 통해 연재한 콘텐츠들을 모아 제작한 것으로, 전체 제작 기간은 6개월-1년 정도 소요되었습니다. 

세 번째 저서의 경우 수년 전부터 기획하고 자료들을 수집·분석해왔는데, 오랜 기간동안 준비한 덕분에 원고 집필과 편집 작업은 2개월여 만에 끝낼 수 있었습니다. 

첫 번째 책 『저는 독학 예술가입니다』에서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다루었지만, 나머지 두 책은 콘텐츠의 객관성과 질을 담보하기 위해 다양한 외부 자료들을 충분히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한국이 비주류 예술의 ‘불모지’에 가깝다 보니 세계 곳곳의 비주류 예술 자료와 관련 기관·단체 홈페이지 내용을 일일이 번역·해석하고, 몇 안 되는 데다 절판까지 된 국내 자료들을 찾아 중고 책방을 헤매야 했습니다. 

때때로 뮤지엄, 기관/단체, 갤러리, 잡지사 등 유관 분야 국내외 관계자들에게 도움을 구하기도 했는데, 일개 개인이, 그것도 주류 미술계 밖의 사람이 추진하기에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었습니다. 그래도 비주류 예술에 대한 제 의지와 열정을 이해해 주시는 고마운 분들이 계셨기에, 비주류 예술서 3부작을 무사히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비주류 예술’이란 개념이 사실 일반 독자들에게는 낯선 개념일 수 있는데 간단하게 정의를 내려주신다면? 그리고 일반인들이 어떻게 하면 ‘비주류 예술’을 어렵게 느끼지 않고 즐길 수 있을까요?

기실 ‘비주류 예술’이라는 말은 제가 주류 미술계 밖의 예술을 통칭하고자 사용한 말인데요. 전문 용어로는 앞서 언급한 ‘아르 브뤼’와 ‘아웃사이더 아트’가 있습니다. 

20세기 초 정신의학은 ‘광인’을 필두로 소외계층과 약자들이 지닌 예술적 역량과 가치에 주목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연구함으로써 비주류 예술의 초석을 다졌습니다. 처음에는 정신과 의사들이 치료 목적으로 환자들의 창작활동에 주목했으나, 점차 이를 예술 분야의 한 영역으로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1945년 프랑스의 화가 장 뒤뷔페(Jean Dubuffet)가 정식 미술교육을 받지 않고 주류 사회 및 예술계 밖에 존재하는 창작자들의 예술을 ‘날 것의 예술’(raw art)이라는 뜻의 ‘아르 브뤼’라고 명명합니다. 1972년 영국의 예술학자 로저 카디널(Roger Cardinal)이 아르 브뤼의 영문 번역어로서 ‘아웃사이더 아트’라는 용어를 고안했는데, 이는 특히 미대륙을 중심으로 포괄적·개방적 개념으로 진화하게 됩니다. 정리하자면 예술가의 범위에 있어 아르 브뤼는 정신병원이나 수용소에서의 예술에 초점을 맞춘 협의의 개념인 반면, 아웃사이더 아트는 정식 예술교육을 받지 않은 모든 창작자들에게 적용되는 광의의 개념입니다.



▶이 책에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가장 중요한 메시지가 있다면? 또 독자들이 어느 부분을 가장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지?

저는 비주류 예술이 유의미하게 다가올 수 있는 때가 바로 지금이라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어느 때보다도 현시대가 통합과 평등을 중시하기 때문인데요. 제 업무와 연관지어 생각해 본다면, 대표적인 예로 유엔이 채택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가 있습니다. SDGs는 2000년부터 2015년까지 진행된 유엔 새천년개발목표(MDGs, Millennium Development Goals)를 종료하고, 2016년부터 2030년까지 추진하고자 구축한 국제사회의 공동 목표입니다. 앞서 시행된 MDGs와 비교했을 때, SDGs는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다’(Leaving no one behind)라는 슬로건을 중심으로 사회적 격차 해소, 포용과 연대를 강조합니다. 

예술의 차원에서 본다면 이는 문화다양성의 수용, 문화 간 교류, 예술가의 창작과 표현의 자유, 보편적 문화 접근성 및 관련 활동 참여, 문화를 통한 사회적 연대 등으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누구나 예술가로서 자유로이 역량과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보는 비주류 예술이 유연함과 개방성을 토대로, 사회 통합과 다양성을 위한 예술의 역할과 가능성을 재발견하는 데 있어 유의미한 시사점을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관점에서 독자분들이 이 책을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작가님이 가장 좋아하는 책 속 구절을 소개해 주세요. 그 이유도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르 브뤼의 창시자 장 뒤뷔페의 말이 ‘날 것의 예술’에 대한 본질을 가장 적확하게 짚어주고 있습니다. “예술은 사람들이 마련해 놓은 침대에서 잠들지 않는다. 진정한 예술은 예술이라고 불리는 동시에 사라지기에, 익명으로 남기를 원한다. 예술의 최고의 순간은 그 이름마저 잊을 때다.” 


▶많은 출간 플랫폼 중에서 ‘부크크’에서 책을 출간하기로 하신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요?

상업 출판사들에게는 소위 ‘돈 안 되는’ 콘텐츠인 점, 불필요한 재고나 고비용 등의 부담이 있는 자비출판을 지양하고 싶은 점, 무엇보다 저자가 스스로 없애지 않는 한 절판되지 않고 언제든 누군가가 원할 때 콘텐츠가 제공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부크크 시스템이 가장 적합했습니다. 직장에서 출판 및 홍보 업무를 오랫동안 해왔기에, 자가출판 작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향후 다른 출간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저의 ‘최애’ 작가 중 하나인 토니 모리슨(Toni Morrison)은 “읽고 싶은 책이 있는데 아직 그것이 쓰이지 않았다면, 당신이 그 책을 써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읽고 싶은데 세상에 없는 콘텐츠를 찾아 책으로 만들어내는 일은 앞으로도 제 삶에서 계속될 듯싶습니다. 비단 예술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콘텐츠를 찾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세상과 고민하고 소통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부크크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자가출판 시스템에 있어 저자들에게 가장 어려운 부분은 책 홍보가 아닐까 싶습니다. 부크크 작가분들이 최대한 자신의 책을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홍보할 수 있도록 가이드나 노하우, 성공 사례를 공유하는 창구가 마련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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