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도 이혼은 못했다...
아무래도 4월은 나하고 맞지 않는 달인가 보다.
브런치에 작가로 처음 쓴 글도 작년 4월이었다. 그 때의 나는 혼자 감정을 감내하고 있지 못할 때였다.
이미 신뢰가 깨진 과거를 겨우 삼켜내고 있었는데, 덧붙여 또 내 기억과 다른 과거를 우연히도 알게 되니 정말이지 감당이 안되었다. 그가 나에 대해 가진 마음부터가 뒤흔들렸다.
아주 일부분은 친한 지인에게 하소연하듯 얘기했고, 우리 엄마에게는 대부분을 털어놓았다.
아니면 스스로 무너질 것 같았다. 그런데도 힘들었다.
얘기를 뱉어내고, 그 뒤 잠깐은 후련한 듯 했다. 그런데 다시금 나는 꺼져들어갔고, 그가 집에 올 때는 미소 지으려 애썼는데 그 자체가 내 심장을 갉아먹는것 같았다. 완전한 포커페이스가 안되는 나를 그도 어느정도는 느끼는 것 같았다.
정말 그 때 이 공간이 나를 살렸다. 사실 첫 글에서는 정말 타자 쳐지는대로 쭉 써내려갔다. 너무나도 글이 잘 써져서 놀라면서 후련하고 신기하게도 다 쏟아붓고 나서는 자연스레 나를 찾게 되었다.
어느 흐름에서 제법 괜찮아졌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이렇게 또 찾아올 것을 좀 더 기록해둘걸. 아쉬움이 남는다), 끝맺음을 내 맘에서 내려버렸던 것 같다. 왜 못 끝내고 시간을 허비하고 있나 조급한 생각에서 결혼이란 것을 하고, 책임져야 할 아이가 있고. 그런 상황 속에 힘 닿는 한 노력이라도 해보는 과정이라고 생각을 바꿨었다. 그도 진심은 어떻든 간에 노력이라는 걸 하고 있으니 흐르는대로 있어보자.
그러다 보니 그한테서 괴리감을 느끼고 괴로워하고 애닳아하는게 줄었던 것 같다. 저 사람의 진심이 뭐지? 저 사람은 나한테 애정이 있나? 지금 이 말 뜻은 뭐지? 에서 벗어나니 내가 보였고, 우리 딸아이한테 더 미안해졌다.
그렇게 1년여가 흘렀다. 지금 나는 또 감당이 안되어서 이 곳에서 숨통을 튼다.
그가 어떤 잘못을 했는가? 아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그의 과거 신뢰를 깬 행적들이 내 상처의 전부였으며 그것만 어느정도 해결되면 예상보다는 오래(?) 살아봄직하다 생각했었다.
이제는 그가 목소리를 낸다. 그도 나를 놓을 수 있다는 얘기를 한다.
본인이 잘못한 부분이 있으니 힘들어도 맞춰온 것이 있는데, 그 이외의 것까지 요구하는 듯 한 나의 모습은 받아줄 수 가 없다고 한다. 그 이외의 것이라 함은...나로써는 특별한 것이 아니다.
쉽게 말하면 가족으로써의 최소한의 관심과 애정이다.
내가 좀 다운되어 있거나, 지쳐하면 그는 언젠가부터 대부분 못본 체 한다. 자기만의 공간을 찾으며 자기만의 일에 더욱 몰두한다. 그는 힘들다고 매일 호소한다. 가장으로써 본인의 컨디션이 어떠하든, 기분이 어떻든 밖에서 삐에로인양 살아가는 것에 지쳐있다. 그 나름으로 겨우 감내하고 있는데, 컴백홈하여 마주한 내 얼굴이 파이팅 넘칠 때가 거의 없기는 했다.
자기 힘듦이 벅차서 나의 힘듦을 돌봐줄 여유가 없다고 했다.
그 "여유"라는 것이 어떻게 나오는 것인지에 우리 생각이 판이하게 달랐고,
내가 그를 미워하고(사실은 시간이 지나서는 미워함을 유지하려고 애썼다. 내게 또 생채기가 나면 정말 스스로 복구가 안 될 것 같았다. 나는 방심하지 않으려고 늘 방어적이었다. 내 마음의 벽을 늘 보수하고 있었던 것이다.) 언제 포기할까말까에 집중하다가,
그가 어느새 나를 포기한다고, 마지막을 생각해봤다고 하니,
첫 글을 쓸 때만 해도 어렴풋이 이런 날도 오리라 예상은 했건만
왜 또 크게 맘 상하는것인지.
1년이 흘렀는데,
내 마음은 더 안갯 속이다.
이제는 그에 대한 내 진짜 마음을
미움의 껍데기를 애써 걷어내보고 관찰하니 모르겠다.
그가 나에 대한 마음이 어떻게 변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는 없다.(느낌은 좋지 않지만, 이 느낌이 계속 와닿는 것이 내가 지금 제일 힘든 이유이다.)
내 마음은 그러면 어떤가. 어렵다. 무엇이 알멩이인지.
그래서 지금은
니 맘, 내 맘 생각 안하련다.
생각이 들어도 안 하는 것.
참...잘 이혼하기란 아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