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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쓰리 Mar 18. 2024

전설의 레전드, 마이 보스

All time legend

나의 보스는 인심 좋은 동네 아저씨 같은 외향인데, 겉모습을 보고 만만하게 얕잡아보면 큰 코 다친다.


어디에 내놔도 기죽지 않고, 방귀 뀌는 분


보스는 군대 시절 연평도에 근무했다. 당시 연평도에는 해병대원이 기백명, 해군은 기십명 정도 있었고, 보스는 해군 소속이었다. 당시 해군과 해병대 사이에 서로를 얕잡아보는 신경전 같은 것이 있었나보다. 어느 날 보스가 점심식사를 타러 가는데, 점심 타러 온 보스를 보고 해병대 무리가 해군을 내려까는 발언을 했다. 이런 걸 절대 참지 않는 보스는 "뭐 이런 것들이 다 있어?!"라고 극대노하며 국통 밥통 등 점심식사를 싸그리 엎어버리고는 산속으로 튀었다고 한다.


군대에선 난리가 났다. 소문은 삽시간에 퍼져, 다들 보스 이름 석자를 부르며 사방팔방 찾으러 다녔다. 해병대에선 처음에 분개했으나 시간이 지나도 보스를 찾을 수 없자 슬슬 걱정을 했다고 한다. 보스는 산속 덤불 사이에 오후 내내 숨어있다가 어둑해진 후에야 걸어내려가 복귀했다. 다행히 사건은 커지지 않고 그대로 일단락되었다. 그 후로 해병대에선 아무도 보스를 건드리지 않았다고 한다.



군 제대 후 보스는 서울로 상경해서 제조업 회사에 입사했다. 소속은 조달팀. 입사 당시 사수였던 분이 퇴근할 즈음이 되면 과제를 내줬다고 한다. 예를 들면, ㅇㅇ기계 설계도 그려와봐라, ㅇㅇ제품 원가계산 해봐라 같은. 직원들은 거의 모두 퇴근한 이후이니 물어볼 사람도 없었다. 줄자 들고 현장에 내려가 기계 수치를 직접 재며 기계 외부 설계도를 그리고, 내부는 알음알음 정보를 찾거나 새벽까지 상상해서 그렸다. 이튿날 과제를 제출하니 사수가 놀라서 이걸 누가 알려줬냐고 물었더란다. 제품 원가계산을 해보라고 했을 땐, 원자재별 비중, 각 단가 등 모든 정보를 알아내야 했다. 한 달이 넘도록 매달려 제품별 원가계산하는 방법을 책자처럼 두툼하게 만들어서 제출했다고 한다. ‘조달팀 직원이 제품별 원가계산공식집을 만들었다’는 말은 임원들과 회장에게까지 보고된다. 이걸 알게 된 회장은 "앞으로 임원들도 모르는 거 있으면 김대리에게 물어보라"고 했다고 한다.


보스는 숫자에 대한 기억력이 탁월하다. 군대 시절엔 천여명의 군 장병 군번을 다 외웠다고 했고, 조달팀 근무할 땐 이천여개 제품 단가를 모두 외우고 다녔다고 한다. 어디까지나 보스의 입으로 전해들은 말이지만, 100% 뻥은 아닐 것이다. 보스의 면모를 볼 때 상당히 신빙성이 있다.


컴퓨터 같은 건 없던 그 옛날 조달팀 대리 시절, 제품 단가를 모두 외우고 있으니 월말이 되면 한달간 회사에서 구매한 금액이 얼마인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수시로 현장을 돌아다니며 어떤 제품들이 납품되었는지 눈동냥 귀동냥으로 파악해서, 당월 회사 순이익이 얼마정도 될지 가늠하고 있었다. 보스의 회장이 월말마다 그에게 "김대리, 이달 순이익은 얼마 정도지?"라고 물으면, 바로 그 자리에서 지체없이 "네, 이 달엔 약 ****원 정도인 것 같습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당시 월말결산에 한달은 족히 걸리던 시절이었고, 한달 후 나온 결산결과는 보스의 예측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회장에 눈에 띈 보스는 대리 시절부터 임원회의에 들어오라는 회장의 특별지시를 받는다. 특출난 김대리를 아니꼽게 보는 임원들의 시선이 있었지만, 해군 시절부터 이미 다져진 개썅마이웨이 재질이라 임원들의 구박은 보스에게 타격 1도 없었다.


그 때부터 보스는 평일 퇴근 후나 주말마다 서울 근교에 땅을 보러 다녔다. 자기 이름 석자를 남겨야겠다고 마음 먹으면서 사업할 결심을 한 뒤였다. 공장을 세울만한 부지를 보기 위해 수년간 땅을 보러 다녔고, 땅을 사고 팔며 1980년대 당시 수십 억원의 현금을 손에 쥐었다. 당시 회사에선 여전히 과장대리였고, 회사 임원들이 중형차 타고 다닐 때 본인은 그랜저에 벽돌 휴대폰까지 들고 다녔다고 한다. 임원들이 '직원 주제에 허세가 심하다'고 뒷말들이 많았지만, "당신들이 내가 휴대폰 사는 데 보태준 거 있냐? 내가 필요해서 사서 쓰는데 뭔 상관이냐?"고 되받아쳤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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