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늘윤 Nov 10. 2020

인도 2.
가기도 전에 난관 또 난관

티켓팅까지 마쳤을 땐 분명 '인도가 우릴 부른다~'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여행 준비를 하며 느낀 건 '인도는 우리가 오길 바라지 않는다'가 맞지 않을까 싶어졌다. 그렇지 않고선 이렇게 여행 준비 내내 고비일 순 없었다. 오지 않길 바라는 정도가 아니라 거의 내쳐지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여행 루트 계획부터 문제를 일으켰다. 티켓팅 전에 계획해 두었던 여행루트는 타지마할이 매주 금요일에 휴관일이란 소식을 우연하게 발견하며 전면 조정을 해야 했다. 1주일도 아니고 보름도 아니고 고작 4박 6일 안에서 돌아오는 국내선 비행기까지 예매되어 있는 상황 속에서 일정 조정은 발 디딜 틈 없는 좁은 공간 안에서 꼼지락 거리며 움직이는 느낌이었다. 어느 쪽으로 옮겨보려 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가까스로 도움을 받아 여행루트까지는 재조정이 되었으나 진짜 고생은 그 뒤부터였다. 


IRTCT 가입, 기차 예매



인도 기차를 예매하기 위해 인도 철도청 irtct에 가입 신청 후 무려 20일 뒤에야 승인 메일이 도착했는데 그나마 우리가 가입한 다음 달부터는 가입비 100루피까지 지불해야 하는데 100루피 지불 창이 계속해서 에러가 나는 바람에 더더욱 사이트 가입이 어려웠다는 후문을 전해 들은걸 보면 우린 운이 좋은 편이었다.


하지만 기차 예매에 있어선 우린 결코 운이 좋지 못했다. 기차 예매 부분은 S가 맡아 진행하기로 했는데 철도청 가입부터 저렇게 힘들더니 예매 어플에서는 우리가 예매하려고 했던 아그라 포트 역 > 바라나시 정션 역 예매가 3일 내내 먹통이었다. 3일 내내 둘 다 틈만 나면 시도해 보았지만 이유도 알지 못한 채 투명벽에 무작정 계속해서 덤벼보는 기분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렁이들로썬 갑갑할 따름이었다.


물론 나중에 그 시기에 인도에서 큰 탈선사고가 일어났고 마침 우리가 가려던 코스가 그 탈선사고가 일어났던 코스에 속하다 보니 그 코스에 대한 예약을 모두 막아놨었다는 사실을 인도 소식을 잘 아시는 분을 통해 알게 되긴 했지만 그런 상세한 국내 정세까지 우리가 알 턱이 없었고 그저 기차 자리가 4 좌석 남았다는 예매 창을 보고 애만 태울뿐이었다. 안내 메시지 창이라도 하나 띄워줬더라면 하고 아쉬워하기도 했으나 인도에 가보고 나서야 얼마나 얼토당토 않은 바람이었는지 느낄 수 있었다.


결국 원래 가려고 하던 코스를 포기하고 인도 여행카페 분의 조언을 받아 툰들라역 > 바라나시 정션 역 예매까지 무사히 마치고 한숨 돌릴 수 있었다. S가 이 기차예매로 어찌나 고생을 했던지 기차 예매를 마무리 짓고 맥이 풀려 그 자리에서 주저 앉아 버렸다고 했을만큼 속을 많이 태운 일이었다.


E visa

E visa 받는 일 또한 쉽지 않았다. 몇 페이지에 가까운 내용을 다 입력하고 마지막 여권 스캔본을 첨부하는데 꼭 그 단계에서 에러가 계속 발생해 2시간 동안 6번이나 재신청을 해야만 했다. 써야할 내용은 많은데 꽤 많은 페이지를 쓰고 쓰고 또 쓰고 나중엔 들어갈 내용을 모두 외워 기계처럼 입력하기에 이르렀지만 6번째까지 문제가 해결 되지 않았을 때는 짜증이 극에 달해 에라 모르겠단 심산으로 전송버튼을 눌러버렸다. 다행히 비자는 제대로 발급되었다. 당시 인도 evisa비용은 당시 환율로 56,990원으로 인도 물가를 생각해 볼 때 과한 폭리는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나중에는 시스템이라도 56,990원의 값만큼 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라게 되었다.



환전 전쟁


인도의 화폐는 루피다. 루피는 국내에서 환전 할 수 있는 곳이 없다. 하지만 우리는 환전금액이 필요했다. 밖에서 환전하기 전까지 공항철도를 타는 등에는 루피가 필요했고, 방법은 직거래 혹은 인도 공항 환전소였으나 우린 마음 편히 국내 여행 카페에서 직거래 하는 방법을 선택했으나 과정이 마음 편한 일이 아니었다. 

우선 성숫기가 아닌 때라 매물이 잘 올라오지 않았다. 결국 환전은 눈치 싸움이자 타이밍 싸움이 되고 말았는데 그마저도 내가 찾는 금액이 나타나 주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가까스로 세 달을 카페 벼룩시장을 어슬렁 거린 끝에 두번의 직거래를 통해 원하는 금액만큼의 루피를 모으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이 기사 봤어?


내가 인도 여행을 가게 되었다는 소식이 퍼져 나간 뒤 나와 S에겐 우릴 뜯어말리기 위한 인도 흉악범죄에 대한 기사 링크들이 심심치 않게 지인들로부터 날아들었다. 이 무서운 나라에 꼭 가야 하냐는 말들이었다. 여성인권은 바닥이다 못해 처참하고 잔인한 성폭행 기사가 하루가 멀다 하고 나는 나라에 더럽고 냄새나고 무슨 병에  옮아 올지도 모르는데 꼭 거길 가야 하니? 친구들은 아직도 늦지 않았다고 티켓팅 취소를 종용했다. 

S의 남자 친구에겐 자신의 여자친구가 혼자였다면 절대 가고 싶어도 가지 않았을 여행지에 가자고 바람을 넣은 원망스러운 친구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그 당시 친구들을 만나면 흔히 받던 인사 중 하나가 "정말 인도 갈거야?" 정도였으니 친구들의 마음속에 불안주머니 하나를 만들어 버린 셈이었다. 

하지만 의외로 가족들은 별말이 없었다. 그저 갠지스강 그 똥물을 보러 왜 돈 내고 비행기 타고 그 멀리까지 가는 거냐는 아빠의 푸념이 있긴 했지만




인도는 제 인생에 최악의 여행지였어요.


친구들이 인도 흉악범죄 기사를 보내기 전에 이미 인도 흉악 기사부터 어지간한 인터넷 여행 후기들은 거의 섭렵한 상태였다. 누가 가라고 등 떠민 것도 아니고 내가 가보고 싶다며 내 손으로 준비하는 여행이었다. 그래도 그런 나조차도 겁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설레임의 반대편엔 흉흉한 소문이 판을 치는 나라에 대한 두려움이 퍼져 나가고 있었다. 두려움이 커질 수록 만반의 준비를 하기 위해 더더욱 여행 후기 읽기에 집착해 갔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 수록 두려움만 더 키울 뿐이었다.


여행 후기들은 참담했다. 인도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아름다운 후기도 존재했지만 인도를 혐오하게 된 사람들 또한 많았다. 아니 더 많았다. 여행 카페에서는 그래도 우호적인 글이 많았지만 개인 블로그 등의 후기에선 꽤나 차갑고 실랄한 후기글들이 많이 보였다. 세계 각국을 돌아다녔지만 인도만큼 최악은 경험해 보지 못했다는 여행자의 후기는 몇 날 며칠 나의 뇌리를 떠나질 않았다. 


치안 부분에서도 말들이 많았다. 여자 여행자일 경우 밀려드는 셀피 요청에 진저리가 쳐지고 성추행도 만연하다는 말들이 많았다. 심지어 나를 며칠 괴롭힌 인도가 최악이었다던 여행자는 함께 세계여행을 했다는 여자 친구가 몇 번이나 성추행에 노출될 뻔한 위기를 경험하고 더더욱 치를 떨게 되었노라고 고백하고 있었다.. 그런 후기를 읽으며 그저 덤덤하게 그렇구나 하고 넘길 수만은 없었다. 나는 그리고 대범한 사람도 아니고 모험을 즐기는 사람도 아니고 그저 호기심이 많은 한낱 겁쟁이일 뿐이었다. 


티켓팅 때까지만 해도 설렘에 두근 거리던 마음이 후기를 보면 볼 수록 공포의 두근거림으로 변해갔다. 결국 몇일 정도는 악몽으로 괴로운 밤을 보내기까지 했다. 친구들 말처럼 포기하는게 좋을까? 이렇게 무서워 하면서 까지 가는게 옳은건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S에게 조심스럽게 여행 취소해버릴까?라고 넌지시 물어 보기도 했었다. 여행 계획 초반에 나보다 더 조심스러워하던 S가 반대로 꽤 담대하게 나를 잘 달래어준 덕에 여행을 포기하는 사태까진 가지 않았다.


Cancel, Cancel, Cancel


위에 적지 않았으나 여행 준비 내내 자잘한 문제는 계속 발생했고 6개월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만큼 산 넘어 산 같은 여행준비기간이었다. 그래도 시간은 흘러 드디어 얼추 모든 여행 준비가 마무리가 지어졌던다고 안도하고 있던 12월 9일의 토요일 밤, 대망의 캔슬 사건이 터졌다. 준비과정에서 물리적으로나 심적으로 순탄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모든 게 정리되었다고 생각했었다. S가 우연히 기차 예매 어플을 눌러보기 전까지는...

예매 창엔 우리가 예매한 기차표가 며칠 째 모든 일정이 캔슬되고 있었다. 현지 사정을 알 턱이 없는 우리는 왜 이렇게 캔슬 행렬이 이어지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아무리 검색을 해도 그럴듯한 답이 보이지 않았다. 이제 떠날 날을 열흘 앞두고 있는 상태에서 예매표가 날아간단 생각에 앞이 캄캄해져 오고 새벽녘까지 둘 다 잠을 이루지 못하고 방법을 강구해 보기 위해 애를 써보긴 했으나 무리였다. 이번에도 처음 기차 예매 때 도움을 주신 여행카페 회원 분의 도움으로 새벽 4시가 되어서 아그라 칸트 > 무갈 사라이역으로 다시 기차 예매를 간신히 할 수가 있었다. 떠나는 그 순간까지도 긴장의 끈은 놓을 수가 없었다. 인도는 그런곳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멋쟁이 희극인 박지선 님 고마웠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