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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소년 Sep 16. 2019

사각사각... 바람을 가르며 찾아온 행복

제1화. 순수한 얼음 위 가장 뜨거운 열정, '나의 최애' 동계스포츠 

가장 차가운 곳에서 피어난 이것, 

동계스포츠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시상식 현장 - 촬영 박영진)


어디선가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 내 볼을 빨갛게 만들고 피부에 닿기만 해도 약간은 아리고 참 춥게 느껴지는 이 녀석. 그런데 왠지 모르게 싫지가 않다. 그래서 무작정 달려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시간 가는줄 모르면서 수 없이 돌고돌자 그렇게 차가웠던 이 공간은 어느샌가 땀방울과 뜨거운 공기로 가득해져 온다. 가장 차갑지만 알고보면 가장 뜨거운 이 곳, 바로 아이스링크 빙상장이다.


나는 지금 동계스포츠와 17년쨰 연애중이다. 가끔은 정말 좋아라 환호하기도 하고 가끔은 정말 이보다 더 답답할수 있을까 싶으며 방방뛰며 화를 내게 만들기도 하고, 가끔은 정말 감동적인 장면에 끊임없이 울게 만들고. 내 모든 감정을 대변해주는 것만 같은 친구. 


17년째 연애중... 팬에서 기자까지 



초등학생이었던 아주 어릴 적 우연히 티비로 동계올림픽을 처음으로 본 이후 그날 그 이후에 받은 충격이 나를 동계스포츠의 광적인 사람, 그리고 기자로까지 만들어 줬을 줄이야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ㅎㅎ 지금 생각하면 아마 그때 나가 티비를 보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이었을지 정말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이제는 그저 낮이거나 밤이거나 상관없이 내가 좋아하는 피겨스케이팅, 쇼트트랙, 컬링, 스피드스케이팅, 봅슬레이, 스켈레톤 등등 동계스포츠 중계를 한다면 어김없이 알람을 맞춰 놓았다가 잽싸게 티비나 컴퓨터를 켜고 두근두근 한마음으로 브라운관 앞에 선다. 아무것도 몰랐던 처음에는 그저 신비하게 보던 어린아이었지만, 이제는 과연 어느선수가 메달을 딸 것인지 점수는 어떻게 나올 것인부터 시작해 어떤 작전, 어떤 기술들을 선보일 것인지 미리 예측하고 분석하는 재미로 본다.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라면 다들 공통적으로 느끼는 희열이겠지만 내가 미리 예상한 것이 맞아 떨어질 때 느껴져 오는 그 희.열.은 정말 상상하기도 힘들지~


(2019년 1월에 인터뷰한 피겨 국가대표 임은수 선수 사진 - 촬영 박영진) 


나는 7년전이었던 2012년 5월부터 지난 6월까지 약 7년의 시간 동안 오마이뉴스라고 하는 인터넷 신문사 사이트에서 시민기자, 즉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오로지 동계스포츠와 관련된 기사만을 썼다. 지난 6월부로 길고 긴 펜대 여정을 내려놓은 지금 나는 더없이 후련한 감정으로 이 스포츠를 보고 있다. 기자로서 어깨로 느껴야만 했던 책임감, 하나의 기사가 나오기까지 머리 싸매고 고민하고 분석하던 나와의 싸움, 송고 이후 편집부와 기사를 검토하면서 여러 실랑이가 벌어지며 세상에 빛을 보기도 하고 그러지 못하기도 했던 수 많은 내 원고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야말로 런닝맨 예능 수백편을 찍은 기분이다...ㅎㅎㅎ


펜대를 내려놓고 보니 불과 얼마전 기자회견장, 사진 포토월 앞에서 보던 선수들도 이제는 뭔가 새롭게 보여진다. 기자와 취재원이 아닌 그냥 선수와 일반관중에서 보는 시선은 이런 것이었나 하는 착각이 든다. 그동안 기자로서 가져야만 했던 압박감??들로 느껴보지 못했던 새로운 감정들을 알게 되는 재미가 요즘의 나를 들뜨게 만들고 있다~



작은 반항심, 그것이 나를 바꿨다 


작은 반항심 그것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내가 기자를 하는동안, 그리고 기자를 하지 않고 있는 지금도 내게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이 있다. 그건 "왜 동계스포츠를 보는건데?"라는 질문이다. 이 질문을 처음 받았을 때 나는 무척이나 화를 냈다. "왜 그런 질문을 하냐고"라면서... 그저 내가 좋아하는 것을 솔직하게 얘기했을 뿐인데 '왜 사람들은 나를 이상하게 보지' 라는 생각에 수없이 울었다. 물론 지금은 정말 단단한 내성(!!)이 생겨서 그런지 그냥 웃으며 넘기거나 오히려 정말 재밌다고 꼬드기는 고단수의 달인(!!)이 됐다. 


나는 어릴적 오랜기간 학교에서 왕따생활을 겪었던 사람 가운데 하나다. 초등학교때부터 고등학교때까지 사실 정말 좋았던 기억은 세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였고 학교를 다녔을 당시에는 창문에 있었던 쇠창살이 감옥 쇠창살처럼 느껴졌을 정도로 학교가 너무나 싫었다. 그때의 트라우마(?)는 사실 지금까지도 내게 남아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럴까 왠지 어느샌가 남들의 시선과 눈치 속에만 갇혀사는 느낌도 있었다. 아마 그런 것을 느끼고 있었고 깨고 싶다는 반항감에 나왔던 행동이 아닐까. 


물론 나는 이제 나는 동계스포츠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자신있게 말하고 다닌다. 내가 이걸 통해 얻은것, 깨달은 것이 많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나의 색깔이기도 나라는 사람을 잘 나타내주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역설적인 매력, 그것에 끌렸다 



(전 피겨 국가대표인 박소연 선수의 2019년 1월 종합선수권서 연기 모습 - 촬영 박영진)


때론 친구처럼, 때론 연인처럼 울고 웃게 만들었던 이 스포츠. 나는 팬으로 시작해 기자라고 하는 긴 여정을 지나 다시 팬으로 돌아왔다. 이 브런치를 통해 나는 들려주고 싶은 것이 참 많다. 동계스포츠의 매력도 좋고 스포츠 기자가 어떤 사람인지, 기자로서 직접 취재했던 여러 비하인드 스토리도 많다. 더 중요한 열매는 수 많은 에피소드를 통해 각박하고 힘든 현실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우리 모두의 존재는 충분히 인정받고 존경받을 수 있다고 들려주고 싶다. 


동계스포츠는 참 차갑고 외로워 보이기도 한다. 축구나 야구처럼 엄청난 인기를 얻는 것도 아니고 고작 4년에 한번 돌아오는 동계올림픽때마다 정말 반짝하고 식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마저도 얼마전까진 쇼트트랙이 전부였고 최근에야 김연아 선수 덕분에 피겨스케이팅이 많이 유명해졌으며, 지난해 평창을 통해서는 컬링, 스켈레톤, 아이스하키 등 우리가 잘 모르던 다양한 종목들이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음지에 가려진 이들이 양지로 나와 조명을 받는 순간을 나는 현장에서 함께하며 기쁨을 온 몸으로 느꼈다. 그간의 설움을 날리기라도 한듯 훨훨 날아오르던 그 때의 그 순간, 그렇기에 우리는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눈에 직접봤다. 


어느 스포츠보다 역설적인 스포츠가 바로 동계스포츠다. 가장 차가운 곳에서 열리지만 가장 뜨거운 열정이 살아 숨쉬는 곳이 이 곳이기에... 그 곳에 숨겨진 환희를 함께 느끼고 차근차근 발자국을 남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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