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시험마다 각 학교에서는 별별 일들이 벌어진다. 개별 학교에서는 어쩌다 한 번 벌어진 일이지만, 여러 학교의 소식을 접하는 나에겐 그런 어쩌다 한 번이 꽤나 자주다.
OMR 사고
중고교 시험에서 OMR 카드로 채점하는 일은 내가 학생이던 시절부터 아주 오래된 일이다. OMR사고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학교에서 벌어지는 안타까운 일이다. 번호를 잘못 보는 바람에 밀려 쓰는 일은 사실 너무 흔한 사고다. 마킹 실수는 너무 많이 일어나는 일이라서 시험을 처음 보는 중학생 아이들에게는 내가 몇 번이나 마킹에 관련해서 주의를 주는 편이다. 그런 사고 중에서 가장 안타까웠던 일은 A군의 일이었는데, A는 아주 열심히 문제를 풀었다. 신중을 기하기 위해서 OMR카드에 플러스펜으로 체크 후 시험지를 검토했다고 했다. 문제는 A군이 검토를 끝내고 컴퓨터용 사인펜으로 마킹을 하기 전에 수업종이 쳤다는 것이다. 결국 그 시험에서 A군은 0점 처리를 당했다. 전적으로 아이의 실수였지만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보통은 중학교에서 발생하는 실수가 더 많지만, 고2 마지막 시험에서 실수로 한 번호를 건너뛰고 마킹을 한 경우가 있었다. 그 바람에 B는 5문제가 오답으로 처리되었고, 2등급을 잘 유지하고 있던 내신 성적이 와르르 무너졌다. B는 결국 수시 준비를 접어버렸다. 이처럼 고등에서 벌어지는 마킹 실수는 정말 너무 치명적이라서 마음이 아프다.
선생님의 시험지 실수
이처럼 아이들이 자주 하는 마킹 실수인데, 이를 악화시켰던 경우도 있었다. 최근 친구가 근무하는 학교에선 담당 교사가 문제 번호를 잘못 입력하는 사고가 있었다. 시험을 보는 중간에 번호 정정을 하는 안내를 하기는 했지만, 가뜩이나 긴장하고 문제를 풀던 아이들 중에는 결국 그로 인해 번호가 밀려서 마킹을 하는 사고가 났다. 어른의 실수였지만 피해는 아이가 본 격이었다. 하지만 이미 시험 중간에 안내가 나갔기 때문에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의 몫이긴 했다. 아이들을 위해서 어른들이 더 주의를 해줬으면 하지만, 어른들도 사람이니 실수가 생긴다.
시험지 사고로 인해서 재시험을 보는 사건들도 벌어진다. 공지된 시험 범위를 벗어나는 문제가 나오는 바람에,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의 오류 때문에 재시험을 보는 일들도 있었다. 재시험을 보게 되면 당연히 아이들의 원성이 높아진다. 기존 시험을 잘 봤던 친구들은 재시험으로 성적이 떨어질까 봐서 불만이고, 하위권 학생들은 시험을 또 본다는 것 자체가 불만이다. 어느 쪽이 되었든 시험지 실수를 만든 선생님이 원망을 피할 길은 없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비극
입시 때문에 성적에 민감한 고등학교에서는 누구의 잘못도 아닌 잘못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해도 고등학교에서 100점 시험지를 만드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데, 한 번은 C가 100점을 받았다고 연락이 왔다. 열심히 하는 녀석이긴 했어도 그 정도의 실력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는 바로 아이에게 되물었다. "만점자가 몇 명인데?" 며칠 뒤 아이의 확인 결과 역시나 만점자가 좀 많았다. 1등급 컷에 해당되는 인원보다 많아서 만점을 받아도 2등급을 받게 되는 그런 상황이었다. "너희가 이렇게 잘할 줄 몰랐어." 그 시험이 끝나고 담당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하신 말씀이셨다. 결국 그다음 시험의 난이도가 대폭 상향될 것이 예고되었고, C는 나와 다시 열을 올려서 시험 준비를 해야 했다. 중간고사의 만점자들을 가리기 위해서 기말고사는 예고대로 학년 평균 40점대로 난이도가 대폭 올라가버렸다. 그건 참으로 비극적인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C학교의 상황은 만점자가 10명대라 어느 정도 수습이 된 상항이었다. 만점자가 60명이 발생한 시험들도 있다. 만점을 받고도 3등급 대가 되어버려서 아이들도 교사들도 모두 패닉이 되어버렸다. 가여운 우리 학생은 그 시험에서 만점은커녕 90점도 넘기지 못한 탓에 성적이 박살이 나버렸다. 간혹 시험이 너무 쉬워서 만점이 많이 나오는 경우도 있기야 하지만, 사실상 60명이 쏟아진 시험이 그렇게 마냥 쉬웠던 것은 또 아니었다. 그저 좀 덜 어렵게 내셨던 것뿐인데, 많은 아이들이 아주 열심히 공부를 한 경우일 뿐이다. 그건 공부를 너무 열심히 한 아이들을 탓할 수도 어렵지 않게 시험을 내신 선생님을 탓할 수도 없었다. 그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비극이라고 말할 수밖에... (고등에서 만점 사고는 생각보다 꽤 있다. 때문에 변별을 위해 난이도를 올리는 선택들을 많이 하신다. 아이들에겐 이 또한 비극이리라.)
1학기 기말고사가 가까워지고 있다. 부디 이번 시험에는 큰 사고 없이 잘 넘어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