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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농만 Nov 24. 2022

불법과 비법 사이

“좋은 서비스이긴 한데 그 사업 잘 되면 규제가 생길 수 있어요.”


최근 필자가 운영하는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고도화한 후 VC(venture capital)들에게 자주 듣는 말입니다. 좋은 사업인데 규제를 만든다니 황당합니다. 사업을 키우기 위해 우리는 문제와 솔루션에 온 힘을 쏟아야 하지만, 사업이 궤도에 올랐을 때 추후 생길 수도 있는 규제를 미리 예측하고 대비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부딪치는 현실입니다. 


국내에서는 타다, 다자요, 뮤직카우가 규제에 부딪쳤던 대표 기업입니다. 타다 서비스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이 문제가 됐습니다. 자동차 대여 사업자로서 면허 없이 유상 여객운송을 했기 때문입니다. 이후 타다는 두 번의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여객자동차 운송 플랫폼 사업을 제도화하는 규제 샌드박스(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될 때 일정 기간 동안 기존 규제를 면제, 유예 시켜주는 제도)를 통과했습니다.


지역의 빈집을 장기 임차한 뒤 리모델링을 거쳐 민박으로 운영하는 스타트업 다자요는 2019년 ‘농어촌정비법’에 부딪쳤습니다. 농어촌정비법상 주택의 실거주자만 농어촌 민박업을 할 수 있다는 요건을 위반했기 때문입니다. 지역의 빈집 문제를 혁신적으로 해결할 수 있어 주목받았던 다자요는 29년 전의 낡은 규제 때문에 사업을 잠시 접었습니다. 이후 다자요는 정부에 규제 샌드박스 제정을 요청하며 1년의 불필요한 시간을 버텼습니다. 그 결과 다자요는 5개 지역에서 한정적으로 사업을 실행해도 된다는 규제 샌드박스를 만들어냈습니다. 


음악의 저작권을 쪼개 조각투자할 수 있는 플랫폼인 뮤직카우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국내에서 조각투자라는 신사업을 개척하며 고성장을 만들어 주목받았지만 정부의 규제는 피하기 어려웠습니다. 금융위원회는 뮤직카우에서 거래되는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이 증권 중 ‘투자계약증권’에 해당된다고 판단해 자본시장법상 규제 대상에 포함시켰습니다. 이후 금융위는 신사업인 조각투자 사업을 규제하기 위해 최근 ‘조각투자 등 신종증권 사업 관련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습니다.


가이드라인의 내용 일부를 살펴보면 최근 생겨나는 조각투자 사업 행위에 대해 자본시장의 법규 적용 가능성을 안내하여 위법한 사업 행위의 발생 가능성을 줄이고,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임을 알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플랫폼을 통해 유치하는 조각투자자에게 본 플랫폼이 증권상품이며 위험 부담이 있다는 내용을 사업계획서상 충분히 안내해야 한다는 규제 내용입니다. 금융위의 규제를 만난 뮤직카우는 10월 내에 혁신금융서비스 지정내용 등을 반영해 사업구조 변경을 완료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후 금융감독원이 이를 확인하면 잠시 중단됐던 뮤직카우 서비스의 신규 증권 출시가 재개될 수 있다고 합니다. 뮤직카우는 타다와 다자요보단 덜 치명적인 규제를 만난 거 같습니다.


규제 샌드박스를 통과하는 동안 해당 스타트업들이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을지 생각하면 안쓰럽습니다. 그렇지만 샌드박스를 만들어낸 앞선 기업들이 있기 때문에 같은 분야에 뛰어드는 미래 기업들은 앞으로 더 유연한 시장에서 사업을 펼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대한민국의 신시장 사업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빠르게 고속 팽창할 거라고 꿈꾸고 있습니다.


혁신적이라고 추켜세워지던 신사업들이 낡은 규제로 인해 갑자기 불법이 되곤 합니다. 기업 입장에선 시대에 맞지 않는 낡은 규제들이 답답하고 밉지만 정부 입장에서 보면 규제와 법안의 중요성이 이해되기도 합니다. 기업과 정부가 논쟁하는 규제개혁은 승자와 패자가 존재하는 경쟁 게임이 아닌 협동 게임이 돼야 합니다. 


각자의 분야에서 일하는 스타트업 모두 낡은 규제에 도망가지 말고 계속 두드려 주기를 응원합니다.





_낭만농객 김농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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