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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미 Oct 23. 2023

[전시]김구림 개인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김구림 개인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김구림 개인전> 전시장 입구





 한국 실험 미술의 선구자이자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주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김구림(1936)은 회화와 판화, 조각, 설치미술을 비롯하여 퍼포먼스, 대지미술, 비디오아트 등 실험적인 작품 활동을 지속해 왔다. 경주예고를 거쳐 경주 계림예대에 입학한 김구림은 1년만에 중퇴하였고, 미술을 독학으로 배우며 1959년에 대구에서 첫 개인전을 했다. 1960년대에는 섬유회사 기획실장으로, 1960년 말에는 ‘회화68’, ‘AG’, ‘4집단’ 등 예술집단 활동을 주도했다. 1970년대에는 일본으로 건너가 모노하의 영향권 아래 사물을 탐구하며 판화, 비디오아트 등작품활동을 넓혀나갔다. 1980년대에는 미국에서 오브제, 자연 등을 소재로 다루었고 그 후 한국에서 콜라주 기법을 활용한 <음과 양> 평면 시리즈, 오브제 시리즈 등 다양한 작품을 발표하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총 230여점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우현정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김구림의 미술사적 성과를 재확인하고, 현재진행형 작가로서 행보를 살펴보는데 중점을 두었다고 한다. <김구림>이라는 전시제목 또한 작가가 갖고 있는 세계 자체를 보여주고, 제목을 설정함으로 인해 작가의 세계에 생기는 선입견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작품은 총 6전시실, 이동통로, 7전시실 세 가지 공간으로 나뉘어 전시되어있는데, 6전시실은 1950년대부터 일본을 오가며 전개한 초기 작품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동통로에는 신작들, 7전시실은 1980년대 중반 이후부터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미국에서 작품 활동을 전개하며 발표한 오브제를 활용한 평면 작업과 2000년대 귀국 이후 선보인 작품들을 살펴 볼 수 있었다. 






1) <1-62>, 1962, 패널에 비닐 / <-62>, 1962, 캔버스에 비닐

1956년경부터 한국미술계에 앵포르멜 미술이 등장하여 주류를 이루고 있었는데, 작가는 붓을 사용하지 않고 퍼포먼스와 같은 행위를 통해 비정형의 화면을 구축했다. 전쟁의 참상과 뒤이어 시작된 산업화를 비판적으로 표현하였다. 패널에 담요/비닐 등을 석유를 이용해 태우고, 남은 흔적을 골조로 사용하였다. ‘<질-62>,1962’의 경우, 전쟁 후 시대상황을 표현하였으며 비닐을 이용하여 흰색 배경을 연출하였다. 

(*앵포르멜 미술의 구심점은 1957년 결성된 ‘현대미술가협회’였다. 김창렬, 하인두, 김서봉, 문우식, 장성순, 김영환, 김충선, 박서보, 전상수 등에 의해 주도된 이 협회는 1961년 ‘60년미협’과 연립전을 마지막으로 해체되기까지 집단적 운동을 주도하며 한국 미술계에 획기적인 전환을 가져다주었다.)



2) <걸레>, 1974, 식탁보에 실크스크린

김구림은 1970년에 일본에 머물면서 활동하였고, 오브제와 비디오, 판화를 주로 탐구했다. 동시에 현존, 시간성과 같은 존재론적 개념에 천착했다. 작가는 백화점에서 구매한 식탁보 위에 걸레를 놓고, 아래의 얼룩은 실크스크린으로 찍어냈다. 해당 작품은 판화로 종이에 찍고 액자에 넣어 에디션 넘버를 붙이는 기존 방식과는 다르게 제작된 것이 눈에 띈다. 현대 판화는 과거의 방식을 되풀이 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로 다루어져야 한다는 작가의 말이 인상적이며, 판화의 정의와 시간성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3) <빗자루>, 1973, 오브제에 채색

작가는 일상적인 기성용품인 ‘빗자루’를 오브제로 사용하는 레디메이드(ready-made)를 활용하여 새로운 측면에서 작품을 바라보고자 했다. (*20세기 마르셀 뒤샹의 <샘>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빗자루, 도끼 등에 직접 채색을 하여 시간성을 다룬 독자적인 개념미술이다. 



4) <전자예술A>, 1969(2013년 재제작), 패널에 플라스틱전구 / <공간구조A>, 드로잉, 1968, 종이에 색연필

옵아트를 조형적으로 해석해 낸 작품으로 작가가 방직공장 기계부품을 활용하여 제작했다고 한다. 구멍이 난 플라스틱 반구를 화면 위에 부착하여 반복적인 리듬을 만들어낸 작품으로, 1960년대 말-70년대 초 전기기술이 좋아지면서 제작 가능하게 되었다.  (*옵아트의 대표적 아티스트로 ‘빅토르 바자렐리’가 있다.)



5) <현상에서 흔적으로>, 1970(2000 인화), 대지미술

작가가 최초로 실험했던 대지미술 프로젝트이다. 한양대학교 앞 강나루 건너편 살곶이 다리 옆으로 7개의 삼각형을 만들고 잔디에 불을 놓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당시 국내에는 ‘헤프닝’으로 소개되었으나, 헤프닝은 우연성이 강조되고 있어 일본에서는 모든 게 우연이 아니라 계획에 따라 진행된다는 뜻에서 ‘이벤트’로 통용되었고, 후에 ‘퍼포먼스’라는 용어로 통칭되었다.) 7개의 삼각형 안 잔디는 본래 같은 물질이었으나 불타면서 다른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작가는 다른 ‘현상’을 바라보면서 삶과 죽음, 음과 양과 같이 대립되는 개념들을 다루고자 하였고, 퍼포먼스를 행하며 ‘과정’을 다루고 시간과 개념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작품 상단에는 과거 도시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데 이는 도시문화적으로도 의미가 있다. 



6) <1/24초의 의미>, 1969, 단채널 비디오컬러무음 / <문명여자>, 1969, 단채널 비디오컬러사운드 

<1/24초의 의미>는 1960년대 삼일고가도로, 세운상가, 고층빌딩, 육교, 옥외광고판, 방직공장 등 빠르게 변모하던 서울의 모습을 속도감 있게 담아냈다. 영상에 등장하는 남성의 하루는 상대적으로 느리게 표현하면서, 무빙 이미지들을 조합해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와 그 안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남성의 모습을 그려냈다. 뒤쪽에 전시 된, <문명, 여자, 돈>은 빠르게 진행되는 ‘문명’, ‘돈’을 중심으로 작동되는 사회, 그 안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산업화시대 소녀의 비극을 표현했다. 두 작품은 산업화로 인한 현대인의 고독을 성별에 따라 다르게 작동하는 사회구조와 함께 담아냈다.     



7) <음과 양>, 2023

2023년에 제작된 <음과 양>은 여러 시대에 사용된 화면기기들을 배치하고 의미를 알 수 없는 영상들이 일정한 규칙없이 상영된다. 작품 벽면에는 유리가 배치되있어 혼란스러움을 가중시킨다. 각 화면 기기들은 복잡한 현대사회 속 방향을 잃고 흘러가는 개인을 표현하였으며, 이를 연결한 테이프들은 혼란스러움 속에서도 연결된 개개인을 표현한다. 하지만 규칙을 잃고 전혀 소통은 되지 않고 있다. 현대인들의 소통의 부재를 꼬집고, 현대사회가 가지는 혼란속에서도 의식적으로 삶을 대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음과 양>, 2023



8) <음과 양:자동차>, 2023

설치된 작품으로 산업화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을 다루었다. 배경은 포토 몽타주 기법을 활용하였는데, 가운데 이미지를 주목해보면 쓰레기 더미를 볼 수 있다. 미국이 점차 발전하지만 쓰레기가 많이 나온다는 것에 문제의식을 느껴 표현하였다고 한다. 오른쪽 상단에는 뉴욕 모더니즘 건축물을 배치하므로서 상징적 의미를 표현하였다.  

<음과 양: 자동차>,2023



9) <음과 양 91-L 13>, 1991, 캔버스 위에 아크릴낚싯대양동이

1980-90년대 미국으로 건너간 김구림은 작업에 자연을 다루기 시작했다. 캔버스에 그리는 것을 넘어서 오브제를 혼합하여 보여주기도 하였다. <음과 양 91-L 13>은 오른쪽은 주황색 이미지, 왼쪽은 화재가 난 건물 빌딩 그림을 대비시키고 낚시대와 양동이를 활용하여 물을 표현하였다. 자연과 인공의 대비를 그리고 황폐해진 문명을 재난이미지나 소비재등으로 표현하였다.      



10) <상황>, 1971, 나무

자연(나무)을 미술관 안으로 끌고 들어와 외부와 내부를 연결해주는 매개로 활용하였다. 나무 위·아래로 위치하고 있는 천은 인공을 표현하였으며, 자연과 인공이라는 개념을 병치시켜 표현하였다. 위·아래를 덮고 있는 천의 실사이즈는 같은데 보기에는 달라보인다. 이는 본질을 떠나 사물이 모두 현상이라는 작가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해석된다. 


<상황>,1971, 나무, 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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