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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사장 Jul 11. 2021

주고 까먹고 받고 기억하는 호구의 삶

결국 호구는 호구다.

호구를 그만두겠다고 글을 썼지만 사실 호구들은 호구를 그만둘 수 없다. DNA 속에 깊게 박힌 호구 유전자는 어지간해서는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호구당하지 않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하고 고민했던 이유는 조금이라도 상처 받지 않는 호구가 되기 위해서이다.


사실 누군가를 위해서 삶을 살고 간과 쓸개까지 퍼주는 삶의 방식을 싫어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래도 사람이기 때문에 자기 실속을 챙기고 싶을 때가 있고 나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을 보면 가슴이 답답해지기도 한다. 


내가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양분이 되어 쪽쪽 빨려나가고 있다고 생각하면 더욱더 지치곤 한다. 하지만 호구 생활은 그만둘 수 없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나은 호구의 삶을 위해 호구 대원칙 하나를 정하게 되었다. 


주고 나서 바로 까먹고 받고 나서는 죽을 때까지 기억한다. 
(Give&Forget / Take&Remember)

이 사고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가면 사람들에 대한 섭섭함 없이 호구 짓을 할 수 있고, 나에게 고마운 사람들에게 은혜를 베풀면서 살 수 있다. 건강한 호구의 삶이 되는 것이다.


'기브 앤 테이크'라는 책 속에서는 사람은 3가지 종류가 있다고 한다. 받은 것보다 주는 것을 좋아하는 'Giver', 주는 것보다 받는 것을 좋아하는 'Taker', 받은 만큼 돌려주는 'Matcher'이다. 호구는 이 중에서 어떤 포지션을 가지고 있을까.


호구는 어차피 죽을 때까지 Giver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릴 때는 Taker가 인생에 있어서 이득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호구는 늘 손해만 보고 산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Giver가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받는 것은 내가 정할 수 없지만 주는 것은 내가 주고 싶을 때 언제든지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랑을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행복하다는 것을 깨달을 때 어른이 되고 부모가 되어 있듯이, 호구 짓이 생각보다 멍청한 짓이 아니라고 깨닫는 순간 지금까지의 모든 호구의 순간을 구원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 멍청한 호구에서 행복한 호구가 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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