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와 PM의 역할은 다르다.
서비스 기획자로 현업에서 수년간 일을 하다가 최근에 사이드 프로젝트에서 PM의 역할로 참여를 해보았다. 평소에도 기획을 하면서 회의 진행을 주도하고, 배포 일정을 관리한 적이 있기에 PM 역할도 일부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PM으로서 일하는 경우에 책임감은 기획자로 곁다리로 할 때보다 훨씬 무거웠다. 한 주, 한 주 어떻게 이 팀을 이끌어나가고, 어떤 아이템을 어떻게 진행시켜볼지, 팀원들의 생각을 일치시켜가며 앞으로도 나간다는 게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오늘도 사이드 프로젝트 회의 중에 혼자 흥분하여 머리를 싸매기도 하였다. 서비스 기획자로서는 괜찮았을지는 몰라도 아직은 PM으로서는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고 오늘까지의 PM 중간 회고록을 작성해보고자 한다.
PM은 열정적이나 대외적으로는 냉정해야 한다.
PM이 자기 프로젝트에 열정을 가지는 것은 필수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프로젝트가 굴러갈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사이트 프로젝트에서의 PM은 별도로 월급을 받고 역할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말 열정 페이로 진행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열정은 팀원들에게 과도하게 보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부담으로서 느껴질 수도 있으며 더 나아가 PM은 늘 팀원 전체를 감싸고 챙길 수 있어야 되는데 혼자 흥분하여 아무것도 느끼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팀원들 속에서 PM은 최대한 논리로서 냉정하게 접근해야 한다. 감성적인 부분은 늘 예외 케이스를 나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데이션이나 커뮤니케이션 속에 마찰이 있더라도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만을 생각하며 머리를 식힐 필요가 있다.
PM의 성과는 가장 마지막에 온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할 때 개발자는 회사에서는 쓰지 않는 새로운 언어에 도전해 볼 수 있다. 디자이너는 기존 레거시가 없는 새로운 디자인 포트폴리오를 남겨볼 수 있다. 기획자 또한 새로운 인사이트를 찾아서 서비스를 구현해 볼 수 있다. 각각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함에 있어서 아웃풋을 낼 수 있다.
하지만 PM은 다르다. PM의 아웃풋은 결과로써 얻을 수 있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팀원들이 각각 어떤 것을 얻을 수 있을까에 대해서 고민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에 나 스스로의 얻을 수 있는 것을 고민하였을 때 PM은 결과를 내지 않으면 얻을 수 있는 게 적다는 것을 깨달았다.
회의를 진행하고 일정을 조율하며 프로젝트를 리딩 하는 중간 과정들은 눈에 보이는 결과물로 보여주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PM으로서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순간은 프로젝트의 결과를 보는 게 아닐까 싶다. 물론 성공한 프로젝트면 가장 좋겠지만, 실패한 프로젝트로 결과가 나오더라도 말이다.
멘탈탄력성을 먼저 키워야 한다.
아는 형도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신다. 그 형님이 말씀하시길 팀원들이 모두 자신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항상 자기가 힘들다고 이야기한다고 했다. 실상 자기는 따로 받는 것도 없이 일하는데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해야 되는지 현타가 자주 오신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PM은 리더의 역할도 가지기 때문에 중간중간 노이즈와 충돌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모든 일은 순탄하게 흘러가지 않을 것이고 이슈는 매 순간 발생할 것이라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다. 아무리 좋은 코드라도 버그는 있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멘탈탄력성이 중요하다. 멘탈이 털리고 나서 빠른 시간 내로 다시 복구되는 힘을 길러야 꾸준히 지치지 않을 수 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멘탈이 안 털리는 게 이상한 거다. 중요한 거는 털린 멘탈을 어떻게 빨리 복구할 것인가 이다. 나는 보통 글쓰기를 통해 이를 극복하고자 한다.
이 외에도 매주 PM으로서 살아가면서 스스로의 부족함을 하나 둘 깨닫고 있다. 대부분 사소한 것들이지만 한번쯤 다짐을 하고 싶을 때 브런치에 적어서 더 나은 삶을 고민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