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이 돈 주고 가는 여행이다.
친구들과 여행을 가게 되었다. 여행을 가기 전에 비행기 표와 숙소를 예약하고 맛집을 찾아보았다. 사진 찍는 것도 좋아하기에 DSLR도 챙겨갔다. 비행기 예약부터 총무를 했기 때문에 여행 가서 경비 처리도 자연스럽게 맡게 되었다.
그렇게 여행지에 가서 왼손에서는 구글 맵을 틀어 놓은 채 가이드가 되었고, 맛집과 관광지에 가서는 포토그래퍼가 되었으며, 계산의 순간에는 회계사가 되어 여행 경비를 체크하게 되었다. 그렇게 불태운 여행 속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내가 찍힌 사진은 단체 사진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호구들은 대부분 누군가에게 부탁할 바에는 내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은 무척 편할 수 있다. 희생정신이 뛰어난 것은 좋지만 굳이 모든 짐을 자신이 맡을 필요는 없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일이라고 해도 함께 여행 가는 이상 공평하게 나누는 것이 뒤탈이 없다.
생각보다 친구들에게 어떤 일을 맡겼을 때 잘 처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믿고 맡기는 것 또한 친구로서의 신뢰를 표현하는 방법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고 한번 부탁해보자. 뭐라고 하는 친구가 있다면 손절을 추천한다.
사진을 찍는 것은 모두의 역할로 추가하는 것이 좋다. 사진을 말하지 않으면 먼저 찍어주지 않는 친구들도 있다. 그렇기에 서로 많이 사진을 남길 수 있도록 여행을 가기 전에 이야기해두면 역할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게 되어 보다 더 많은 여행의 추억을 남길 수 있게 될 것이다.
어차피 각자 돈 내고 다니는 것이기에 함께 할 필요는 없다. 의견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단독으로 행동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함께 온 여행이기에 처음부터 끝가지 함께해야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굳이 가고 싶지 않은 곳을 가고 먹고 싶지 않은 것을 먹으면서 불평할 바에는 애초에 일정 기간 따로 다니는 것도 방법이다.
친구들과 여행을 가게 되면 다수의 의견에 맞춰 소수를 설득하여 여행 일정을 맞추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정을 함께하는 것이 교통비나 통신비를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따로 다니게 되는 것이 더 효율이 좋은 경우가 많다. 모두가 만족하는 여행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친구들과의 여행을 그저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의 동행이라고 생각하자. 우연찮게 출국 편과 귀국 편이 똑같을 뿐 각자에게 원래 다른 여행 목적이 있고 스타일이 있는 것이다. 친구라고 생각하고 여행을 시작하게 되면 호구들은 대부분 가이드가 될 것이다.
호구들은 보통 여행 계획을 짤 때 친구들이 좋아하는 코스를 찾게 된다. 친구가 좋아하는 음식과 친구가 가고 싶다던 곳들 위주로 코스를 짜게 되면 정작 내가 먹고 싶고 내가 가고 싶은 것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하지 않게 되는 경우가 많다.
똑같은 돈과 시간을 들이는데 혼자서 너무 가성비가 좋지 않은 여행을 하고 있다고 느낀다면 호구가 된 것이다. 무보수로 친구들과의 여행 일정을 짜게 된다면 그 일정이 본인 위주여도 충분히 괜찮다. 오히려 그 정도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면 모든 것을 때려치우고 그냥 혼자 가는 것이 가장 마음 편한 여행이 될 수 있다.
여행을 통하여 친구들에 대해서 한 번씩 생각해보는 것도 좋지만 자신에 대한 생각이 가장 우선시되어야 한다. 호구들의 자기 자신을 가장 마지막으로 생각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에 의식적으로라도 나부터 생각하고 남들을 챙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