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주기만 하다가 못받을 수도있다.
친구들과 졸업 여행을 길게 떠난 적이 있다. 여행 기간 중에 적당히 면식이 있는 친구가 결혼을 한다고 하였다. 축의금만 보내면 될 것을 의리를 중요시 여겼던 호구는 중간에 귀국하여 결혼식에 참석하였다.
그 뒤로 결혼식 이후에 지인의 안부조차 이야기한 적이 없다. 더 이상 호구의 결혼식에도 어색해서 부르지 못할 사이가 되었다. 처음 가본 지인 결혼식이긴 했지만 지금도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지인은 친구가 아니다. 주변 사람을 챙겨야 할 때 이 사람이 지인인지 친구인지를 구분해보는 것이 좋다. 친구라면 다소 호구같이 굴어도 괜찮지만 지인이라면 호구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지인이라고 구분을 하게 되더라도 나중에 나에게 도움이 될 사람이라고 생각하여 호구 짓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언젠가 알아두면 도움이 되는 관계일 수도 있다. 인사가 만사라고 하듯이 사람 관계는 살면서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알 수 없는 날을 위해서 매일매일을 신경 쓰며 호구의 역할을 자처할 필요는 없다. 정작 내가 그 사람이 필요할 시점에 그 사람이 나를 도와준다고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쓸 모 없어진 호구를 먼저 내칠 수도 있다.
스스로 원칙을 정해놓지 않으면 나중에 누구 한 명이 섭섭하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예를 들어 똑같은 회사 동기에 대해서 축의금의 차이를 두게 된다면 혹시라도 서로에게 얼마를 주었는지 알게 된다면 기분이 상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조사에 관련하여 원칙을 정해둔다면 크게 고민하지 않고 그 원칙 안에서 플러스하거나 마이너를 하면 된다. 원칙을 정하는 방법 중 하나로는 카카오톡을 확인하는 것이다. 최근 대화 목록 상단에 올라와있으면 꽤나 친한 친구라고 생각하고 경조사 비용을 측정한다. 연락의 빈도만큼 파악하기 쉬운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예외도 있다. 이전에 큰 은혜를 입었던 지인이라면 연락 빈도와 상황에 상관없이 도움을 줄 수 있을 때 줘야 된다고 생각한다. 호구 짓은 그동안의 받은 은혜를 갚을 때라면 과해도 된다.
좋은 날을 축하하기보다 힘들 때 옆에 있어주는 편이 더 중요하다. 축제에서는 떨어지는 콩고물이라도 받아먹으려고 주변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조사에 있어서는 정말 힘이 되어주고 싶은 사람들이 모인다.
돈이 많을 때 사귀던 사람은 돈이 없어지면 떠나게 되고, 권력이 있을 때 사귀던 사람은 권력이 없어지면 떠나게 된다. 그렇기에 내가 힘들고 어려울 때 옆에 있어준 사람은 무슨 일이 있어도 내 곁에 든든히 지켜줄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경조사보다 더 좋은 것은 평소에 이유 없이 챙겨주는 것이다. 명목 상 챙겨줘야 하는 날들은 자기도 모르게 기대를 하기 마련이지만 아무 이유도 없는 날에 소소하게 챙겨주는 건 기대하지 않은 만큼 더 큰 의미로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