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를 통해 읽어보는 투자의 핵심
나는 언젠가부터 투자에 대한 책을 꾸준히 읽어왔다. 여러 투자 방법들 중에서는 주식 투자가 가장 친숙하다. 사회초년생에게 있어서는 주식 투자가 적은 돈으로 시작할 수 있는 좋은 투자처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투자는 어렵다. 사실 책을 몇 권이나 읽고, 실제 투자를 5년 넘게 지속하고 있는 지금도 나의 투자 실력은 갈 길이 먼 것 같다. 증권 앱에 그려진 파란색 글자들이 그걸 알려주는 것 같아 부끄럽다.
그래도 투자에 대한 공부 자체는 느슨하게나마 꾸준히 지속 중이다. 그런 내게 이 책은 집어들 수밖에 없는 제목이었다. ‘인생투자’라니. 마치 인생 전반에 대해 투자 조언을 줄 수 있을 것만 같은 제목으로 느껴졌다. 이 책을 읽는다면 계속해서 흔들리는 나의 투자 태도가 자리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책을 펼쳤다.
제목에 '인생'이 들어간 만큼 특정 분야가 아닌 인생 전반적인 조언이 주를 이루는 책이다. 1부는 '투자 철학', 2부는 '실전 투자'라는 소제목인데 2부보다 1부의 양이 더 많다. 그만큼 How보다는 Why에 집중한 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내가 인상 깊게 읽었던 부분들을 짚으며 저자가 책에서 강조하고 있는 개념 두 가지를 살펴보려 한다.
1. 자존감
2. 생각기계
성공하기 위해서는 리스크를 져야 한다. 리스크가 없는 일에는 리턴이 발생하지 않는다. 반드시 맞는 말은 아니지만 보통은 리턴이 높은 일은 리스크가 높은 편이다.
투자의 세계에서도 그렇다. 저자는 인생에서 가장 위험한 일은 아무 위험에도 뛰어들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리스크를 져야 한다는 나의 생각과 딱 맞는 이야기였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누가 그걸 몰라서 하지 않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다. 다만 양질의 투자 정보가 부족한 탓에, 특정 세력들이 정보를 꽉 잡고 있는 탓에 자신과 같은 개미들은 돈을 벌 수 없다고 말하고는 한다.
과연 그럴까? 내가 생각하기에 우리는 이미 어떻게 투자하면 되는지 이미 알고 있다. 미국이 망하지 않는다면 미국의 S&P 500을 추종하는 인덱스 ETF에 투자해 둔다면 결국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은 투자 관련 책 1권만 읽어봐도 알 수 있는 당연한 사실이다. 또한 몇십 년 뒤에는 반드시 AI 기술이 우리 일상 속으로 들어와 지금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될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럼 AI 관련 투자를 길게 보고 가져가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정보가 있음에도, 방법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지 않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그 사이에 있는 불확실성이 두렵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가 투자를 하지 못하는 이유는 정보의 부족,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리스크를 질 위험을 무릅쓰고 베팅할 수 있는 용기가 없을 뿐이다.
그리고 그런 용기는 자존감이 있어야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이다.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뚝심 있게 밀고 나가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믿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힘은 자존감에서 나온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렇기 때문인지 책의 곳곳에 자존감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다만 자존감만 있다고 투자에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에 앞서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것이 필요하다. 그때 우리는 '생각기계'가 필요해진다.
생각기계는 무엇일까? 책에 있는 이야기들을 모아 종합해 보자면 생각기계란 ‘통찰력과 판단력’으로 읽힌다. 저자는 작 중에서 투자에 필요한 2가지는 양질의 정보와 좋은 생각기계라고 말한다. 같은 정보를 듣더라도 사람에 따라 내다볼 수 있는 시야가 다르다.
AI로 예를 들어보자. 어떤 사람은 AI의 발전이 대두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단순히 AI를 개발 중인 기업을 찾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은 AI의 발전으로 늘어날 반도체의 수요량 증가를 생각해 엔비디아 등의 반도체 기업을 찾을 것이다. 조금 더 내다본다면 반도체 수요에 따라 기업들이 반도체 공장을 늘릴 것까지 읽어내 반도체 제작에 필요한 장비를 개발, 판매하는 기업을 찾는 사람도 있겠다.
이처럼 생각기계, 통찰력과 판단력의 차이에 의해 투자할 수 있는 범위가 늘어나게 된다. 세상에는 미래의 경제를 예측하기 위한 수많은 요소들이 존재한다. 트렌드, 금리, 환율, 경기 사이클 등 셀 수 없이 많은 정보들이 우수수 쏟아진다. 그리고 조금만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면 그것들을 캐치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그 정보들을 잘 정리하여 분석 가능한 자료로 만들고 거기서 인사이트를 뽑아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스스로의 생각기계가 잘 동작하도록 평소에 윤활유를 발라줄 필요가 있다.
자존감과 생각기계. 어쩌면 비법을 알려주겠다는 수상한 투자 고수의 비릿한 책이 아니라면 투자에 대한 이야기는 저 2가지로 귀결되는 것 같다. 다들 비슷한 이야기를 하지만 그만큼 핵심이라는 뜻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가끔은 세상 모든 것들이 세세한 부분만 다를 뿐 모두 비슷한 것이 아닌지 생각한다. 자존감과 생각기계 이야기는 비단 투자뿐만 아니라 남들에게 보여줄 콘텐츠를 만들 때도, 회사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에도, 하다못해 오늘 저녁에 먹을 메뉴를 생각할 때에도 비슷하게 적용된다.
인생을 대하는 태도를 확장시켜 투자에 적용시키는 것. 그것이 ‘인생투자’의 방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