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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드네 Mar 19. 2022

내 마음의 걸림과 돌봄

100일 글쓰기 카페: 나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시간

오늘 글쓰기 카페 회원분들과 '도다리 쑥국과 서대회무침' 을 함께 먹는 점심 번개를 하였습니다. 처음 본 사람들과는 쑥스럽고 어색해서 만나는 것을 꺼리던 분도 용기 있게 나와 주셨습니다. 그런데 그 분이 오늘 모임에서 말씀을 제일 많이 하셨습니다. 다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할 말들이 많아서 대화 순서를 정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카페지기도 할 말이 많아서 중간중간 말을 끊고 이말저말을 주책없이 하고 말았습니다. '아'하며 '어'하고 알아듣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은 정말로 재미난 일입니다. 오늘 처음 만나는 사람을 위해 누구는 커피를 사고 누구는 책갈피를 선물로 주셨습니다. 이래저래 책을 많이 읽는 저로서는 아주 요긴한 선물입니다.  

대화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보듬어 주고 돌볼 수 있다면 참 좋을 듯합니다.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다음에도 또 카페 번개를 하고 싶습니다.  오늘 나누었던 이야기 중에 한 분이 메모장에 기록하고 싶다고 한 것이 있어 대화 주제를 나눔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내 마음 속 걸림을 지혜롭게 돌보는 것입니다.  

"친한 친구사이란 마음 놓고 내 기쁜 일을 자랑할 수 있는 사람이고 절친이란 친구의 자랑을 격려하기 위해 밥(술)을 사며 축하해 주는 사람이다." 우리는 '사돈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만 들었지 그 다음은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안 가르쳐 준 교육도 문제라고 하면서 마음에 걸리는 것들에 관한 국가 교육의 부재까지 걱정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주변에 누구라도 기쁜 일이 있어 자랑할려면 밥이나 술을 사라고 으레 으름장을 놓고 자랑을 못 하게 합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사돈이 논을 사면 설령 배가 아플지라도 어떻게 논을 사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라도 밥을 사야겠다고 하였습니다.   

친한 친구가 나에게 자랑을 스스럼 없이 할 수 있도록 언제나 친구의 기쁨에 응원하고 격려해야겠습니다. 그가 어떤 일에 자랑거리가 될만큼 성과를 냈다면 분명 친구만의 노하우가 있을 것입니다. 밥과 술을 사며 슬며시 그 친구의 비법을 전수받는 것도 삶의 지혜이자 내 마음의 돌봄일 거라는 생각입니다. 오늘 카페 번개에 모인 분들에게 자랑거리가 생기면 꼭 말씀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 분들에게 또는 저에게  자랑거리가 생긴 친구에게 밥을 사는 것은 이제 암시랑토(아무렇지도) 않은 일입니다.  


두 번째로 메모장에 기록하고 싶은 대화 주제는 '내 마음 속 걸림으로 상처받는 말'이었습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 나에게 건네는 말 때문에 상처를 받은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상대가 정말로 나에게 상처를 주기 위해서 그 말을 했는 지 아무렇지도 않게 한 말인데 상처를 받은 것인지 생각해 보자는 것입니다.  

문제는 왜 그 말에 내가 상처를 받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상대가 건넨 말의 무게가 1g일 수도 있고 1Kg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내가 매번 1톤의 무게로 그 말을 받아들이고 상처받고 있다면 그것은 분명 나의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다섯 명의 형제가 있는 데 고향집에 내려갔더니 어머니께서 쌀 한 가마니를 내 놓으시면서 가져가라고 하셨습니다. 형제들은 각각 처지와 형편이 다를 수 있습니다.  

어떤 형제는 그걸 가장 공평하게 1/5씩 나누면 되겠다고 생각하고 어떤 형제는 제일 쌀이 필요한 형제가 가져가면 좋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쌀이 제일 필요한 형제의 생각이 중요합니다. 형제들이 나에게 쌀을 전부 가져가라고 하면 자존심이 상할 수 있습니다. 또 1/5만 가져가라고 하면 내 처지와 형편을 고려하지 않고 매정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해도 본인은 존중받지 못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쌀의 문제도 형제들의 생각 문제도 아닙니다. 쌀이 절실하게 필요했지만 자존심을 세웠던 쌀이 필요한 형제의 마음 속에 있는 감정의 문제입니다. 혹시, 다른 사람의 말에 상처를 받은 여러 걸림들이 있다면 꺼내 놓고 왜 그랬는지 마음돌봄을 해 보면 좋겠습니다.  

쌀이 정말로 필요하다면 처음부터 형제들에게 자신의 처지를 말하고 다시 어머니께도 자신이 가져가도 되는 지를 여쭈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쌀은 원래 모두에게  필요한 식량(사랑)이지만 어머니는 쌀보다 귀한 자신의 마음을 대신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어머니께서 주고 싶은 것은 자식들을 위하는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자식 중에 한 명이 형제들과 이야기가 끝났으니 가져가겠다고 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대신에 형제들이 모두 쌀이 필요한 형제를 위해 양보한다는 것을 어머니께서 이해하시면 어머니는 자신의 사랑이 두 배로 늘어난 것을 느끼실 것입니다. 어머니께는 세상에서 자식들의 우애보다 더 기쁜 일은 없을 것입니다.  

감정과 마음의 문제이지만 단순하게 쌀의 문제로 비유해서 말했습니다. 가까운 사람과의 대화 중에 마음이 순식간에 얼어붙는 '빙점'이 있다면 그것은 분명 나의 문제임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상대가 1g으로 말하든 1톤으로 말하든 그 말은 그 사람의 생각일 뿐입니다. 본인은 본인의 감정과 느낌을 살피는 것이 먼저입니다. 오늘 이렇게 제가 말을 많이 하고 말았습니다. 어쩌면 걸림과 돌봄은 나의 문제인 것이지도 모릅니다.  

나의 감정과 느낌을 그때그때 말하지 않으면 상대가 모릅니다. 사실은 본인도 모르고 상처주고 상처 받을 수 있습니다. 나의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연습이 필요할 듯합니다. 미안할 때는 미안하다고 말하고 고마울 때는 고맙다고 말하는 연습이 중요합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의 '빙점'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쪽팔리지만 그게 나인 걸 인정하고 돌보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기쁠 때 크게 웃고 자랑하는 것부터 하면 어떨까 제자신에게 권유해 봅니다. 어떤 친구가 내 기쁨에 먼저 밥을 사 주는 지 알아보는 것도 재미 있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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