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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드네 Mar 21. 2022

촌스런 나의 이름

100일 글쓰기 카페: 나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시간 - 다섯 문장 쓰기


다섯 문장 쓰기 방법에서는 '발상' '연결' 대해서 말해보고자 합니다. 글쓰기에 무엇을 어떻게 쓸까하고 고민에 빠졌을  생각을 합니다. 이것이 바로 발상의 시작입니다. 발상은 어떻게 하는가? 그렇다면 발상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발상(發想) 한자 그대로 풀어보면 '생각을 쏘다, 쏘는 생각' 정도로 풀이가 됩니다. ()이라는 한자는 "쏘다, 가다, 떠나다, 보내다, 파견하다' 뜻합니다. 생각을 가지고 이것저것 해보는 것이라고 짐작이 됩니다. 생각을 떠나보내고, 생각을 파견하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아마도 낯설고 새로운 생각 속으로 나를 파견하는  쯤으로 개념을 잡아보겠습니다.

발상은 지금 여기의 나에서 다른 저곳으로 이동하는 적극적인 생각의 도전이자 모험일 듯합니다. 세계와 나를 새롭게 설계하는 존재 전환의 모험입니다.

어쩌면 글쓰기는 생각을 쏘아올리는 발상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나의 삶과 너의 삶을 향해 우리 모두의 세계를 향해 새로운 해석, 새로운 길로 나를 파견해 보는 것입니다. 언제 사용했는지 모를 '상상력'이라는 것도 이제 꺼내 써 보고 거의 기능을 잃었던 '자아의 방'을 활짝 열면서 세상과 나를 연결시켜 보는 겁니다.

글쓰기에서 소제목, 제목, 주제를 정할 때 연결은 좋은 방법입니다. 연결이란 단어 하나를 떠올린 다음에 새로운 단어들과 연결시키는 것입니다. 단어와 단어를 새롭게 연결하는 연습을 하다 보면 참신한 표현을 만들 수 있고 독특한 문장과 이야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다음은 책에서 인용한 연결에 관한 예시입니다.


 달빛 아래에서 이 공구들은 난쟁이를 닮아 보였다. 난쟁이 옆에서 난쟁이의 아들은 라디오를 고치고 있었다. 그는 라디오가 고장이 나 방송통신고교의 강의를 받지 못 했다. 난쟁이의 딸은 팬지꽃이 피어 있는 두어 뼘 꽃밭 가에서 줄 끊어진 기타를 쳤다. 난쟁이와 그의 아들딸이 사용하는 것들은 모두 '최후의 시장'에서 나온 것들이었다. -조세희(1978),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그녀는 등기된 이름을 버리고 '달팽이, 토끼, 찹쌀 빵, 명랑 소년, 얼음 귀신, 인디언, 외계의 돌, 초록 눈썹, 작은 서랍, 몽글몽글, 작은 꽃무늬 원피스, 오후 3시의 구름, 10분 후'가 되었다. -이광호(2011), "사랑의 미래"


나에게는 낡은 악기가 하나 있다. 여섯 개의 줄이 모두 끊어져 나는 오래 전부터 그 기타를 사용하지 않는다. (중략) 가끔씩 어둡고 텅 빈 방에 홀로 있을 때 그 기타에서 아름다운 소리가 난다. (중략) 그렇다. 나에게는 낡은 악기가 하나 있는 것이다. 그렇다. 나는 가끔씩 어둡고 텅  희망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그 이상한 연주를 들으면서 어떨 때는 내 몸의 전부가 어둠 속에서 가볍게 튕겨지는 때도 있다. -기형도 (1989), '먼지투성이의 푸른 밤', "입 속의 검은 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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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촌스런 이름은 세 살 때 돌아가신 아버지가 지어주신 것이다. 세상 모든 것에 불만이었을 때 이름을 바꾸기 위해 작명소를 찾아갔다. 역시나, 작명소 아저씨는 내 이름이 좋지 않다고 했다. 이것저것 인생에서 겪을 수 있는 불행이 찾아올 이름이라고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작명값이 너무 비쌌다. 막상 이름을 바꾼다고 해도 무슨 이름으로 바꾸어야할 지 준비를 하고 가지 않았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이 '이름이 촌스러운 것이지 내가 촌스러운 것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와 나를 연결해 주는 유일한 것을 버릴 수가 없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결국 이름은 바뀌지 않았고 나는 작명소 아저씨 예언처럼 살지도 않았다. 만약 그때 이름을 바꾸었다면 아버지 대신 내 이름과 함께 작명소 아저씨를 떠올리게 되었을 것이다. - 버드네, 2022. 0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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