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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콩 Oct 22. 2023

잠깐 대출받아서 금방 갚겠다는 집주인


매수인이 매매 계약을 한 후 전세입자를 맞춰 그 전세금으로 매매 잔금을 지급하는 조건이었다.


 계약 당시 이 집에는 근저당권(담보 대출)이 없었다.

전세금도 저렴하고 전셋집도 수리가 잘 되어 있어서 전세 계약이 쉽게 되었다.


잔금을 일주일 앞둔 어느 날 매도인이 전화했다.


"중개사님!

제가  갑자기 급전이 필요해서 이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어요. 

잔금일날 잔금 받으면 대출 갚을 테니 걱정 마세요"

헉~ 깜놀했다.

집을 팔거나 세를 놓을 경우 기존에 있던 대출을 미리 갚는 경우는 간혹 있지만, 없는 대출을 새로 받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까...


등기부를 열어보니 진짜로 근저당권이 1억 5천만 원가량 설정되어 있었다.


사업을 하는 매도인은 잠깐 급전이 필요해서 사업자대출을 받을까 했었는데, 거래하는 법무사사무소에서 '매도한 아파트에 대출이 없는 상태이니 잠시 대출받았다가 잔금 때 갚으면 문제없다.'라고 조언 아닌 조언을 하였단다.


그래서 대출을 받아서 쓴 후 잔금을 받아서 당일 날 바로 상환하려고 했다는데 문제는 임차인이었다.

임차인은 근저당권이 없는 상태에서 전세계약을 하고 전세대출 신청까지 마친 상황이었는데, 이 사실을 알렸더니 당연히 난리가 났다.


매도인에 대한 신뢰도 있고, 또 대출금 총액이 잔금 금액보다 적어서 중개사가 책임지고 상환하겠다고 겨우겨우 달랬지만 문제는 은행 측이었다.

애당초 대출이 있는 상태에서 상환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하였다면 상관이 없지만.  대출이 없는 상태에서 잔금 전에 갑자기 근저당이 설정된 경우에는  전세대출을 해줄 수 없다고 했다.


당황하여 해당 은행 부지점장과도 직접 통화했는데, 내규 상 전세대출 못 나간다 승인이 취소된다고 했다.

잔금일이 1주일밖에  안 남았는데 전세대출이 취소된다면 임차인은 거리로 나앉게 될 상황이었다. 어쩔 수 없이 대납하여 대출금을 상환 말소 처리하였다.


그런데 이번 사안처럼 전세대출 문제가 걸리지 않더라도,

집을 계약한 후 잔금 일 전에 잠시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것이 계약에 미치는 영향이 없을까?


계약 시에 없던 근저당권(대출)이 잔금 전에 설정될 경우에,  잔금 시에 상환 말소하기로 한다면 계약해제 사유가 안 되는 것일까?


유사 사건으로 인한 판례가 있다.





[판결] 임대차 계약 시 임대인이 잔금 받기 전 근저당권 설정했다면 계약해제 사유가 된다!

근저당권 등 제한물권 없는 상태로 임대차 계약을 맺기로 특약을 맺었음에도 임대인이 이를 위반해 잔금 지급일 전 임대차 목적물에 근저당권을 설정했다면 계약 해제 사유에 해당하고 위약금도 물어야 한다는 판결이다.

임차인 A 씨가 전세계약을 하였는데, 계약서 특약사항에는 "제한물권 없는 상태에서 이 아파트를 임대차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그런데 임대인이 잔금 지급일 전에 채권최고액을 10억 8000만 원으로 하는 근저당권을 설정했다.(전세보증금 보다 많은 근저당을 설정함.)

임차인은 "근저당권을 말소하지 않으면 계약해제 후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라고 했지만, 임대인은 "잔금을 마저 지급하면 근저당권을 말소하겠다"라고 버텼다. 이에 임차인은 계약을 해제한 후 소송을 냈다.

판결내용을 간단히 정리하면,

임대인은 근저당권을 설정함으로써 특약에 따른 의무를 위반했으므로 임대차 계약은 해제됐다,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계약금 반환과 함께 계약금 8000만 원의 40% 상당인 32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잔금 때 갚으면 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담보대출을 설정했다가는 손해배상 책임에 휘말릴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모든 계약은 지켜져야 하고

특별한 약정이 없다면 계약 당시의 상태를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이미지 출처: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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