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초의 기록
AK과 4번째까지 데이트를 마치고
어제까지 총 4번 AK를 만났다.
약간 심심할 정도로 평온하고 안정적인 느낌으로 만나고 있다.
만약 내가 30대 초 중반이었더라면,
많은 데이트 남들을 만나면서 업앤다운을 겪으며 느낀 점이 없었더라면,
아마도 한번 만나고 다시는 안만났을 수도 있는 타입의 사람.
10월 말에 한번 만나고 무려 3달이나 인도에 있다가 돌아와 뜬금없이 다시 보자!라고 하는데, 예전의 나였다면 아닛, 내가 무슨 몇 달이나 기다릴만큼 그렇게 한가해보이나? 흥,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네! 이렇게 생각하고, 됐다! 안 만난다! 이랬을 것 같은데, 그동안의 데이팅 경험, 연애 경험이, 여러 남자를 만나며 쌓인 데이터가 말해주었다.
이 놈은 괜찮은, 선한 사람이다. 더 만나보아라.
사실 그가 인도에 그리 길게 있었던 건 아버지가 급 뇌출혈을 맞으셔서 가족 옆에 있어야 했다. 나라도 그리 했었을 거라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렇게 2월 말부터 매 주말마다 만나고, 어제 4번째 데이트를 마쳤다.
함께 3시부터 9시 반까지 6시간 반이나 있었는데도 크게 피곤하지 않고, 편안하다.
보통 나는 에너지 레벨이 낮을 때 말 안하고 가만히 조용히 있는데 불편해하지 않고 서로 침묵 속에 있는데도 분위기가 무겁지 않고, 서로 동의된 침묵처럼 편안하다.
4번째 만난 후 생각을 정리하려고 블로그를 열었다가 예전에 썼던 데이팅 글들을 찾아 읽게됐는데 2020년 1월에 2019년 한 해간 12명을 만나며 느꼈던 점을 정리해놓은 글을 보며 어멋!하는 부분을 읽게 되었다.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인
적당한 수다기가 있고,
다양한 분야의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대화할 수 있고,
지적 호기심이 있어 어떤 사물, 상황, 장소에 있어도 흥미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고,
운동을 즐겨하여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지니고 있고,
강인한 정신력을 지니고 있고
불우한 이웃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품을 수 있고,
무엇보다 안정적인 장기적인 연애를 희망하는 자
위의 모든 걸 충족하는 남자가 바로 AK!
현재 콩깍지가 씌였다는 걸 감안해도 이 정도면 지금까지 기다렸던 보람이 있다.
물론 현재까지 AK와의 데이팅이 순조롭기만 했던 것은 아님, 예전 글에도 썼다시피 내성적 공대남 소프트 엔지니어 스러운 면모를 뿜어내어 편하게 대화를 할 수 있게끔 분위기를 만들고, 내가 리드하며 대화를 이끌어가며 조오금 피곤하긴 했었다.
하지만, 정말 잘 한듯! 침착하고, 인내심있게, 기다리고, 답답했지만 리드해서 상대방의 약한 부분을 채워주려고 노력한 결실이다.
아직 이 모든 설레발을 치기까지 관계가 확실한 단계로 진전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전에 만났던 그 어떤 데이트보다도 안정감이 들고 확신이 든다.
아래는 2020년에 쓴 2019년 한 해간 데이팅 경험 정리 글 중 일부이다.
예전에 효리가 상순과 만났을 때 이전의 남친들과는 다르게 상순은 고생시키고 애타게 하고 싶지 않았다면서 지금 생각해보니 결혼할 인연이라서 그랬나보다 하는데,
나도 AK가 느리고 쑥스러워하고 모자란 부분이 보이면 내가 채워주고 감싸주고 싶지, 못나보이거나 그러진 않는다. 물론 첫 데이트와 두 번째 데이트 때는 답답하고 그런 부분이 있었지만 어떻게 보면 그 두 번의 데이트동안 인내심있게 그를 알아가려고 노력했던 것이 어떻게 보면 정말 신의 찬스였던 것 같다. 본래 급한 성질과 성미를 죽이고 기다린 나, 칭찬해!
딱 한 번, 내가 몇 살 더 어렸을 때 AK를 만났으면 어땠을까?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봤는데, 만약 그 때 만났더라면 AK를 알아봤을 좋은 안목도 없었을 뿐더러, 인격적으로 덜 성숙하고, 부정적 기운으로 가득 차 있어 AK 가 날 좋아하지도 않았을 것 같다.
현 시기에 만난 이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