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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노자 인생 Jul 22. 2023

데이터가 없어도 대기오염이 심해도 괜찮아, 여행이니까

3박 4일 토론토 여행 그 첫 날

토론토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여행 전 미리 구매해놓은 e심카드를 개통시키려고 개통 방법을 보고 열심히 따라 해봤으나 무슨 일인지 되지 않았다. 리뷰에서 캐나다에 도착한 후 몇 시간이 지나서야 개통이 됐다는 글을 본 기억이 나 우선 다운타운까지 가서 다시 시도해 보기로 하고, 다운타운으로 가기 위한 기차를 타기 위해 움직였다. 기차 안에서도 다시 시도해 봤으나 여전히 개통은 되지 않았고, 기차 내 와이파이도 무슨 일인지 연결되지 않았다. 


인터넷과 연결되지 않은 상태는 묘하게 해방감을 주지만 이렇게 여행지에서 낯선 곳을 찾아가야 하는 상황에서는 해방감보다는 긴장감을 더 불러일으킨다. 오늘부터 이틀간 묵을 예정인 카우치서핑 호스트 V는 저녁 시간에나 집에 돌아온다고 하여 우선은 짐 보관을 해주는 곳에 캐리어를 맡겨야 해서 미리 찾아보고 결제를 해놓은 상황. 다행히 짐을 보관할 편의점 주소는 저장을 해둔 상황이라 다행이었지만 데이터가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길을 찾아갈지가 막막했다. 하지만 닥치면 어찌어찌 잘 해결하던 솔로 여행 짬밥이 있어 큰 걱정은 되지 않았다. 


짐을 보관할 곳은 V의 집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패션 디스트릭트(Fashion District) 에 위치해있었다. 유니언 역에서 내려 구글맵을 보며 짐 보관소로 걸어가는 길에 파란색과 하얀색의 유니폼을 입은 현지인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나중에 알게 된 토론토 홈 구단인 블루 제이스의 야구 경기가 있는 날로 경기를 보기 위해 차려입은 것이었다. 

블루 제이스의 경기가 있는 날. 파란색으로 차려입고 경기장으로 향하는 토론토 사람들



쇼핑센터 앞에서 응원 물품을 팔고 있는 할머니에게 길을 한번 물어 다행히 저장해놓은 주소의 건물 앞에 도착했다. 오피스 건물로 보여 의아함을 지닌 채 들어가 리셉션에 짐을 맡기러 왔다고 설명하니, 이곳엔 그런 비즈니스가 없다고 이 거리 아래편에 있는 편의점에 가보라고 한다. 그래서 나와 도보로 2분 정도를 걸어가니 작은 동네 편의점이 나와 들어가서 짐을 맡기로 왔다고 하니 예약번호를 묻는다. 

아… 미치 예약번호까진 저장을 못한 상황이라 내 이름과 이메일 주소를 말하고는 오늘 예약했다고 확인해달라고 하니, 주인과 통화를 하더니 예약이 확인됐다며 짐을 카운터 안쪽으로 가져오라는 신호를 보내신다.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던 아주머니와 젊은 청년 한 명, 둘 다 중국계로 보였고 매우 바빠 보였다. 짐을 맡기기 전 낮 시간 동안 필요한 선크림과 선글라스 등을 챙기고 저녁에 또 보자는 인사를 건넨 후 나왔다. 


이 당시 캐나다 동부에서 난 산불로 대기오염 수준은 정말 나쁜 상황이라, 오기 전에 일정을 연기해야 하나 걱정을 하던 상황이었다. 외출을 자제하고 외출을 굳이 해야 하는 상황에는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는 방송을 보고 있자면 과연 여행을 가서 제대로 할 수 있을지가 우려되는 상황. 미리 토론토와 뉴욕에 사는 지인들에게 현재 상황이 얼마나 안 좋은지에 대해 물어보다가 결국 여행을 강행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당시 나는 런던에서의 반복되는 일상에서 무기력해 질때로 상황에서 낯선 곳으로의 여행이 간절히 필요했기에. 


우려했던 바와 달리 토론토는 평화로웠고 약간의 먹구름이 낀 듯한 하늘은 원래 이런 건지 아님 산불 대기오염 때문에 이런 건지 여행자로서는 알 수가 없어 걱정이 되지 않았다. 여유롭게 야외에서 걸어 다니고 있는 현지인들 사이에서 간간이 마스크를 쓴 동북 아시아인들과 나이가 지긋한 현지인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평범한 토요일 오후의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사실 대기오염은 눈에 확연히 보일 정도로 나아진 듯해도 미세한 대기오염은 사실 눈에 보이지 않아 호흡기에 엄청 해로울 수도 있다고 생각은 들었지만, 평화로운 토요일 오후의 토론토가 묘하게 긴장감을 누그러뜨려 주었다. 만약 시민 대다수가 마스크를 쓰고 찡그린 얼굴로 걸어 다녔다면 나도 긴장을 했었을 것인데, 주변 환경은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걸 깨달은 순간이었다. 


여전히 e심카드는 개통이 안되는 상황으로 우선 출출한 허기부터 달래고자 편의점 근처에서 쇼핑센터로 향하다가 파파이스가 눈에 띄어 들어갔다. 30도 달하는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고 있었고 뚜벅이 여행으로 도시 여러 곳을 걸어서 여행할 계획이라 점심을 가볍게 먹을 생각이었지만 후라이드 치킨 앞에서 그 계획은 간단히 바뀌였다. 


설레는 마음으로 들어간 파파이스 카운터에 일하는 남아시아계 직원들이 보였고, 동남아시아계 가족과 이십 대 초반의 백인 커플, 홀로 식사 중인 젊은 청년들이 몇 보였다. 메뉴 중에 튀긴 새우 콤보가 눈에 띄어 주문하고 치킨집에 왔으니 치킨도 한 조각 주문했다. 큼직한 음료 컵에 얼음과 콜라를 가득 채워 자리에 앉아 다시 e심카드 개통을 시도하니 신기하게도 쉽게 되어 드디어 인터넷과 연결된 문명의 세계로 돌아올 수 있었다. 


높은 칼로리와 염분과 지방과 설탕의 향연으로 맛이 없을래야 없을 수 없는 조합





튀긴 새우와 케이준 양념이 듬뿍 올라간 감자튀김, 그리고 적절한 간의 양념으로 반죽된 튀김옷과 촉촉한 속살의 후라이드 치킨, 그리고 시원 달달한 콜라의 조합은 그 치명적인 칼로리와 나트륨과 지방만큼 맛이 있었다. 희한하게도 같은 파파이스라도 나라마다 그 퀄리티가 다르고 가장 기본적인 후라이드 치킨임에도 런던의 기름지고 눅눅한 치킨 누린내가 나는 치킨과는 격이 달랐다. 이 정도의 후라이드 치킨의 나라인 한국에서 온 여행자 기준에도 합격이다. 토론토를 떠나기 전에 치킨 맛을 못 잊어 다시 한번 먹으려고 했으나 필리핀의 맥도날드 격인 졸리비의 매운맛의 후라이드 치킨을 맛보고 싶어 못 먹고 떠난 것이  못내 아쉽다. 나중에 도착한 뉴욕에서도 파파이스에 가보았으나 그 맛은 천지차이였다. 


배가 빵빵할 정도로 먹을 수는 있으나 그럼 식곤증으로 누워버리고 싶기 때문에 적당히 배가 불러올 정도로 먹고 남은 음식은 가방에 넣고 길을 나섰다. 배도 든든하고 데이터도 있어 세상이 다 내것인것 같은 만족감에 콧노래를 부르며 첫 목적지인 하버프론트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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