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에는 런던보다 더 많은 인도계 이민자들이 많은 걸까?
짐을 찾으러 도착한 편의점. 두 명의 점원은 정신없이 줄을 선 손님들의 계산을 하고 있었다. 기다리는 동안 필요했던 치약을 하나 골라들었고 한국 육개장 컵라면이 있길래 두 개를 골라 들었다. 줄이 줄어들자 맡겼던 짐을 찾아 걸어서 도착한 카우치서핑 호스트 V의 집 앞에 도착했다. 토론토 다운타운 패션 디스트릭트에 위치한 V의 집에 도착해서 전화를 하자 곧 V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내려왔다.
함께 짐을 들고 올라간 V의 집은 원룸 스튜디오 형태로 널찍한 베란다에 나가니 고층건물들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들과 주말 저녁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의 소음과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나: “집 너무 좋다. 뷰도 너무 좋은데!”
V: “토론토에는 이런 콘도가 흔해.”
오래된 집을 보수 유지하며 낮은 하우스와 플랫 형태의 집을 선호하는 영국인들과 달리 캐나다 사람들은 편리하고 모던한 신축 빌딩을 선호하는지 도시 곳곳에서 높게 올라서고 있는 건물 공사가 눈에 많이 띄었다. 마치 현대 콘도들이 들어서고 있는 이스트 런던 지역 일부가 떠올랐다.
방 한편엔 브라질의 마셜아츠인 카포에라에 사용되는 끈이 보였고, 직접 끈을 만드는지 두툼한 실과 뜨개질바늘이 보였다. 카포에라와 뜨개질이 너무 상반된 이미지라 웃음이 나왔다.
십 대 후반에 캐나다로 이주해 30대 초반 현재까지 15년에 가까운 인생의 반에 가까운 기간을 캐나다에서 지낸 V는 어린 시절 이스라엘에서 자란 다문화 가정에서 자란 청년으로 현재는 토론토에 정착하여 낮에는 바텐더로 저녁에는 카포에라 클래스를 운영하며 바쁘게 살고 있었다.
짐을 풀며 하루 동안 뭘 했는지에 대해 얘기했다.
나: “오늘 날씨가 너무 좋아서 하루 종일 하버프론트에서 산책하고 낮잠 자고 그러면서 놀았어. 근데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니까 인도 사람들이 엄청 많더라구. 인도의 한 해안 도시라고 해도 믿을 정도야. 런던에도 남아시안계 인구가 많긴 한데, 토론토는 또 다른 레벨인 거 같아. 악센트가 없이 캐나다인도 있고 인도 악센트가 있는 사람들도 꽤 되고, 악센트가 전혀 없는 이민 2세대들도 꽤 많은 것 같아.”
듣던 V가 공감의 웃음을 짓는다.
V: “토론토에 남아시안계 이민자들 정말 많아.”
특히 브램튼이란 지역에 가면 남아시아인들이 모여서 대규모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사는 걸 볼 수 있어. 여기선 브라운 타운이라고 불러..”
나: “런던에도 서쪽 지역엔 사우스홀이란 지역이 있어. 리틀 인디아로 불리고 인도인 인민자들이 주로 살고 있는 동네야. 런던 동부에 플럼스테드에는 네팔계 이민자들이 살고 있고, 페컴엔 나이지리아와 아프리카를 비롯해 캐리비안에서 건너온 이민자들이 살지.
한인들은 런던 남부에 뉴몰든이란 곳에 많이 사는데, 나도 한국 식료품 사러 일 년에 몇 번씩 가곤 해.”
V: “나도 이민자지만, 내 주변의 이민자 친구들과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어. 캐나다 정부가 너무 이민에 개방적인 나머지 일부 국적의 이민자들이 대거로 이주해서 다양성을 해치는 것 같다구. 균형잡힌 이민으로 방향을 바꿨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들으면서 낮에 하버프론트에서 보이던 많은 남아시안계 3대 가족 및 대가족들이 떠올랐다. 가족 중심 문화권의 나라답게 한 명이 해외에서 자리를 잡으면 한 명, 두 명 이렇게 직계가족을 초청해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것 같다.
나도 영국에서 시민권도 영주권도 없는 이민자라고 하기엔 애매한 8년자 외노자로 살고 있는터라 V의 말을 듣고 여러 생각이 든다. V의 말에 어느 정도 공감이 되면서도, 또 더 나은 삶을 위해 터전을 옮긴 남아시아인 이민자들도 이해가 되기 때문이다.
구글 검색을 해보니 토론토의 남아시안 인구는 38만, 런던의 남아시아인 인구는 13만이다.
도시 규모는 런던이 토론토보다 2배가 크니, 다운타운에 남아시아인 인구가 더 두드러져 보이는 것. 캐나다에는 중국 및 동아시안계 이민자가 많다고 들었는데, 아마 벤쿠버에 더 두드러진 게 아닐까 싶었다.
나중에 찾아보니 벤쿠버에는 중국계 캐나다인이 많고 토론토에는 중국계와 남아시안계가 비슷한 비율이다.
토론토에 백인계 캐나다인이 50%에 육박하는데 많이 보이지 않은 이유는 아마 센트럴보다 교외 지역에 살며 출퇴근을 해서 그런걸까? 아니면 토론토 아일랜드로 피크닉을 간걸까?
출출해져 편의점에서 사 온 한국 컵라면을 뜯어 먹을 준비를 했다.
나: “매운맛 라면 잘 먹니? 이거 한국 라면인데 먹어볼래?”
V: “어, 나 매운 거 좋아해.”
정말 매운 음식을 잘 먹는지 V는 컵라면을 국물까지 싹 먹어치우고는 베란다로 나가서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다. 컵라면을 먹으며 낮에 먹었던 치킨의 기름기를 내려보내니 살 것 같다고 생각하며 베란다로 따라 나갔다.
토요일 저녁이라 굉음을 내며 운전하는 운전자들과 술집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로 분주한 분위기이다.
베란다 너머로 보이는 술잔을 들고 흐느적거리는 사람들을 바라보다가 내일 아침 일찍 나이아가라 폭포로 떠나기 위해 소파 베드 위에서 잠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