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여행 중 둘째 날, 런던으로 다시 돌아가야할지 고민하다
토론토에서 3일 반 중, 하루는 나이아가라 폭포 방문을 위해 일정을 비워두었다.
뉴욕에서 가는 것보다 토론토에서 가는 게 더 가깝다는 팁을 들어 토론토에서 가는 게 낫겠다 싶었고, 생각보다 토론토에서 관광할 거리가 많지 않아, 미리 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뉴욕에서는 더욱 여유 있게 도시를 구경할 수 있게.
기차 타고 버스를 갈아타고 도착해서 기차역에서 폭포로 가는 안내 표지가 잘 안되어있어서 찾는데 조금 애먹었다.
중간에 내려서 버스로 환승 후 나이아가라 폭포 기차역 앞에서 내려 폭포까지 걷기 시작!
중간에 카나비 (대마)파는 가게가 많이 보였다. 캐나다는 2018년부터 대마가 합법이고, 세계에서 대마 복용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라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느긋한가...?
폭포가 가까워오자 들리는 폭포소리와 피부에 느껴지는 촉촉한 습기와 바다 냄새.
왼쪽에 보이는 미국 쪽 폭포, 오른쪽에 캐나다 쪽 폭포가 보였다. 폭포를 가까이서 보려면 크루즈를 타고 가는 방법이 있지만, 옷이 홀딱 다 젖는다고 들어서 갈아입을 옷도 없고 살짝 추웠던 나는 크루즈를 타지 않았다.
미국에서 크루즈를 탄 관광객은 파란색 우비를 입고 캐나다에서 크루즈를 탄 관광객은 핑크색 우비를 입었다.
웅장하고, 또 웅장했다.
대자연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순간.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사진과 영상으로 남기려고 폰을 꺼내서 바라본 순간, 집주인으로부터 문자가 와있었다.
- 집주인: 너 나가야 돼. 짐 오늘 내일 사이에 다 빼
- 나: 무슨 소리야? 나 지금 휴가 왔는데 갑자기 왜?
- 집주인: 00 이가 카운슬하고 경찰에 신고한데 (00이는 나 들어가기 전 살던 전 세입자). 그럼 카운슬에서 사람들 와서 집에 있는 짐 압수하고, 문 락 바꿀 거야. 그전에 짐 빼.
- 나: 그럼 나보고 어디로 가라고 갑자기. 지금 휴가 중이라 바로 나가지도 못해.
- 집주인: 그럼 내가 짐 빼서 스토리지로 옮길게.
- 나: 뭐? 건들지 마. 나가더라도 내가 짐 싸서 갈 테니 기다려.
그리고 집주인은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어처구니가 없고 황당하고 서럽고 당황스러운 감정이 복잡하게 섞여 멍해졌다,
왜 하필 이 일이 2주간의 여행 중 둘쨰 날 터진 것인지, 남은 휴가는 어떻게 해야 할지 여러 생각이 뒤섞여 몰려와 벤치에 앉아 한 30분간 정도 멍을 때렸던 것 같다.
행복한 표정을 짓고 기념사진과 촬영에 여념이 없는 분주한 관광객들을 바라보며 혼자서 어떻게 이 상황을 다루어야 할지를 생각하며 막막함이 밀려왔다.
왜 하필 이 일이 2주간의 여행 중 둘쨋 날 터진 것인지, 남은 휴가는 어떻게 해야하나
그리고 왜 하필 나이아가라 폭포 앞인지 생각을 하다가 우연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 그래 대자연 앞에서 인간의 이런 자질구레한 사소한 일들은 큰일이 아니니, 마음을 다스리고 넘어가라는 뜻인가…’
이왕 먼 길 온 거 우선 폭포라도 제대로 보자는 생각에 캐나다 쪽 폭포를 향해 걸으며 착잡한 마음을 다스렸다. 마침 만난 벤치에서 쉬고 있는 아주머니와 골든 리트리버가 있어 아주머니와 대화하며 리트리버의 등을 쓰다듬고 있으니 마음이 조금은 차분해지는 듯했다.
그리고 있자니 런던에서 토론토로 가는 비행 중 만난 젠 할머니가 떠올랐다.
젠 할머니는 폐암을 두 번이나 겪고 살아남은 생존자이자, 남편을 사별로 떠나보낸 일을 겪고도 여전히 농담을 하고 웃고 요리를 즐겨 하며 다음 여행을 기대하며 인생을 즐기고 계신다.
그에 비해 나는 암에 걸린 것도 아니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것도 아니고, 부모님이 건강하게 살아계시고 평범하게 일상을 살아가고 있으니, 이 사건은 인생에서 작은 점으로 기억될 그런 일이다. 아무것도 아닌 일이다.
그리고 다음 날 집주인은 내 짐을 스토리지에 쑤셔 넣고 휴가에서 돌아오면 찾아가라고 스토리지가 위치한 주소와 번호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