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히든 페이스>(2014) 리뷰
젊은 지휘자 안드레아(킴 구티에레즈)는 우울하다. 어느 날 연인 벨렌(클라라 라고)이 이별 영상편지만을 남기고 떠났기 때문. 실연의 아픔에 힘들어하던 그는 우연히 만난 파비아나(마르티나 가르시아)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공허한 마음을 채우려는 듯 그녀와 연인으로 발전한다. 그러나 벨렌은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것도 집 안 비밀의 방에서 말이다. 예전만큼 안드레아와의 사이가 좋지 않았던 벨렌은 사랑을 확인하고자 스스로 비밀의 방에 들어갔다. 하지만 중요한 열쇠를 빠뜨린 채 들어간 그녀는 갇힌 신세가 되었다. 그리고 사랑하는 남자가 다른 여자와 함께하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다. 벨렌은 어떻게든 탈출하기 위해 적이기도 한 파비아나에게 계속해서 사인을 보낸다.
밀실에 갇혀 사랑하는 남자가 다른 여자와 관계를 맺는 걸 보는 심정은 어떨까? 강도 높은 도파민이 마구마구 분출되는 이 설정은 <히든 페이스>의 강한 동력이자 관객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다. 수위 높은 베드신과 노출 장면도 한몫한다. 영화를 보면 남자 친구를 향한 의심과 질투, 그리고 자신을 향한 사랑을 시험하기 위한 벨렌의 선택은 자칫 무모해 보이는데, 후킹한 설정을 보여주기 위한 수동적 행동으로서 보이기 때문이다.
그녀가 스스로 밀실에 들어간 이유는 안드레아의 바람기. 바이올린리스트와 묘한 관계를 이루던 남자 친구의 마음을 알아보고 예전처럼 자신을 사랑하게 만들고 싶은 욕망이 이 위험한 일을 벌이게 된 것이다. 밀실에 갇혀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마주하며 생과 사를 넘나드는 고통은 그녀의 질투와 그릇된 욕망이 주는 벌처럼도 느껴진다.
하지만 영화는 중반 이후 이를 선회한다. 자신의 일이 있음에도 안드레아를 따라 지인 하나 없는 타지에 간 그녀는 사랑 밖에 없는 여자다. 마치 지휘자의 지휘에 맞춰 연주하는 연주차처럼 사랑이란 신뢰로 그의 요구에 맞춰 살아왔다. 그런 그녀가 밀실에 갇히고 남자친구의 본모습을 알게 된 후, 더 이상 차세대 지휘자의 여자친구, 능력이 출중한 남자의 여자친구가 아닌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간다. 감독은 밀실에 갇힌 상황 자체가 벨렌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구조로도 활용하며, 문제 많은 남자에게서 벗어나는 한 여성의 탈출기를 보여준다.
문제는 관객을 사로잡는 독특한 콘셉트에 깔린 이 이야기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밀실 활용에 따른 서스펜스와 긴장감을 주는 부분은 좋지만, 사건이 진행될수록 개연성과 그에 따른 디테일은 떨어진다. 특히 파비아나가 집 안에 벨렌이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외면하는 부분은 생각보다 너무 쉽게 이뤄진다. 더불어 수위 높은 베드신은 물론, 파비아나의 빈번하고도 의도된 노출은 벨렌의 분노를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서만 사용되어 활용 부분에 아쉬움을 남긴다.
결과적으로 <히든 페이스>는 밀실 콘셉트로 밀어붙이는 섹슈얼 치정극으로서 장단점이 명확한 작품이다. 완성도를 떠나 이 작품이 인도, 멕시코,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리메이크되었다는 건 그만큼 영화의 매력이 있다는 걸 증명한다. 반대로 빈 곳이 많아 각색의 여지가 많다는 것도 방증한다. 과연 에로틱 영화의 장인 김대우 감독이 연출을 맡고 송승헌, 조여정, 박주현이 출연하는 리메이크 영화는 어떻게 나왔을까?
평점: 2.5 / 5.0
한줄평: 밀실 콘셉트로 밀어붙이고, 버티는 용한 재주
* <히든 페이스>는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