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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OTT 리뷰

장르적 재미와 의미 사이에서 허우적대는 밀실 스릴러

넷플릭스 <우먼 인 캐빈 10> 리뷰

by 또또비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36개국에 번역된 글로벌 화제작. <우먼 인 캐빈 10>은 2016년 발간한 루스 웨어의 동명 소설을 영화한 작품이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작품을 원작으로 한다는 건 화제성을 끌 수 있다는 장점과 함께 명성에 걸맞은 작품을 내놓아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작용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나온 이번 작품은 아쉽게도 후자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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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을 무릅쓰고 진실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기자 로라(키이라 나이틀리). 이전 취재 때 겪은 트라우마로 인해 힘듦을 겪고 있는 그녀에게 때마침 초호화 크루즈 승선 초대장이 온다. 초대장을 보낸 이는 리처드(가이 피어스). 암투병 중인 노르웨이의 해운 상속녀 앤(지트 위트)의 남편인 그는 암 환자를 위한 재단 설립을 위한 자선 VIP 크루즈 여행을 기획, 로라까지 초대한 것. 이 기회가 또 하나의 취재거리라 생각한 그녀는 크루즈에 승선한다. 하지만 당일 밤, 옆 방인 10호실에서 어떤 사람이 바다로 추락하는 모습을 목격한다. 그리고 이 사실을 모두에게 알리지만, 거짓말처럼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 기자 정신이 발동한 그녀는 다가오는 위험을 무릅쓰고 진실을 밝혀내려 한다.


<우먼 인 캐빈 10>이 구독자의 구미를 당기는 요소는 크게 밀실 스릴러로서 재미, 과연 범인은 누구인가에 대한 부분이다. 영화는 이 두 부분을 살리기 위한 방법으로 주인공 로라 캐릭터를 바꾼다. 기존 여행 잡지 밑바닥 기자에서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하는 취재 기자로, 승선 전 강도를 당한 후 트라우마가 생긴 게 아닌, 취재 시 자신을 도와줬던 여성이 죽임을 당해 죄책감에 사로잡힌 것으로 표현된다. 이는 이 초호화 유람선에서 벌어지는 밀실 스릴러의 무게감을 더 부여하고, 이 사건에 감춰진 진실의 강도를 높이는 요소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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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 자선 행사에 참여한 로라는 외부인으로서, 기자로서 크루즈안에 있는 부자들 또는 용의자들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혜안을 갖고 있다. 대신 계속해서 자신의 마음을 짓누르는 죄책감과 누구도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 상황은 핸디캡으로 작용한다. 진실이 밝혀지는 그 순간까지 이 두 요소는 팽팽하게 대립하면서 긴장감을 부여하지만,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문제는 진실이 밝혀지는 반전 이후부터다. 로라는 진실을 알았고, 이를 밝히고 바로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데, 그 과정이 석연치 않다. 로라의 반대편에 서 있는 이들은 그녀의 앞길을 막기 위해 애를 쓰지만, 엉성하다. 로라 또한 마찬가지다. 진실을 밝혀내기 위한 과정은 고초를 겪지만 큰 어려움 없이 순탄하게 진행된다. 점점 긴장감이 옅어지는 영화는 후반부 모든 진실이 밝혀지는 상황에서도 큰 감흥이 생기지 않는다. 더불어 용의자로서 보이는 VIP 캐릭터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면서 반전의 반전을 꾀하지 못하는 것 또한 아쉬움으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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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명탐정이 아닌 기자가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포와르 경감이나 부누아 블랑 탐정이 벌이는 추리가 펼쳐지지 않는다는 건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 그럼에도 아쉬운 건 진실을 찾는 기자로서의 소임, 진실을 머금고 위험에 처한 여성을 도와줘야 하는 사명감이 주는 무게에 짓눌려 장르적 재미가 약해진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후반부 여성 연대의 이야기까지 끌어오는데, 그 연대도 너무 빠르고 쉽게 이어 붙여 머리로는 이해되지만 가슴으로 동요되지는 않는다. 키이라 나이틀리, 가이 피어스 등 좋은 배우들의 연기도 큰 매력 없이 도식적으로 보이는 것 또한 단점으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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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과의 차별화를 위해 감행한 각색이 오히려 매력을 퇴보하게 했다. 여성 연대가 필요한 사회 문제를 소재로 한 밀실 스릴러의 탄생은 그만큼 어려운 법. 영화보단 책으로 이 이야기를 접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사진출처: 넷플릭스



평점: 2.5 / 5.0
한줄평: 너무 쉬운 해결, 너무 쉬운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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