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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의 맛!

<프레데터: 죽음의 땅> 리뷰

by 또또비됴

우리가 아는 프레데터는 잊어라. <프레데터: 죽음의 땅>은 우주 최강의 전사이자 사냥꾼이었던 프레데터라는 캐릭터를 전복시키면서 새로운 길(혹은 시리즈)을 펼치는 영화다. <프레이>로 프레데터라는 캐릭터를 다시 살아 숨 쉬게 한 댄 트라첸버그 감독은 정글 늪지대에서 아놀드 슈왈츠네거와 한 판 붙었던 과거의 프레데터 고유의 특징을 가져와 새로운 무대에서 새로운 이야기로 확장시킨다. 다소 위험 부담이 있을 수 있다는 걱정은 놉! 어느새 새로운 프레데터이자 참된 리더가 되려 노력하는 덱의 여정에 함께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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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데터 혹은 야우차라 불리는 이 종족에서도 장남이 최고인가 보다. 우주 최강 사냥꾼으로 불리는 야우차 종족의 덱(디미트리우스 슈스터콜로아마탕기)은 막강한 힘의 소유자인 부족장 아버지에게 열외자다. 형과 달리 열성인자를 갖고 태어난 게 죄라면 죄. 급기야 아버지의 손에 죽임을 당하는 순간을 맞이한다. 다행히 형의 희생으로 덱은 우주에서 가장 위험한 행성인 겐나로 피하게 된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형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게 하려고 겐나의 불사신 칼리스트의 목을 가져가겠다는 다짐한다. 하지만 이 행성 또한 그를 가만 놔두지 않는다. 어려움을 겪던 중 그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친 이가 있으니 바로 상반신만 남겨진 합성인간 티아(엘르 패닝). 칼리스트가 있는 곳을 안다는 티아의 말에 덱은 그 즉시 함께 위험한 여정을 떠난다.


<프레데터: 죽음의 땅>의 동력은 ‘전복’이다. 그동안 우리가 접했던 프레데터는 단점이 거의 없는 우주 전사다. 그동안 상대했던 인간 등의 캐릭터들은 그를 쓰러뜨리기 전에 먼저 쓰러진다. 그만큼 빈틈이 없다. 최상의 포식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번 영화에서는 그 위치가 전복된다. 한순간 사냥꾼이 아닌 사냥감이 된 덱의 위치는 그 자체로 흥미를 돋게 한다. 관객에게 더 큰 재미를 주기 위해 겐나 행성에서 그가 사용하는 무기를 한정시키는 데, 그 재미도 쏠쏠하다. 여기에 열성인자로서의 핸디캡 또한 그가 넘어야 할 장애물로써 활용되며, 자연스럽게 덱이 어떻게 성장할 것인지에 대한 집중도를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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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전복의 상황을 펼쳐놓고 감독이 끌어온 건 협동, 공조다. 이 역할을 담당하는 건 상반신만 있는 합성인간 티아다. 동료의 ‘동’자도 모르는 덱에게 티아는 칼리스트를 찾을 때 쓰는 내비게이션이자 시끄러운 도구.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들의 관계는 돈독해지고, 없어서는 안 될 최고의 파트너로서 활약한다. 이들의 공조가 더 멋져 보이는 건, 사랑하는 이와 동료를 상실한 이들이 서로의 아픔을 치유하고 함께 나아간다는 점에 있다. 개인적으로 이들은 약육강식처럼 보이는 미국이란 사회에서 어떻게든 버티며 살아가는 비주류(불법 이민자, 장애인 등)들이 손에 손을 잡고 어려움을 이겨내는 모습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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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생각보다 재미있다고 생각되는 건 할리우드 SF 프렌차이즈 시리즈의 장점을 장착했기 때문이다. 기존 <프레데터>의 인장을 살짝 지우는 대신 <아바타>처럼 보이는 행성에서 <쥬라기 월드> 등 거대한 생물들과 한판 대결을 벌이는 모습을 삽입한 영화는 기시감은 들어도 낯설지 않다. 여기에 <에이리언> 시리즈 세계관을 이어 붙이는 강수를 뒀는데, 특히 ‘웨이랜드 유타니’가 등장하는 순간 묘한 흥분감에 사로잡힌다. 이게 이렇게 이어질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랄까. 후반부 액션 장면에서 리플리(시고니 위버)의 액션이 생각나는 요소들을 집어넣으면서 보는 재미와 세계관의 접점을 키운다.


물론, 원작 팬들은 싫어할거다. <프레데터> 고유의 특징(잔혹한 살육 등)을 다 없애버리고, 보다 더 많은 관객의 입맛에 맞게 만든 이 작품을 인정하지 못할 테니까. 이런 단점에도 이 영화에 눈을 떼지 못하는 건 다양한 생명체들과 벌이는 덱의 사투와 웨이랜드 유타니 합성인간과의 결투의 볼거리는 물론, 혼자가 아닌 연대의 힘을 보여주는 주제 의식에 기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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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티아는 덱에게 늑대를 예로 들며 참된 리더상을 소개한다. 가장 강한 포식자가 되지 못하면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덱에게 티아는 어떻게든 무리를 끝까지 지켜내는 늑대의 모습이 진정한 강함이라고 소개한다. 이후 고집불통 덱은 점점 참된 리더가 되기 위한 길을 가는데, 티아는 물론, 행성에서 만난 생명체들과 협업을 이루며 전진한다. 후반부 웨이랜드 유타니 합성인간과 결투를 벌일 때의 덱의 모습을 보면 왠지 모를 쾌감을 느낄 것이다. 더욱이 리더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덱의 성장은 끝까지 이 여정을 함께하는 힘이 된다.


프레데터는 더 이상 잔혹한 살인자가 아니다. 그의 사투는 이제 이유가 있다. 이는 앞으로 뻗어나갈 프레데터 시리즈의 또 다른 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의 옆에는 티아는 물론, 동료들이 있을 거다. 이들의 그다음 격전지는 어디가 될지 벌써 기대가 된다.



덧붙이는말

1. 영화가 끝나자마자 쿠키가 바로 나온다. 역시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나 보다.

2. 용아맥에서 봤다. 강추다. 액션 쾌감을 즐기려면 특별관에서 보는 게 좋을 듯싶다.

3. <프레이> <프레데터: 킬러 오브 킬러스> 등 디즈니플러스 콘텐츠를 보지 않아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영화를 보고 감독의 스타일이 궁금하다면 챙겨보길 바란다. 시간 되면 아놀드 형님이 출연한 <프레데터>(1987)나 <에이리언 VS 프레데터>(2004)도 보면 좋을 것 같다.


사진출처: 다음 영화



평점: 3.5 / 5.0
관람평: (덱의 얼굴을 보고) 시리즈를 부활시킬 참된 리더상이로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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