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토피아 2> 리뷰
9년 전 개봉했던 1편과 이번에 개봉한 2편을 비교했을 때 완성도와 재미의 우위를 점하는 건 1편이다. 이게 픽사가 아니라 디즈니에서 만들었다는 것에 적지 않게 놀랬던 기억이 되살아날 정도로 다인종 국가인 미국 사회를 동물로 바꿔 사회적 편견을 깨뜨리는 이야기는 그 자체로 매력적이었다. 각 동물의 특징을 살려 만들어낸 세계관 역시 시선을 사로잡았다. <주토피아 2>도 속편의 운명을 피할 수 없어서인지 이야기와 세계관은 전편에서 이미 맛봤기에 새로움은 덜하다. 더불어 1편보다 더 쉬운 이야기 구조와 사건 해결도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이런 태생적 단점에도 불구하고 <주토피아 2>는 재미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꼭 필요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재미의 원천은 혐오를 극복하고 함께 더불어 살자는 주제 의식이다. 1편에서부터 말하고자 했던 이 메시지는 이번 영화에서도 다뤄지는데, 신기하게도 9년 전과 다르게 다가온다.
위기에 빠진 주토피아를 구하며 인기스타가 된 주디(지니퍼 굿윈)와 닉(제이슨 베이트먼). 첫 토끼 경찰관과 거리의 사기꾼 출신이라는 이 콤비는 환상적인 호흡을 보여주며 사건을 하나씩 해결한다. 하지만 주디는 뭐든지 열심히 하고 성취를 이루려는 마음이 앞서고, 닉은 반대로 유유자적한 삶을 살려고 한다. 한마디로 케미 제로! 사건 해결 도중 큰 사고를 친 이들은 자숙하며 서로 간의 관계를 충실히 맺어야 하는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한편, 주토피아에서 살지 못하는 정체불명 살모사 게리(키 호이 콴)가 도시 건립 기념 100주년 행사장에 나타나고, 이를 눈치챈 주디와 닉은 행사장으로 잠입해 게리를 잡고 사건을 해결하려고 한다.
2025년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바로 ‘혐오의 시대’다. 자신과 다른 존재를 이해하고 인정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은 채 오로지 혐오하며 자신의 울타리에서 내쫓으려는 이들이 가득한 세상. 그래야 우리 가족, 우리 민족이 먹고 살 수 있다고 부르짖는 잘못된 어른들 덕분에 혐오는 트렌드가 되어버렸다. 미국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전염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스스로 편견을 깨며 더불어 사는 세상을 부르짖었던 주디와 닉의 출연은 그 자체로 반갑다. 그리고 이들이 비밀에 쌓인 살모사 게리를 도와주고, 시라소니 링슬리 가문의 추악한 진실을 파헤치는 이들의 여정은 그 결말이 유추되어도 은근히 시원함을 전한다. 마치 법 테두리 밖에서 악인을 처단하는 <모범택시> 시리즈처럼 말이다.
영화는 게리를 통해 겉만 보고 판단하며 혐오하는 것을 당장 그만두라 말하고, 마음의 문을 열고 포용하라고 전한다. 포용의 자세가 필요한 현시점에서 이들이 보여주는 포옹은 꽤 감동적인데, 게리뿐만 아니라 팀을 이뤘지만 삐그덕 거렸던 닉과 주디를 통해서도 이 주제는 더 강조된다.
후반부 한 팀을 이루기에는 너무나 달라 어려움을 겪지만, 속마음은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자신이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를 알려주는 대화 장면은 돌고 돌아 서로를 굉장히 아끼는 존재라는 걸 알려준다. 이들 또한 마음 속 자리잡았던 편견을 훌훌 날려버린 것.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인정할 때 비로소 원팀이 될 수 있다는 이 진리는 혐오와 편견으로 분열되어가고 있는 현 미국 사회에 경종을 울릴 정도로 그 메시지가 무겁다.
아이러니하게도 <주토피아 2>는 혐오의 시대에 개봉해 그 의미를 더하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PC주의에 함몰되어 목적지를 잃었던 디즈니는 오랜만에 PC주의 메시지를 명확히 담은 작품을 내놓으며 2025년을 마무리했다고 볼 수 있다. 쿠키를 통해 3편을 미리 예고한 시리즈는 계속해서 동물종을 바꾸며 편견과 혐오 대신 포용과 이해의 중요성을 설파할 것 같다. 그나저나 3편은 9년 안에 개봉하겠지. ㅎㅎ
덧붙이는 말
1. <주토피아 2>는 아이들에게 꼭 보여줘야 하는 영화다. 마치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걸 알려주는 영상 교보재 같은 느낌이랄까. 자막도 좋지만 더빙 버전도 퀄리티가 좋다. 특히 주디와 닉의 팀워크 상담을 맡은 퍼즈비 박사 역에 이은지가 스페셜 더빙으로 등장한다.
2. 1편에 이어 2편 주제가인 ‘ZOO’는 극 중 지젤 역을 맡은 샤키라가 부른다. 피날레를 장식하는 노래로는 제격이지만, 1편의 ‘Try Everything’이 더 좋다. 영화가 가진 주제를 잘 발현했다는 점에서 오스카 주제가상 후보에 오를 듯하다. 물론 상은 ‘Golden’이 타겠지만 ㅎㅎ
사진 출처: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평점: 3.5 / 5.0
한줄평: 포용의 자세로 돌아온 현실적 동물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