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Roma)
역시 비싼 술이라 그런가 숙취없이 정말 푹 잘 잤습니다. 호텔 조식으로 나온 빵과 커피로 아침도 든든하게 먹고 다시 시내로 나갔습니다. <나의 이탈리아 여행기> 로마편 마지막 이야기 시작합니다!
로마 골목골목의 모습입니다. 확실히 옛날 느낌이 드는군요. 로마의 날씨는 '매우 더움' 입니다. 심지어 한국만큼은 아니지만 조금 습하기도 해서 열이 많은 저같은 사람은 꽤 고생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중간중간에 그늘이나 카페에서 쉬어주는게 좋습니다.
바로 지난 포스트에서도 보여드렸듯이, 제 숙소는 로마 시내 중심쪽에 있었습니다. 때문에 저는 별다른 교통수단 없이 걸어서 다녔습니다. 로마 시내는 그렇게 크지 않기 때문에 저처럼 걷는걸 좋아하시는 분들은 충분히 걸어서 관광할 수 있을겁니다!
호텔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트레비 분수(Fontana di Trevi)가 저의 첫번째 목적지였습니다. 트레비 분수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화려함의 극치" 정도가 적당한것 같습니다. 1762년 단 하나의 원석으로 조각된 바로크 양식의 작품으로 분수 중앙에는 전차를 탄 포세이돈이 늠름한 모습으로 서있습니다. 사진으로는 뭐가 그리 특별한지 잘 못 느낄수 있지만 실제로 보면 그 화려함과 웅장함에 혀를 내두르게 됩니다.
(분수대 주변에 경찰들이 통제를 하긴 하지만) 많은 관광객들이 분수를 등지고 동전을 던져서 분수 안에 떨어뜨리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여기에는 재미있는 속설이 있습니다. 첫 번째 동전은 '다시 로마에 올 수 있다' , 두 번째 동전은 '평생 함께할 연인을 만날 수 있다', 마지막 세 번째 동전은 '연인과 헤어진다'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저도 한 15년 전 초등학생 때 부모님과 함께 로마에 여행와서 이곳 트레비 분수에서 동전을 한 번 던졌었는데, 커서 다시 로마에 온것을 보니 어느 정도는 사실인것 같습니다.
트레비 분수를 뒤로 하고 저의 발걸음은 판테온 신전(Pantheon)으로 향했습니다. 판테온은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말로 '모든 신들을 위한 신전' 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A.D. 128년경 로마 하드리아누스 황제 때 건립되었고, 로마에서 가장 오래되고 보존이 잘 된 돔 형태의 건축물로 그 옛날 도대체 어떻게 만들었는지 경이로움을 자아내는 작품입니다. 저번 피렌체 두오모에 대해서 얘기했을 때도 언급했었는데, 브루넬레스키가 이 판테온 돔의 건축 구조를 공부했다고 합니다.
다음은 판테온 바로 옆에 있는 나보나 광장(Piazza Navona) 입니다. 원래 이 곳은 고대 로마시대 전차경기장으로 사용되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분수대, 궁전 등이 건설되면서 아름다운 광장으로 탈바꿈 하였습니다. 광장에는 분위기 좋은 카페와 식당들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 만남의 광장 같은 느낌을 주었습니다.
나보나 광장에서 테베레 강가 쪽으로 나오면 아름다운 다리 하나가 보이는데, 이 다리의 이름은 산타젤로 다리(Ponte Sant'Angelo)입니다. "성 천사의 다리"라고도 하죠. 다리 끝에 보이는 저 원형의 건물은 산타젤로 성(Castel Sant'Angelo)입니다. 판테온 건설을 추진한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자신과 가족들의 묘지로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그 후 교황의 성채, 교도소 등 여러 목적으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성천사 라는 이름은 6세기 경 교황 그레고리우스 1세가 흑사병을 진압하는 대천사 미카엘을 꿈에서 보고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네요.
저 멀리 보이는 건물은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당 입니다. 굳이 설명 안해도 워낙 유명한 곳이죠. 사람도 너무너무 많고, 복잡하고 어릴 때 가본 곳이기도 해서 이번에는 그냥 지나치기만 했습니다.
제가 로마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소이면서, 로마를 사랑하게 된 가장 큰 이유인 이곳. 바로 포로 로마노(Foro Romano)입니다. 팔라티노(Palatino) 언덕에서 바라본 포로 로마노는 정말 아름답습니다. 저 멀리 콜로세움과 티투스 개선문(Arco di Tito)이 보이네요.
포로 로마노는 포룸(Forum) 즉, 공회장을 뜻합니다. 신전, 공회당, 사원들로부터 시작해 의회장, 정부 기관등이 밀집해 있던 이곳은 로마의 긴 역사 속에서 포로 로마노는 당연 로마의 중심이었습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에서 말하는 "로마"는 바로 이곳 포로 로마노를 뜻하는 것이었죠. 그만큼 이곳은 로마의 경제, 정치, 문화의 중심이었습니다.
로마 공화정, 로마 제국 시기 이곳에는 건물들이 계속 추가되면서 규모도 점차 커졌습니다. 하지만 로마 멸망 이후 중세시대를 거치면서 교황과 같은 권력자들이 포로 로마노의 건축물들을 뜯어 갔고, 세월이 지나면서 이곳은 폐허가 되었습니다.
다행이도 현대에 와서 이곳의 가치를 알아본 사람들 예술가, 고고학자들이 포로 로마노의 복원을 기원했고, 이탈리아 정부는 1898년 공식적으로 발굴 작업에 들어갑니다. 지금은 비록 옛 모습은 많이 사라졌겠지만, 그 웅장함과 위대함을 느끼기에 충분했습니다.
언덕에서 내려와 포룸 중심부를 따라 걸었습니다. 제가 이곳을 가장 좋아하는 이유는 포로 로마노에서 특별한 목적지 없이 걷게 되면 고대 로마시대로 돌아간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역사, 유적지를 좋아하는 저에게는 그 느낌이 더 생생하고 감동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로마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이곳 포로 로마노에서 저는 오후 시간의 대부분을 보냈습니다.
잘 먹고 마셔서 그런가 볼살이 빵빵하게 나왔군요... 제 마음을 가져갔던 포로 로마노에게 작별을 하고 다시 길을 떠났습니다.
포로 로마노에서만 3시간 정도를 구경했더니 태양도 서서히 서쪽으로 떨어질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다행이 다음 목적지는 포로 로마노 바로 옆에있는 콜로세움 이었습니다!
초대형 원형 경기장 콜로세움(Colosseo)은 고대 로마시대 원형 경기장 중 가장 큰 규모입니다. A.D 72 베스파시아누스 황제 때 착공하여 8년 뒤 그의 아들 티투스 황제 때 완공되었습니다. 영화 <글레디에이터>에서도 이 곳에서 검투사 시합이 펼쳐지죠. 영화에서 이 곳에 끌려가는 노예 검투사들 중 한명이 이런 말을 합니다.
정말 인간이 이런걸 만들었을까?
저는 이 말을 한 검투사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지금 봐도 어마어마한데 2000년 전에는 오죽했을까요. 콜로세움은 약 5만 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아치형 구조의 건축물입니다. 로마 사람들은 이 아치를 정말 잘 활용하는 사람들인것 같습니다. 이곳에서 검투사 시합, 공연 등 다양한 행사(?)가 이루어 졌고 물까지 채워서 해전도 가능했다고 합니다. 물론 이를 위해 많은 노예들의 피와 눈물이 희생되었던 곳이기도 하죠.
이제 저의 <나의 이탈리아 여행기> 시리즈를 마무리할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이탈리아 남쪽 나폴리부터 시작된 저의 여행은 폼페이, 소렌토를 거쳐 피렌체, 그리고 로마를 마지막 종착역으로 매듭지었습니다. 더운걸 싫어하는 저도, 만약 이탈리아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는 겨울보다는 여름에 가는 것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그만큼 밝은 햇살과 푸른 하늘이 이탈리아의 매력을 더욱 더 빛내는 것 같습니다. 비록 이번에는 트레비 분수에 동전을 던지지는 못했지만, 반드시 다시 돌아올 것을 다짐했습니다. 많은 아름다움을 주고 진정한 여행의 기쁨을 선사했던 이탈리아, 또 봅시다! Arrivederci Ital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