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225
안녕!
아침의 글입니다.
지금 시각은 아침 8시 36분.
몇 초를 지나고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오랜만에 아침에 일어나서 뽀득뽀득 씻었어요. 노래도 몇 곡 들으면서요.
보통은 저녁에 씻고 말리고 누워 30분 정도 현실을 부정하다가 스륵 잠이 들어요. 알람은 미룰 수 있을 만큼 미루다가 겨우 눈 뜨고 일어나 뻗치고 엉킨 머리를 슥슥 빗어요.
샤워가운은 숙소에 갔을 때 엥, 저걸 입어도 되나, 의심스레 지켜보다가, 누굴 시켜 확인해 보고, 아, 입지 말자! 하고, 사실 입어본 적은 손에 꼽아요.
샤워가운 얘길 왜 하냐 하면은, 선물 받았어요. 요즘은 샤워가운을 걸치고 종종거려요. 보통 종종거리는 건 앞 동 사람들 눈에 훤히 비치는 베란다를 가로지를 때의 일이에요. 몸의 물을 부러 닦지 않아도 걸치고만 있어도 금세 보송해지네요.
그게 좋아 한 번은 입은 채로 침대에까지 기어들어갔어요. 다리 없는 동물이 땅속으로 들어가는 모양새를 상상해봐요. 분명히 두 팔과 다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 모양새는 딱 그거였다니까요.
어제는 누구에게 화를 거의 다 내버릴 뻔했어요.
하지만 엄청 꾹 참았답니다. 그러지 않고 싶어서요.
나 하나 신경 쓰기도 벅찬데 왜 매번 이런 식으로 흘러갈까요.
그러니 전 오늘도 뜨거운 물에 죽자고 앉아있어야겠어요.
며칠 전, 뒤덮은 불안으로 긁어댄 상처투성이 몸을 소독하고 연고를 잔뜩 발라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