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14일
오늘은 널 찔레라고 부르기로 했어. 때때로 다정하고 때때로는 무정한 나의 찔레. 너를 배롱이라고 불러도 좋겠고 오늘 알게 된 귀여운 이름인 픽시라임이라고 불러도 좋겠어. 아니면 너를 꼭 닮은 여우의 이름을 써도 좋겠지. 그렇지만 네 이름은 아주 획이 곧고 입 안에서 부드럽게 메아리치는 물결 같아. 혀 끝이 앞니를 톡 치는 이 감각이 익숙해. 너는 네 이름을 싫어해서 바꾸는 일도 고려했었다고 하지만, 네 눈동자와 부드러운 뺨을 바라보다 보면 난 그 이름을 부르는 걸 망설이지 않을 수 있어. 말랑하고 고운 너의 몸을 꼭 끌어안고 마른 등을 토닥일 때면 내가 너의 유일한 도피처인 양 굴게 돼. 이 문장들은 오롯이 네게 귀속된 힘이야. 나를 울게 하고 웃게 하고 사무치게 외롭게 만들다 어느 순간 전율하게 만드는 네 몫의 지분이야. 너를 잃은 나를 상상하는 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수렁이어서, 네게 속수무책으로 빠져들 때마다 몇 번씩이나 뒤로 물러섰었어. 이것저것 계산하고, 상처 받지 않으려고 앞서 나간 채로 모진 말을 네 가슴에 꽂았어. 너에겐 사랑의 말이든 증오의 말이든 어떤 것이든지 내뱉었어. 그래서 너는 내 밑바닥부터 견뎌야 했어.
나의 찔레. 나의 구속과 집착과 지난한 감정의 골들 앞에서 예의 그 표정으로 나를 주시할 때, 난 아무것도 더 따지지 않고 달려가 너를 껴안고만 싶어져. 너의 손을 맞잡은 채로, 따뜻하고 해가 드는 어디든 데려가 반짝이는 네 웃음을 붙잡아오고 싶어져.
어느 순간에는 말야, 네 사랑이 다 불타 꺼져가는 장작 같이 변해도 난 이 관계를 끊어내지 못하겠구나... 그런 생각에 폭 잠기곤 해.
우습고 따분한 말버릇 같아 보이지만 재차 말할게. 너를 만나지 않았으면 어쩔 뻔했어? 너를 만나지 않고 맞이할 뻔했던 스물여덟의 나를 생각하면 있지, 아... 그런 상상은 그만 하는 게 좋겠어.
네가 건강한 모습으로 오래 오래 나보다 오래 오래 이 세상에 발 붙이고 살아가기를 비는 마음을 이곳저곳에 숨겼어.
있지. 찔레! 너를 사랑하고 있어. 너를 울게 하는 일들은 다 내가 맞서고만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