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피는 오월. 작업실의 장미가 기어코 펴버렸어. 불안과 걱정으로 두근거리며 기대하는 마음은 조금씩 사그라들었지만, 꽃이 오래 펴주길 바라는 마음은 한구석에서 바람을 불어넣듯 커지고 있어.
창문 밖의 아카시아 나무들은 꽃을 다 떨궈 버렸을까? 뽀얀 미풍이 불어오는 낮이 되면, 아직 아카시아 향기를 맡지 못한 이들의 코를 마지막으로 한껏 간지럽혀 주려나? 그렇담 나는? 아카시아 껌을 입 안에서 오래 굴리고 있으면, 오월을 영원히 잊지 않게 될까?
아는 사람이 아카시아 꽃을 바삭하게 튀겨 꼭꼭 씹어먹었다는 얘길 들었어. 사루비아와 장미는 튀기지 않아도 아카시아는 그렇게 할 수 있는 게 신기해.
어떤 맛일까?
영화에서 나온 것처럼, 여름의 공기를 깨무는 맛이려나.
그럼 내년 여름엔 아카시아 카나페를 만들어 포장하고, 녹아내려 끈덕해질 때까지 걷자.
손가락 사이사이에 범벅으로 묻은, 달고 쌉쌀한 감각을 앞니로 깨물어 녹여보자.
그러려면 우리 이 여름을 함께 나야 해. 가을과 겨울을 기다리고 내년 여름을 손에 꼽아보아야 해. 필름카메라와 낯선 시집들, 사랑과 우정에 기대어 생을 연명하자. 슬프지도 말고, 아프지도 않은 언젠가의 여름을 두 뺨이 따갑도록 상상해 보는 거야. 빨갛게 타오르는 이마와 뺨이 달뜨도록 입 맞출게. 우리가 오랫동안 함께 살아갈 거라는 약속을 네게 남길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