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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치 Jun 07. 2021

5월

장미 피는 오월. 작업실의 장미가 기어코 펴버렸어. 불안과 걱정으로 두근거리며 기대하는 마음은 조금씩 사그라들었지만, 꽃이 오래 펴주길 바라는 마음은 한구석에서 바람을 불어넣듯 커지고 있어.

창문 밖의 아카시아 나무들은 꽃을 다 떨궈 버렸을까? 뽀얀 미풍이 불어오는 낮이 되면, 아직 아카시아 향기를 맡지 못한 이들의 코를 마지막으로 한껏 간지럽혀 주려나? 그렇담 나는? 아카시아 껌을 입 안에서 오래 굴리고 있으면, 오월을 영원히 잊지 않게 될까?

아는 사람이 아카시아 꽃을 바삭하게 튀겨 꼭꼭 씹어먹었다는 얘길 들었어. 사루비아와 장미는 튀기지 않아도 아카시아는 그렇게 할 수 있는 게 신기해.

어떤 맛일까?

영화에서 나온 것처럼, 여름의 공기를 깨무는 맛이려나.

그럼 내년 여름엔 아카시아 카나페를 만들어 포장하고, 녹아내려 끈덕해질 때까지 걷자.

손가락 사이사이에 범벅으로 묻은, 달고 쌉쌀한 감각을 앞니로 깨물어 녹여보자.

그러려면 우리 이 여름을 함께 나야 해. 가을과 겨울을 기다리고 내년 여름을 손에 꼽아보아야 해. 필름카메라와 낯선 시집들, 사랑과 우정에 기대어 생을 연명하자. 슬프지도 말고, 아프지도 않은 언젠가의 여름을 두 뺨이 따갑도록 상상해 보는 거야. 빨갛게 타오르는 이마와 뺨이 달뜨도록 입 맞출게. 우리가 오랫동안 함께 살아갈 거라는 약속을 네게 남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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