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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치 Sep 19. 2021

쓰는생활

20210502

작업실에 놀러 온 친구는 방명록에 그런 얘길 썼다. 난 행복하지 않을 때만 글이 써지지만, 여기서는 글감이 떠오를 것 같아.

비슷한 시기에 함께 마감하는 동료도 그런 얘길 글 말미에 했다. 솔직히 말하면 난 좀 우울해야 글이 써지는 것 같아. 요즘 사실... 나 행복해.

그런 얘길 듣게 되니, 깊은 이해와 동시에 어떠한 안도감이 피어오른다. 여러분의 기쁜 표정이 좋아. 사실 지금처럼 매일 마감할 일이 없던 몇 년 전, 계속해서 나를 쓰게 하는 힘은 내 안에서 소용돌이치는 깊은 우울이었다.

견딜 수 없이 괴로울 때 나는 노트북 앞으로 도망쳤다. 마우스 패드를 달칵여 메모장을 켰다.

좋아하지 않는 색상의 노트북. 그때의 나는 표정의 변화 하나 없이 자판을 매섭게 두들겨댔다.

검은색일까? 아님 아주 깊게 일렁이는 파란색일까? 내 우울의 신호는 어떤 색으로 보도블럭 위에서 번쩍이고 있나? 글쎄, 알 수 없었다.

지금도 긍정과 사랑의 기운들을 가득 담은 글보다는 원망과 분노와 자책의 글들을 쉽사리 쓰게 된다.

그렇지만 마무리를 하고 한참 그 글들을 노려보다 여러분에게는 보여주지 않을 수도 있겠지.

열과 성을 담아 하는 일이라면 싫어하는 걸 나열하는 것보다야 좋아하는 일들을 쉴 새 없이 말하는 편이 나으니까.

비가 내려 이곳저곳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나는 토요일 밤에,

고양이들을 멍하니 지켜보다, 대설특보를 받게 되는 오월의 첫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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