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공기청정기의 색이 파랗게 변할 때까지 노려보다가 잠드는 게 루틴이라면 루틴입니다. 휴대폰을 만지지 않고 잠에 들으려 노력하는 순간, 과거의 일들이 갑작스레 달려들어 생채기를 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잠이 죄다 달아날 정도로 오싹해지는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입니다. 휴대폰을 붙잡고 한참을 헤매다, 제풀에 지쳐 잠드는 일이 차라리 덜 괴로운 방법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오늘 저녁엔 살짝 따뜻했던 온도를 틈타 강아지와 힘차게 걸었고, 납품해야 할 물건 때문에 상자공장처럼 상자 조립을 (신나게)했는데도, 자리에 누우니 건조와 불안이 한데 뒤섞여, 몸을 긁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새벽입니다.
아, 속보입니다. 지갑을 두고 온 것 같네요. 내일 아침엔 꼼짝없이 걸어가야겠네요. 걸어서는 얼마나 걸리느냐구요? 사실 버스를 타도 한 정거장 그뿐입니다. 그럼에도 가끔 저는 버스를 타고 출근합니다. 한 정거장 거리를 2분 만에 주파하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