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어떤 대화

카페에서 난 뒷 테이블의 대화를 엿듣기 시작했다.

by 캐아재

지난주에 카페에서 혼자 앉아서 눈을 감고 엿들은 옆 테이블의 이야기를 들었다. 내 생애 정말 신기한 경험이여서 이렇게 어딘가에 쓰지 않고는 도저히 못 견딜것 같다. 내 뒷자리에는 코너 테이블이 하나 있었는데, 테이블을 중심으로 90도 각도로 양쪽으로 난 창문이 있었고, 거기에는 남자 한명과 여자 한명이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원래 내가 가장 선호하는 자리였는데, 그 자리가 빌때까지 나는 바로 코너 테이블 앞자리에 앉기로 했다. 코너테이블과 내 자리와는 앉았을때 머리가 안보일 정도의 흰색 칸막이가 놓여 있었다. 앉아서 자리에 앉기 전부터 내 귀에는 흰색 무선이어폰이 꽂혀 있었다. 바깥쪽에는 남자가 안쪽에는 여자가 앉아 있었다. 칸막이가 없었다면 내가 의자채로 몸을 돌리면 딱 두 사람 사이였을 것이다. 내가 듣기 시작한 문장은 남자의 목소리부터였다.


“잘 들어갔어”


“그럼”


“먹였어?”


“어.”


“어떻게?”


“어제 술 마실때 그냥 맥주에 넣었어.”


“맥주잔에?”


“아니, 병에.”


“그래서?”


“뭘 그래서야? 당신이 나머진 알아서 한다면서.”


“야, 그걸 정말로 실행하면 어떻게?”


“미치겠다. 하라고 할때는 언제고.”


“네 남편이 죽었으면 좋겠다고 한거지, 사람을 죽이라고 한 것이 아니잖아.”


“그게 그말이지. 그리고 말이 나왔으니까 말인데, 약을 준게 누군데.”


“조용히 말해. 저기 사람있잖아.”


“저 사람은 아까부터 음악들으면서 자고 있거든.”


“아무튼 경찰에서는 문제 없었어?”


“문제가 없었으니까 내가 지금 당신 앞에 나와 있겠지.”


“목소리가 왜 그래?”


“내가 지금 화가 안 나게 생겼어. 당신 모습을 좀 보라고, 용기백배해서 말할때는 언제고 남자가 되가지고 막상 일이 벌어지니 덜덜 떨고 있다고.”


“경찰에서는 그냥 넘어간거야?”


“어, 그냥 넘어갔어.”


“자세히 좀 말해봐. 어떻게 넘어간건지.”


“원래 병원이 아닌곳에서 죽으면 무조건 의사가 한번 사망원인을 체크하게 되어 있더라.”


“그건 그렇지.”


“그래서 119부터 불렀어.”


“그랬구나. 잘했네.”


“거기 구급차타면 물어보거든. 우리 가게 손님한테 확인한거야. 이미.”


“역시 당신은 현명해.”


“그래서 L 종합병원으로 가자고 했지.”


“의사가 그냥 넘어갔어?”


“거기 당직이 가게 손님이었어.”


“대박, 정말?”


“운이 좋았지.”


“의사가 고개를 갸우뚱하더라.”


“헐, 정말?”


“시반이 선홍색을 띠고 있고, 손톱이 청자색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걸린거야?”


“내가 윙크를 했어. 의사한테.”


“윙크?”


“의사가 내 눈두덩이에 시퍼런 멍자국을 보더라고, 난 순간 눈물이 찔끔 나왔어.”


“와...그래서?”


“의사가 왼손에는 검안서를 들고 있었거든, 그런데 오른손을 들더니만 내 눈을 응시하면서 검지손가락 하나를 들더라.”


“손가락을?”


“한장 달라는 의미지. 그 박사는 지금 도박에 빠져 있거든.”


“아하. 손가락 하나면 1천만원?”


“무슨, 사람이 죽은 건데, 1억이지.”


“헐, 1억이라고?”


“이제 와서 정말 이럴거야?”


“아니, 오케이 알았어. 내가 보낼게.”


“여기 계좌번호 보냈어. 당신 메신저로.”


“계좌이체 하면서 내 말을 들어봐요. 고개를 두어번 끄덕이더니만, 남편을 들친 하얀 천을 다시 덮더라고. 그리곤 바로 사체검안서에 ‘병사로 사망’하고 그 아래에 사인에는 ‘심장마비’라고 적더라고. 그게 끝이었어.”


“그렇게 간단한 것을 ... 아무튼 고생이 많았어.”


“돈 아직 안들어 왔어요.”


“잠깐만 1일 이체 한도가 걸려 있어. 전화 바로 오네. 잠깐만. 여보세요? 네네, 제가 회사물품 구비하는데 큰 금액이 나가야해서요. 네네, 좀 풀어주세요. 아뇨, 앞으로 계속 그 금액으로 상향유지할겁니다. 네, 감사합니다.”


“지금 막 보냈다.”


‘띵동’


“네, 고마워요. 확인했어요.”


“돈 받고 나더니 목소리가 급 상냥해지시네, 홍 여사님.”


“무슨 소리야, 이거 다 당신이 얘기해서 진행하는 건데. 팍팍 밀어줄 자신 있다고 할땐 언제고?”


“그래, 네 말이 맞다. 그럼 이제 다 한거지?”


“뭐야? 더 도와주기로 했잖아. 들어가봐야 해?”


“혼자서도 잘하고 있는데 뭐.”


“뭘, 상대가 있어야 하지.”


“방금 그 소리 좀 이상해. 띵동 입금이 되었습니다. 이게 낫지 않을까?”


“그건 저번에 이렇게 가기로 했잖아.”


“흠, 맞다. 제목은 어떻게 가기로 했어?”


“치정?”


“너무 노골적 아닌가?”


“흠, 그래 맞아. 그런데 마땅한 것이 없어서, 공연 개막할때까지 아직 한달은 남았으니까 제목은 천천히 생각해보자고 했어.”


“배고프다. 밥이나 먹으러 가자.”


“한번 더 해. 연습. 리허설이 두시간 밖에 안 남았어.”


“그래 알았어. 하여튼 한번 쥐면 무서워. 물고 안 놓는 건 여전해. 그럼 한번 더 간다.”


“오케이.”


“잘 들어갔어?”


비스듬히 뒤로 향했던 고개를 바로 했다. 왼쪽 귀에 있던 이어폰을 빼고, 오른쪽에 꽂았다. 내 우측에서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였다. 사실 난 보청기 개발자다. 무선이어폰 처럼 보청기는 주변 5미터이내의 소리도 원하는 방향으로 직각으로 맞추면 마치 귀에 대고 바로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선명하게 들린다. 핸드폰을 들어서 사장에게 문자를 보냈다.


[ 사장님, 테스트 결과는 아주 훌륭합니다. ]


[ 그렇다니까, 박 과장 수고했어. 조심해서 들어와. ]


사장의 답이 바로 왔다. 이제 러시 테스트가 끝났으니, 제품 대량생산만 들어가면 대박일 날 것 같았다. 아무튼 이번 테스트는 정말 신기한 경험이다. 방향만 향하면 이렇게 선명하게 대화가 들리니 말이다. 버젼 2.0은 10미터를 목표로 하고 있다.




끝.



keyword
작가의 이전글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