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완벽한 보이스피싱 해결책

이제 이 소설은 연간 1조원의 피해를 막아주는 역할을 하게 될 겁니다.

by 캐아재

IQ가 250을 넘는 천재 김영훈은 퇴근을 하면서 이를 갈았다. 지난주 외할머니가 평생 모아둔 8천만원을 보이스피싱으로 사기를 당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면서였다. 멘사에서 인정한 아이큐 250의 그는 그날부터 새로운 보이스피싱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무역회사에서 근무하는 그는 틈틈히 어떻게 하면 이 국가적인 피해를 막을 수 있을까에 온 신경을 다썼다. 심지어 버스에서 하도 골몰히 신경을 쓰느라 내려야 하는 정거장을 세정거장이나 지난 경우도 생겼다.


자료를 찾아보았다. 피해액은 실로 엄청났다.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2020년 587억에서 2021년 1,200억원을 넘더니, 2025년에는 1분기에만 3천억원을 넘었다는 통계청의 자료가 있었다. 연간 1조라니 놀라운 피해금액이었다.


자신이 보이스피싱을 완벽히 막을 수 있는 해결책을 찾는다면 그건 장기적으로 엄청난 손실을 막을 수 있는 것일 터였다. 100년이면 100조가 아닌가.


영훈은 천재적인 머리로 곧 방법을 찾아냈다. 각 통신사에 메일을 보냈다.

물론 각 통신사에 메일을 보내기전에 자신이 생각한 아이디어를 AI가 알아내는 지 확인해 보았지만, AI가 내는 정보는 스팸번호 식별이나 AI 기반 분석 등 기초적이고 원론적인 것들이었다. 그는 자신감을 가지고 메일을 보냈다.


자신은 공을 쏘아 올릴 뿐이었다. 나머지는 거대 통신사의 수천명의 연구자들이 더 연구할 부분이 아니던가. 그가 담담히 내용을 요약해서 보냈다. 하룻만에 담당자들이 깜짝 놀라서 연락이 왔다. 얼마전 국가에서도 이제 보이스피싱이 발생되면 은행과 해당 통신사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발표가 있었기에 안그래도 관심이 많았다고 하면서 명함들을 건넸다.


그렇게 영훈은 통신사 담당자들 앞에서 약 1시간에 걸쳐서 진지하게 발표를 마쳤다. 그가 제안한 아이디어는 간단했지만, 지난 보이스피싱의 피해역사 20년간 아무도 제안하지 못한 내용이었다. 발표를 마치자, 통신사의 담당자들은 입을 떡하니 벌렸다.


너무 획기적이었다. 왜 자신들은 그동안 이런 생각을 아무도 못했을까?


그래서 실제 그렇게 영훈의 제안대로 서비스를 진행하기로 했다. 드디어 디데이가 되었다. 2025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발표된 이 서비스는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통신시스템의 획기적인 기능으로 이루어졌다. 자신이 이것을 가지고 발명특허를 만들려고 생각했지만 누구나 이 아이디어로 대한민국의 연간 1조가 넘는 손해를 없애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정책 발표를 하는 날, 소문을 듣고 기자들도 참석했다. 그렇게 시행된 시스템은 다름아닌 다자통화였다. 일단 전화가 오면 둘이서 통화를 하지만 보이스피싱 방지 서비스에 가입을 한 사용자들에게는 자동으로 AI가 개입해서 전화를 같이 받는 시스템이었다.


즉, 기본 3자 통화시스템이 구현된 것이다.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실제 영훈의 친구 혜미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박혜미입니다. 어디신가요?”


혜미는 혹시 자신이 이력서를 낸 곳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던 차였다.


“네, 저희는 서울00검찰청의 이소미 수사관이라고 합니다. “


딸깍, 그 말을 듣고 즉각 AI 보이스피싱 예방 시스템이 개입했다. 그리고 바로 자동 녹취가 시작되었다.


“네, 어떤 일이시죠?”


“그 혹시 윤가람씨라고 아십니까?”


“아뇨 모르는데요.”


“윤가람씨가 금융사기로 구속이 되었는데 관련해서 박혜미님의 계좌가 사용이 되었어요. 그래서, 본인 확인이 필요합니다.”


그 순간에 AI 보안관 시스템에서 보이스피싱 100%라는 문구가 떴다. 통화는 해당 지역 담당의 전화기로 연결되었다.


지정 전화를 받을 수 있는 형사들은 3명이었다. 동시에 마치 무슨 택시 콜이 뜨는 것처럼 울렸다. 지정받은 형사들 중에는 팀장인 최영배 형사도 있었다. 그는 전화기가 울려서 잠시 바라보았다. 보이스피싱 AI 보안관 프로그램이라는 문구가 떠 있었다. 막 그는 범인을 추적중이라 전화를 받지 못했다. 자신이 안 받더라도 누군가는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도 못받으면 다시 자신에게 울릴터였다. 시스템에서 그 다음으로 해당 전화를 건 사람은 그 팀의 막내인 윤주영 형사였다. 거의 실시간으로 이 모든 것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최 형사처럼 윤주영 형사도 전화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앞에 못 들은 부분은 자동녹취니 나중에 들어도 상관없었다. 마이크 버튼을 누르기까지는 윤주영 형사의 음성이나 목소리는 둘 사이의 대화에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그러니 그는 조용히 들었다. 그는 상황을 옆에 앉은 선배에게 말했다. 자신의 음성은 안들리지만 습관처럼 마이크쪽을 손으로 가린채 말했다.


“보이스피싱인데요. 위치추적 좀 들어가 주세요.”


“지금 듣고 있는거야?”


“네, 또 언 놈들이 검찰청 행세를 하고 있네요. 발신자 추적으로 부탁드릴게요.”


윤 형사가 싸인을 보내자, 사이버팀에서 바로 추적을 시작했다.


“목동 인근이네요.”


전화를 끊고 나서, 그들은 전화를 받았던 할아버지에게 문자를 보냈다.


[ 속는 척하고 돈 찾아서 만나 돈을 전달해 주세요. 저희가 잡겠습니다. ]


그 이후로는 간단하게 처리되었다. 윤형사는 팀원들과 협력해서 피해자가 보이스피싱범을 만나기로 한 장소로 나가서 바로 범인 검거에 성공했다. 그는 이런 다자통화를 통해서 범인을 검거했다는 것이 너무 기분 좋았다. 무엇보다 고무된 것은 이제 더이상 수동적으로 피해자 신고를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었다.


마치 범죄자들을 향해서 마치 무슨 거대한 그물을 펼쳐 놓은 느낌이었다. 곧 보이스피싱 범죄가 급감하기 시작했다. 국가에서는 포상을 하기 위해서, 이런 제안을 한 김영훈 씨를 찾았다. 하지만 그는 절대 대중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런 소문은 언론사에 흘러들어갔다.

그래서 이제는 기자들이 이 천재남자를 찾았다. 하지만 그는 언론에 나타나지 않았다. 반짝하고 그를 쫓던 관심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휴전 뉴스가 터지자 곧 사라졌다. 가끔 술자리에서 보이스피싱을 막은 김영훈에 대한 얘기들이 술안주처럼 나오곤 했다.


"참 멋진 친구야. 누군지는 모르지만. "


하지만 기자들은 알고 있었다. 사이다나 콜라의 탄산이 병뚜껑의 크라운캡 처리가 없었다면 존재하지 못했을 것처럼,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어떤 간단한 아이디어는 그 자체로 세상을 바꾼다는 것을.




추신 : 통신사에서 보이스피싱이 의심되는 경우 자동으로 AI가 개입되는 삼자통화와 다자통화가 시행되는 시스템이 만들어진 이후에 이 소설은 한 편의 성지가 되었다.


팩트체크 : 참고로 보이스피싱의 피해가 처음으로 일어난 것은 2006년 5월 18일이었다. 벌써 20년이나 되었는데 아직 전혀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 국가에서는 얼마전 이제 통신사와 은행도 책임이 있다고 고지한 바가 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3초 앞의 미래를 보는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