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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순 Jun 08. 2024

먹고 배설하는 것만으로도 괜찮아

『돌봄, 동기화, 자유』가 건넨 구원의 손길

요리아이의 대표인 저자는 자신의 어머니를 돌보면서 느꼈던 설명할 수 없는 부끄러움과 생리적인 혐오감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원한 적 없던 상황에 놓여진 두 사람이 적대하고 협력하며 힘겨운 감정의 파고들을 헤쳐나가는 장면들이 펼쳐진다. 


저자의 어머니는 배설의 뒤처리를 잘하지 못한다. 사용한 휴지를 변기에 버리지 않고, 세면대에 올려두거나 바닥에 던져놓기도 한다. 성공적으로 배설을 해도 난간이나 변기에 똥을 묻히고 만다. 그건 약과일 뿐, 지리기라도 하면 눈을 가리고 싶어지는 광경과 마주하게 된다. 저자는 지긋지긋하다는 눈빛으로 어머니를 쏘아본다.      

어머니는 똥으로 범벅이 되었을 뿐 아니라 한심함, 부끄러움, 두려움으로 범벅이 된 채 “미안해”를 연신하고, 때로는 소리 높여 울기도 한다. 저자는 어머니를 구석으로 몰아넣은 자신이 두려워져서 한심함과 부끄러움에 빠진다. 


그는 어머니를 돌보는 데 마음이 방해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잠시 몸에서 마음을 떼어 세면대에 올려두기로 했다. 무심하게 어머니의 엉덩이와 바닥을 닦고, 똥으로 범벅이 된 어머니의 몸이 다시 쾌적해지도록 노력했다. “시원해?”라는 물음에 어머니는 “기분 좋아.”라고 답한다. 


비데로 어머니의 항문을 닦는데, 몸을 구부린 어머니가 “힘들어”라고 말하자 저자는 “나도 허리 아프니까 다리를 주물러줘”라고 말하자 어머니는 열심히 아들의 종아리를 주무른다. 습관이 되자 어머니는 항상 저자의 다리를 주무르며, “네 다리를 문지르면 따뜻한 물이 나와서 기분 좋아”라고 말한다. 아마도 저자의 손바닥에서 따뜻한 물이 나온다고 착각하는 듯하다. 


밤새 사람을 깨우는 할머니가 계셨다. 그 할머니 때문에 한잠도 자지 못한 직원에게 저자는 묻는다. “아이고, 여덟 번 넘게 일어나셨다니 큰일이었겠네. 그래서 몇 번째 일어나셨을 때 할머니를 때리고 싶었어?” 

“그러게요. 여섯 번째 정도였을까요.” 

“그렇군. 나 같았으면 네 번째에 때리고 싶었을 거야.”라고 말하는 장면에서는 저자의 사람 냄새가 폴폴 풍겨왔다. 


저자가 보기에 어르신들은 돌봄을 기꺼이 받지 않았다. 돌보는 저자도 돌봄을 기꺼이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어쩔 수 없이 시작되는 일이었다. 그렇지만 바로 어쩔 수 없이 시작된다는 점이 자신들을 구제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잘난 체라고는 하지 않는 두 사람이 어쩔 수 없이 서로 협력하며, 서로에게 큰 기대 없이 당면한 일과 마주할 수 있게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사랑’ ‘배려’ ‘선의’ 등 비판하기 어려운 말에 기초해 돌봄을 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나’로서는 제어할 수 없는 감정이 있다는 것, 이념과 윤리로는 뛰어넘을 수 없는 한계가 살아 있는 인간에게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동안 아름답고 예쁜 말들을 들으면서, 때로는 거친 말보다도 더 소화가 잘 안 되는 체기 같은 것을 느끼곤 했었다. 책을 읽으며, 그 체기의 원인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인간의 나약함과 한계 같은, 나를 구성하는 본질적인 부분이기도 한 것을 부정하거나 외면해야만 한다는 강압을 그 아름다움과 예쁨에서 느꼈던 것 같다. 


‘모든 생명은 먹히고 배설됩니다. 그 과정 속에 ‘나’는 살아 있습니다. ‘먹고 배설하는 것’만으로 존재해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돌봄은 그 과정을 마지막까지 돕는 일입니다.‘ 

마치는 글에서 저자는 이같이 말한다. 존엄한 삶을 이야기하며, 먹고 싸기만 하는 삶은 무의미하다는 주장을 종종 접했던 것 같다. 우리 삶에서 가치, 의미, 존엄과 같이 품격있는 것들은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를 아직도 스스로에게 묻고 있다. 


위 글을 읽으며 나는 무언가로부터 구원받는 느낌을 받았다. 성경이나 경전 등 종교서가 아니어도 원래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구하며 살아가는 존재일런지도 모르겠다. 나를 구원했던 이 책이 아마도 많은 이들에게 위안과 구원의 손을 내밀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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