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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착한소식 Jan 19. 2022

2화, 자진해서 듣는 엄마의 잔소리

아빠가 육아를 만났을 때 보이는 16가지 우화 이야기

 우리 첫째 5살,  밥 먹을 때 엄청 부산해요. 인형을 가지고 옵니다. 스티커북을 챙겨 옵니다. 밥 먹는 주변에 손에 잡히는 뭔가를 계속 챙겨옵니다. 그래서 밥에 집중을 못합니다. 한편으로는 집중하기 힘들어서 뭔가를 가져오는 걸지도 몰라요. 맞아요, 어린이가 밥 먹을 때 집중하기는 조금 드물죠. 유일하게 집중하는 건 밥 먹이려고 하는 아빠, 저뿐이네요.


 아침 8시부터 해가지는 시간 동안 두 딸을 돌보는 육아휴직 1년 차 아빠입니다. 밥 먹이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먹이다가 힘들면 가끔 잔소리도 하곤 합니다. 그 잔소리를 오늘은 제가 들었어요.


 감정이 맑은 날은 아이가 집중 못해도 어르고 달래서 먹입니다. 하지만 감정이 먹구름인 날은 '강압적인 말'을 하기도 해요.  "안돼", "그만", 등 주로 말이 짧습니다. 아이들이 그리 좋아하는 톤도 아니에요.


잠자리에서 보드라운 이불을 덮고 아이랑 알콩 달콩 이야기를 합니다. 아빠한테 바라는 게 무엇인지 물어볼 때가 있어요. 그러면 아이는 이렇게 말을 하죠.

 "아빠가 나한테 화를 안 냈으면 좋겠어", "아빠가 소리 안치면 좋겠어"라고 말이죠. 

저는 당시에는 "응 알았어" 아빠가 화 안 낼게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저는 속으로 생각합니다. 그렇게 크게 소리치지도 않았다고 말이죠. 언행불일치의 나쁜 아빠네요. 제가 했던 말들이 아이에게 큰 상처가 될 거라고 생각을 못하고 있던 거죠. 


옛날 전래동화에 꾀 많은 토끼 이야기가 있어요.

 나그네가 구덩이에 빠진 호랑이를 구해 주었더니 은혜도 모르고 호랑이가 나그네를 잡아먹으려고 해요. 구덩이 밖에 나온 호랑이는 구덩 이안에 있을 때의 자신의 심정을 까먹은 거죠. 하지만 토끼 꾀에 의해 다시 구덩이 안으로 들어간 호랑이는 애절함을 기억해냈는지 싹싹 빌게 되죠. 때는 이미 늦었지요. 


 아이를 등원시키고 점심에 어머니를 만나 함께 식사를 하던 중이었어요. 나를 나아준 부모님이라 저에게 하는 잔소리가 아주 일품입니다. 엄마의 잔소리는 자식에 대한 사랑의 증표이기도 해요. 저는 밥을 먹을 때 평소처럼 핸드폰을 봅니다. 그 모습이 못마땅했는지 갑자기 어머님이 버럭 하시네요. "앞으로 나랑 밥 먹을 때 핸드폰 하지 마라."라고 하십니다. 경상도 분이시라서 말투가 엄청 쌥니다.


 요즘 세대는 커플이 마주 앉아 핸드폰으로 카톡으로 주고받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어르신들은 그런 걸 이해할 수가 없죠. 다른 문화입니다. 저는 얼른 핸드폰을 의자에 내려놓았어요. 그런데 그때 저에게는 미묘한 감정이 일어났어요. 아내도 저한테 잔소리는 하지만 이 정도로 쌔지 않아요. 그리고 이렇게 '강압'적으로 들리지도 않아요. 나를 제압해버리려고 하는 그 말이요. 바로 부모니까 할 수 있는 그 말투와 그 단어들이요. 



 그와 동시에 나도 부모라는 생각이 떠올랐고 제가 첫째에게 했던 단호한 말들이 떠 올랐어요. 내가 첫째에게 말할 때는 아무렇지 않게 했던 말 "그만해", "안돼", "하지 마"가 막상 내가 들으니 견디기 힘들더라고요. 하루 종일 집안일 및 두 딸 등 하원과 밥 먹이기에 몸과 마음이 유리처럼 얇은 저에게는 가슴이 와장창 하고 깨지는 순간이었죠. 속으로 울컥했어요.


그래도 다행인 건 저는 속상함을 해소할 줄 아는 어른이라는 거죠. 커피를 마시며 길을 걷습니다. 혼자서 코인 노래방을 가서 소리도 지릅니다. 유튜브를 틀어서 재미있는 걸 시청하죠. 어쨌든 나를 다시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을 많이 알고 있어요. 


 하지만 우리 첫째는 어찌 풀었을까 생각해보니 너무 미안하더라고요. 가슴에 상처가 났을 때 못 풀었을걸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그러니 마냥 울었고 마냥 슬퍼했던 첫째였다는 생각이 들어요. 밥 먹을 때 핸드폰을 마음대로 보면서 먹는 건 저에게는 행복이죠. 우리 첫째도 밥 먹을 때 장난감을 마음대로 가지고 노는 건 행복한 일이죠. 하지만 시간이 오래 지나도록 너무 안 먹으면 저는 그런 걸 못하게 하죠. 강압적인 말과 함께 말이죠. 마치 우리 어머니가 저에게 핸드폰을 못 보게 하듯이요. 어머니의 아들이 되어 딸아이가 느꼈던 감정들을 느껴보는 하루였어요.


오늘 제가 느낀 감정이 이렇더라고요.

"내가 세상을 맘대로 살고 싶은데, 통제를 당하니까 엄청 기분이 안 좋아지는구나"

아이도 아마 이런 심정이었겠죠?


 그날 이후로 결심했어요. 부모라는 이유로 아이에게 강압적인 말을 하지 않기로요. "안돼", "하지 마" 이런 말이 주는 상처의 깊이를 오늘 온전히 체험했어요. 예전에는 몰랐던 사실들이 아빠가 되어 다시금 부모 아래 서보니 이제는 눈에 보이고 느껴지네요. 호랑이처럼 때를 놓치지 않고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 다행입니다. 


이감 정 또 잊어버리면 자진해서 어머니에게 찾아가 잔소리 좀 해달라고 할까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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