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ISYEON Jun 06. 2024

013. 무기여 잘 있거라 - 어니스트 헤밍웨이

13. 출판 기관이 추천한 이달의 책


다분히 일상적인 허무합

013. 출판 기관이 추천하는 이 달의 책



책을 읽으려고 마음을 먹고 노력하다 보면,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고민이 되는 시점이 온다. 읽고 싶던 책들이 대충 끝이 나고 읽어야만 하는 책들은 미뤄두고 싶은 지점. 좋은건 책의 우선순위를 조금 게을리하더라도 "읽는다"라는 행위만 계속된다면 책은 계속해서 읽어나갈 수 있다. 어떤 책이더라도. 작년 이맘때쯤에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추천했던 책인 <실험실의 진화>를 읽었었다. 책 자체는 아주 흥미로워 보이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한 국가의 출판문화를 진흥시킨다는 점에서 그들의 선별은 좀 더 다르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책은 평소에는 내가 생각해 본 적 없던 실험실이라는 공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고 재고하게 하는 계기로 작용해 주었다. 


 그래서 올해도 똑같은 이유로 책을 찾고 싶었는데 ‘이달의 책’사업은 종료된 듯 보였다. 대신 <독서 IN 독서칼럼>이라는 이름의 월 1회 전문가의 칼럼을 공유하고 있었다. 내용에는 “선정도서와 내용은 집필자 개인의 의견”이라는 문구가 함께였다. 한 기관이 책을 선정하고 공표하는 데에 있어서 책임이 따르고 있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래서 13번째 책은 '출판 기관이 선정한 이 달의 책' 정도로 절충했다. 한국이 아니어도 되고, 꼭 기관이 아니어도 되지만 분야에 몸담고 있는 이들이 말하는 책이라면 또 다른 의미를 발굴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여러 권의 책 중에 선택한 <무기여 잘 있거라>는 대단한 이유가 있었다기보단 그저 푸르른 수풀 속을 걸어가는 한 병사의 일러스트가 눈에 띄었기 때문이었다. <노인과 바다>로 잘 알려져 있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책이라는 점도 또 다른 매력 요소였다. 이름을 들으면 왠지 동네 카페에서 에스프레소만 먹으면서 글을 쓰는 사랑꾼이었을 것 같은 이 작가는 책 마지막의 작가 설명에 의하면 꽤나 마초적인 성격으로 인해서 이혼과 재혼을 반복하면서 살았다고 한다. 그런 사람이 이렇게 절절한 사랑 이야기를 쓸 수 있다니! 뭐 근데 사람은 원래 다면적이지 않나.




이 <무기여 잘 있거라>는 헤밍웨이의 대표작 중 하나로 1929년에 세상에 나왔다. 그러니까 나의 탄생은커녕 나의 부모 세대도 탄생하지 않았던 시대의 책을 읽고 있는 거다. 1차 세계 대전의 이탈리아와 스위스를 배경으로, 실제로 작가가 전쟁 통의 구급차 운전기사로 일하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각색해 담아냈다. 뿐만 아니라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수술 장면도 그의 개인적 경험에 의한 것들을 각색해 낸 것이었다. 그만큼 내용은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두는 것에 비해 다분히 일상적이고 소박한 톤이다.


주인공 헨리는 미군 신분으로 이탈리아 측 군대에 참전하게 된다. 하지만 다리를 다치게 된 헨리는 수술을 위해 치료소에 오게 되고 캐서린이라는 간호사와 사랑에 빠진다. 캐서린은 아이를 임신하고, 헨리는 다시금 전쟁으로 돌아가게 된다. 전쟁 중에 위기에 빠진 헨리는 결국 탈영하고 캐서린을 극적으로 다시 만나 스위스로 도주한다. 책을 읽는 내내 긴박해진 전쟁 속의 분위기, 쫓기는 신분이 된 기분, 평화로운 스위스의 풍경 속에서 멀리 떨어진 전선의 소식을 듣는 것처럼 너무나도 많은 감각과 분위기를 만나게 된다. 나는 장교가 되었다가도 탈영병이 되었다가 소중한 사람을 잃은 사람이 되어 허무감에 잠식되는 한 인간이 되기도 한다. 한 권의 책으로 이렇게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게 책의 매력임을 또다시 깨닫는 시간들. 




독서 IN에서는 이 책을 소개하면서 "직접적인 반전 메시지가 없는데 역사상 최고의 반전 소설이 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흘긋 문구를 보고선 책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은 마음에 되새기지 않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반전이 反戰이라는 것을 알게 된 건 책의 중반부였지만, 혹시나 反轉을 뜻하는 단어일까 봐 긴장감을 가지고 읽었다. 믿거나 말거나.



+ 5월 27일, 한국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출판문화협회에 '서울국제도서전'의 수익금을 반환하라고 통지했다. 




[100권의 의미]는 책을 100권을 읽으면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그리고 그 책들이 개인의 삶에 어떤 의미를 형성하는지 알아보고자 시작한 프로젝트입니다.

2021~2023년에 걸쳐 100권을 읽은 후 같은 리스트로 두 번째 100권을 시작했어요.




작가의 이전글 012. 눈에 보이지 않는 지도책, 제임스 체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